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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아파? " 

 

볼을 부여잡고 물어오는 김정우는 그닥 걱정스러워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의상 물어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친구라서. 친구 사이에 할 수 있는 흔한 안부였다. 특히 볼이 새빨개져 고개만 젓는 나였으니까 더. 

 

" 아아, 그래. " 

 

그러면 김여린에게로 가버리는 김정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만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김여린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였다. 그리고 김정우는 좋아했다. 나랑 정반대인 김여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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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시무룩 

김정우 

 

 

 

 

 

 

 

" 나 국어책 좀 빌려주라. " 

 

" 또 어디다가 버리고 왔냐. " 

 

" 버린 거 아니라니까! 잃어버린 거지. " 

 

" 그게 버린 거지. "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물함으로 향하는 김정우는 무심히 국어책을 건넸다. 몇 번 더 투닥 대다가 자리로 돌아온 김정우는 고개를 돌렸다. 

 

 

" 귀엽지. " 

 

" 응. 별로. " 

 

" 야. " 

 

" 내 마음의 별로. " 

 

 

몹쓸 드립을 치는 내게 김정우는 장난 식으로 웃어 보였다. 주어가 없어도 누군지 안다. 김정우가 귀엽다고 지칭하는 생명은 강아지, 고양이. 아니면 김여린이다. 

허공을 보며 무신경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우는 또 말을 건다. " 키 작아서 더 귀여워. " 참고로 내 키는 여자애들 중에서도 큰 편이었다. 

 

처음엔 모른 척도 해봤다. 그런데 내 허술한 연기는 김정우에게 통하지 않았다. 주어 없이 말하는 문장에 ' 뭐가? 구름이? '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도 ' 알잖아. ' 라고 받아쳤다. 그러면 난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게 된다. 

 

 

 

 

너무 착해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감정 소모가 심한 일이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앞에서 물병을 건네는 김여린을 뜻하는 말이 맞다. 내가 미워해서도 안되는 사람이며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람이다. 못된 의구심이 들지도 않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악역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존재감 없는 조연이 편했다. 

 

 

" 안 받아? " 

 

" .. 고마워. " 

 

" 그래, 응원 열심히 해! " 

 

" 응. 너도 꼭 이겨. 아, 아니지. 꼭 져야 해! " 

 

" 하하. 준희도 참. 꼭 이길게!! " 

 

 

하마터면 저 무해한 미소에 응원할 뻔했다. 다른 반이어서 자연스럽게 다른 팀이 된 김여린은 친절했다. 김정우로 인해 인사만 하던 사이가 5마디 이상 말을 나누게 됐다. 처음엔 김정우보다 내가 더 친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불도저였나 봐. 물론 김정우를 말하는 거다. 

 

 

" 뭐야, 김여린. 여기 다른 팀이거든? 가라. " 

 

" 응~ 갈 거야~ 정우 열심히 해~? "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김정우에게 어깨를 툭 치고 가는 김여린은 나비 같았다. 그러니까 나비효과처럼 큰 묵직함을 주고 떠났다. 김정우는 뒤도 못 돌아보고 자신의 어깨를 한 번 쓸었다. 귀 끝이 빨개져 있었다. 그런데도 김정우가 김여린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나밖에 몰랐다. 오랜 친구인 게 죄라면 죄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김정우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건지 나를 흘끗 보고 반 애들이 응원하고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쳤을 땐 정신을 차리면서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게 좋으면서 싫었다. 

 

 

 

 

 

 

 

" 와 대박. 눈 내려! " 

 

뭐가 대박이란 건지는 무슨. 우리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눈은 대박이었다. 대박. 복도로 우르르 나간 아이들은 창문 밖으로 슬쩍 보더니 그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쳤다. 

 

 

" 첫눈이네. " 

 

웅성거리는 복도에서도 들뜬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김정우를 봤다가 후회했다. 하필 바로 옆 반이라서 김여린도 창밖을 보고 있었는지 멍하니 보고 있는 김정우는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 혼자 있는 김여린은 반대편 창문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옆모습이었지만 올라간 입꼬리는 너무 잘 보였다. 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하필 많은 인원수에 김여린이 있는 교실 바로 앞까지 오게 돼서 더 그랬다. 들떴던 맘이 팍 식는 거 같았다. 

 

 

" 아.. 괜히 봤다. 너랑 첫눈우웩. " 

 

" 어쩌라고. " 

 

" 악! 얼굴 봐버렸어! " 

 

" 어쩌라고. " 

 

 

옆에서 싸우고 있는 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오직 그 소리만이 너무 잘 들렸다. 김정우와 김여린을 의식하지 않으려 다른 곳을 찾았다. 비록 쓸데없이 오가는 말들 뿐이었지만 재미있었다. 그냥 그렇다고. 

그때부터였을까. 김정우와 김여린이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시작한 게. 첫눈이 오는 날에는 정말 첫사랑과 이루어지는 걸까. 같이 맞은 게 아니라서 모르겠다. 그저 학교 내에서 창 너머를 보기만 했으니까. 

