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글씨는 민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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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둘이.
야, 씨발 죽은 놈인데 널 따 먹기야 하겠어?
내가 사람이면 몰라.
저 말을 듣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저 남자귀신 정말 골 때린다고.
"저기요, 그 쪽이 저 막 괴롭힌 거 기억 안 나세요?
지금 그 쪽 때문에 집 빼려는 거예요."
-괴롭힌 건 미안하다고.
야 그리고 생각 해 봐.
여기보다 더 싼 집있어? 있어봤자 또 귀신이나 범죄자 사는 곳일텐데.
이 집이 싼 건 내가 말썽 피워서 그런거고.
내가 이제 말썽 안 피우겠다잖아.
그럼 너 존나 이득 보는 거 아니냐?
귀신 주제에 정말 말을 잘한다.
나는 말문이 막혔고 남자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할 말 없지?
씨발... 반박하고 싶은데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 하겠다.
솔직히 저 남자귀신이 말썽만 안 피우면 이건 뭐 일석이조 급이 아니다.
-야 그리고 자주 볼 사인데 이름 좀 불러주지 그래?
"와.. 진짜 미쳤어요?"
-그럼 너한테 네 년이라고 불러도 돼?
짜증난다. 맞는 말이다.
이 새끼랑 말하면 마치 우리 오빠랑 말다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 짜증이났다.
또 말문이 막히자 민윤기는 한 번 더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빨리 학교나 가라며 쇼파에 누워버렸다.
지 집이야 아주...
배에 손을 가지런히 얹고 눈을 감고있는 민윤기를 봤다.
생각해보니 대면한지 한 시간 조차 되지도 않았는데 어색함 조차 없고
게다가 귀신인 것도 까먹고 있었다.
좋게 말해서 민윤기는 성격이 아주 좋았다.
"학교 다녀 올 동안 이상한 짓 하지마요.
내 물건에 손도 대지 말고."
-관심도 없어.
"심심하다고 말썽 피우지도 말고요."
-야, 나도 친구있어서 안 심심하거든?
무슨 왕따 귀신으로 아나..
"없는 거 알아요. 아닌 척은"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민윤기를 뒤로한 채 집을 나왔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무서운 일도 안 일어 날 거고
민윤기가 있으니 심심한 일도 없을 거 같다.
그렇게 당연히 난 남자귀신의 호칭이 '그 쪽'에서 민윤기로 바꼈다.
"김탄소!"
"뭐야, 왜 이렇게 기분 좋아보여?"
전정국은 같은 과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리고 현재 여자친구도 있는 분이시다.
"나 오늘 누나랑 데이트 간다~"
방실방실 웃으며 나한테 자랑하는 전정국의 모습을 보니 괜히 부러웠다.
전정국과 내가 친해진 계기는 짝사랑이었다.
나는 같은 과 태형선배를 좋아했고 전정국은 우연히 미팅에서 만난
다른학교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누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서로 충고를 해주다 보니 다른 비밀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좋으시겠어요~"
"어, 당연하지. 진짜 씨발... 하... 오늘 꼭 손 잡을 거다.
김탄소의 기를 받아 꼭 잡을게."
"뭐야ㅋㅋ 왜 하필이면 내 기야"
"네가 태형이 형한테 잘 치대니까 나도 그렇게 치대게"
"미친놈.."
"야, 그건 그렇고 너 태형이 형이랑 알바 잘 돼?"
"어.. 뭐 그럭저럭?"
난 태형 선배와 같은 곳에서 알바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정국이 태형 선배에게 내가 알바하고 있는 곳을 소개해줬다.
덕분에 태형 선배와 더 가까워졌다.
강의가 다 끝나면 같이 알바하러 가고
같은 장소에서 알바를 하고 서로 격려도 해주고
알바가 끝나면 같이 밥 먹을 때도 있고 집에 데려다 줄 때도 있다.
"진짜 오빠한테 잘해라. 이런 친구 봤냐.. 존나 멋져 씨발...
내가 봐도 반할 거 같아..
