지하철로맨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오늘도 여전히 지하철안은 전쟁터, 무기없는 전쟁터가 어딨어.라며 코웃음 치는 사람들에게
지하철은 사람들의 몸뚱아리가 무기이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받는 피해는 상사의 꾸짖음이며,
2호선은 매일 아침이 2차세계대전이라고 말해주고싶은 날이다.
"오,나이스."
마침 내리려는 사람이 자리를 뜨자, 작은 몸집을 재빠르게 움직여 지하철 자리를 사수
하는 백현이다. 이럴때면 자신이 자리 차지하려는 아줌마 같다고 생각하곤한다.
뭐어때, 내가 다리 아프다는데.
"저기요."
지하철 안내 방송 하는줄 알았다. 웅웅 대길래. 고개를 들어 말하는 이를 쳐다보니 슬몃
웃으며 말을 건낸다.반반하게 생긴얼굴에 스타일로 멋들어진다. 여자 여럿 울리고 다녔을
듯한 외모가 백현을 주눅들게 한다. 칫,뭐어때 요즘은 귀여운 스타일이 대세잖아.낯이 익은
걸보니 흔한 얼굴인가보네.
"네?"
"지갑.떨어지셨는데요."
오마이갓. 한껏 자신감에 들떠있던 백현을 빨개지게 만든 그대사. 얼른 가방을 확인해보니
지갑이 사라져있었고, 민망함에 천천히 손을 건넨다.
"감사해요.."
어느새, 선릉역에 도착하여 백현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후다닥 지하철을 나선다.
하으.분명히 내가 더 잘났었는데.바득바득 이를 갈며 다시 생각을 해보자 소리를지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이다.
"왜이리 씩씩대요?"
"아이씨..진짜.. 아니..엄마야"
"내가 잘생겨서?"
스윽 고개를 내옆으로 내밀고 귓구멍을 뚫을 듯한 저음 소리가 나길래 옆을 봤더니 피부까지 깨끗한
남자가 쳐다보고 있지 않는가.
아니야. 아까 지갑 찾아준 나쁜놈이다. 나보다 잘생겼으니 나쁜놈이다.
"뭐..뭐야.. 왜따라와요."
나,그쪽이랑 같은 방향인데.5년전 부터 쭈욱.하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오밀조밀 움직이는데,
어디서 많이 봤다 했었는데. 항상 내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사람이다. 갈색머리에 노루 같은게..
덩치는 무진장 커가지고 짐승같다고 생각했었다.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그사람이구나.
"왜 5년전부터 그랬게요?"
"..."
"왜냐고 물어봐봐."
"왜요?"
"내가5년전부터"
"..."
"지하철에 앉아있는 너를"
"..."
"좋아했으니까."
앞으로 우리 데이트 장소는 지하철 2호선이에요. 선릉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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