 

 

 

 

 

 

 

 

다른 반인 김여린 덕분인지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에선 내 옆자리는 항상 김정우였다. 이어폰을 끼고 대화를 단절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오른쪽 귀에서 한쪽 이어폰을 빼간다. 귀 바로 옆에다가 속삭이면서 귀찮게 하는 김정우 때문에 미칠 거 같았다. 

 

 

" 뭐 해~ 정우랑 놀자~ " 

 

" 아! 씨 좀! " 

 

" 아잉. 욕 쓰지 말고. " 

 

" 혀 반 토막 났니? 내놔. 노래 들을 거야. " 

 

" 엥. 랩이네. 시준희 이런 취향이었어~? " 

 

 

결국엔 이어폰 전체를 김정우에게 넘기고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옆에선 그러든 말든 아예 내 핸드폰까지 가져가서 듣고 있겠지만. 안 봐도 보였다. 열이 오르는 거 같아서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정우는 아는지 모르는지. 중학생 때부터 이런 식으로 내 플레이어를 훔쳐 갔다. 정확히는 내가 건네준 거지만. 김정우는 나를 너무 잘 알았다. 

 

 

 

 

 

 

' 저 너머엔 바다가 있었다. ' 

이상한 문장에 빠져서 계속 나보고 바다 가자고 조르는 친구에게 손을 내저었다. 갑자기 무슨 바다야. 내가 바다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 리가 없는 친구는 계속 졸랐지만 나는 단호했다. 결국 내 단호함에 지친 친구는 김정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정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턱을 괴고 핸드폰에 집중한 김정우는 앞에서 열리는 문에 고개를 들었다. 

 

 

" 바다 가자! " 

 

김여린이었다. 친구는 김여린의 등장과 함께 들려오는 말에 화색 하며 반겼다. 김정우도 손에 들고 있던 폰을 내려놓고 날 김여린을 쳐다보더니 다시 나를 쳐다봤다. 

 

 

" 바다 갈까? " 

 

" ..... " 

 

"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모래가 있어. 그리고 시원해. " 

 

" ..... " 

 

" 무엇보다 맛있는 것도 판다? 튜브 태워줄게. " 

 

 

" 야. " 결국 이럴 줄 알았다. 열심히 나를 설득해 보려는 김정우는 눈망울을 빛내며 손을 잡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관심 없었으면서 김여린의 한 마디에 태도가 변하는 게 어이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옆에서 친구가 부채질하듯 거들었다. " 맞아~ 가자! 요즘 바다 그렇게 안 깊어. " " 아 이건 너무 갔나 ㅋㅋ " 나를 빼고 간다는 선택지는 그들에게 없는지 세명이 나를 빛내며 쳐다본다. 사실 나머지 두 명이 날 어떻게 구워삶든 흔들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김정우가 무릎을 꿇을 기세로 내 손을 잡고 눈을 빛내며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 언제 갈 건데.. "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진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나였다. 

 

 

바다는 여전히 무서웠다. 이유 없는 어둠이 무서웠지만 수락해버린 건 나였다. 그래도 물 안에 안 들어가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불안했다. 그 불안함이 왠지 모르게 드는 서운함 감정을 가려줬다. 

 

 

 

 

 

" 너 안 들어가? 같이 가자! 야, 시준희 팔 잡아. " 

 

" ..? 하지 마. 하지 마라. 하지 말라고 했다. " 

 

 

야!! 아아!! 김정우는 내가 바다를 무서워한다는 걸 그새 잊은 건지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이런 나쁜.. 눈을 꼭 감고 누군가의 목을 감쌌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풍덩- 소리를 내고 가라앉는 느낌에 발버둥 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안정감은 뭐지..? 

 

 

슬쩍 눈을 뜨자 바닷물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김정우. 실망할 뻔했는데 겨우 면했다. 잊지 않고 나를 잡아준 김정우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애들에게 보란 듯이 나를 들어 올렸다. 내가 물건도 아니고. 

 

 

" 시준희 구했다! " 

 

야. 물론 내 성대에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안 올리려고 했는데 (단골 멘트) 오늘 티저 뜬

기념으로 예전에 써놨던 거 하나 놓고 가용 총

총 ㅎㅎㅎㅎㅎㅎ  

이 글 완죤 B급 갬성.. 맞나? 하여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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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0.15
아 미쳤다 작가님 기억조작 당했어요 내 오래된 남사친 김정우...
4년 전
독자1
앗 작가님 ㅠㅠㅠㅠ 진짜 넘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제가 항상 응원하는거 아시죠?💚💚💚
4년 전
독자2
벌써 찌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준희 상처만 받는거 아니겠죠ㅠㅠㅠㅠ 서브 나오는거 맞죺ㅍ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
ㅠㅜㅜㅜㅜㅜ넘 좋아요💚
4년 전
독자4
작가님 저 왜 이 글을 이제 봤을까요ㅠㅠ 💚 최곱니다
4년 전
독자5
이 글을 이제서야 보다니... 오늘부터 정주행 할게요💚💚💚
4년 전
독자6
이제서야 봅니다 이걸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이에여ㅠㅠㅠㅠㅠ찌통...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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