아 그렇다고 반하진 말고 난 우리 누나가 있으니까^^"
"니 새끼가 이러는 모습을 누나가 봐야 될텐데 아쉽다^^"
"그러게 그 누나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전정국이 이러는 모습 봐야 할 텐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태형 선배가 있었다.
너무 가까이서 봐서 그런 건지 내 어깨에 올라 와 있는 선배의 팔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얼굴이 급격히 빨개졌다.
"어, 형 안녕하세요! 형은 아침에도 참 못생기셨네요^^"
"탄소 때문에 지금 안 맞는 건 줄 알아라 정국아"
선배는 짓궃게 웃으면서 전정국과 아침인사를 나눴고
곧 나와도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셋은 같이 학교로 갔고 내 얼굴은 강의실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빨갰다.
"자, 먹어"
태형 선배는 인기가 정말 많다.
하루에 적어도 하나는 공짜 음료수나 간식을 받았고
같이 알바를 하러 가는 날이면 태형 선배가 받은 선물을 항상 얻어 먹었다.
"에이, 됐어요~ 선배 선물인데 저가 먹으면 안 되죠"
사실 너무 먹고싶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였다.
"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이니까 먹어."
어떻게 태형 선배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결국 못이기는 척 음료수를 받아 먹었고
같이 알바를 하러 가게로 갔다.
알바를 하고 있는데 정말 예쁜 손님이 들어왔다.
여자가 봐도 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몸매는 잘 빠지고
얼굴도 아주 예뻤다.
"선배.. 저 여자 진짜 예쁘지 않아요?"
선배는 내 말에 그 여자를 돌아봤고 여자와 선배의 눈이 마주쳤다.
여자는 눈웃음을 보였고 선배는 멋쩍게 웃으면서 다시 나를 봤다.
"음.. 나한텐 그냥 그저 그렇네"
저게 안 예쁘면 도대체 얼마나 예뻐야 선배 눈에 예뻐 보인단 말인가.
괜히 쪽팔림이 밀려왔고 카운터의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눈엔 탄소가 더 예쁜데?"
분명 진심이 아닌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진짜 정말 아주 많이 설렜다.
주체할 수 없는 내 얼굴이 또 붉게 달아올랐고
선배는 그런 날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배 장난치지 마요-"
태형 선배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고있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주문이요."
"제가 갔다 올게요. 선밴 여기 계세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니 그 예쁜 여자가 있었다.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저 남자 알바생이 주문 받으면 안 돼요?"
뭐야 저 씨발 개싸가지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몇 초간 대답을 안 하다가 뒤를 돌아
카운터 쪽으로 갔다.
"선배.. 선배가 주문 받아 달라는대요?"
"어? 진짜? 왜지.. 몇 번 테이블인데?"
왜긴요.. 선배가 잘생겨서 그렇겠지요.
잘생긴 사람 좋아하는 게 이렇게 힘들었나...
마음 같아선 알려주기 싫은데 테이블 번호를 알려주고 그 쪽만을 주시했다.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까르보나라랑 고르곤졸라 피자랑 봉골레 스파게티요."
"음료는 뭘로..."
"콜라 2잔이랑 그 쪽 전화번호요"
"...네?"
"그 쪽 전화번호요."
여자는 생긋 웃으면서 태형 선배의 번호를 따려했고
태형 선배는 머뭇거렸다.
씨.. 저 씨발년.. 태형 선배.. 제발 번호 주지마요...
"아 저..."
"여자친구 있어서 못 주시는 거에요?"
"아뇨.. 여자친구는 아닌데..."
태형 선배는 날 힐끗 보더니 다시 그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카운터로 돌아왔다.
여자의 표정은 꽤나 썩어있었다.
30분 쯤 흘렀을까 그 여자가 콜라 리필을 요청했다.
"무거운데 괜찮겠어?"
"네 당연하죠.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콜라통을 들고 여자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어..!"
순간 여자의 발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고 콜라통은 여자의 테이블에 쏟아졌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들의 옷이 콜라로 흠뻑 젖었다.
난 분명히 봤었다.
내가 테이블로 다 왔을 쯤에 여자가 나에게 발을 건 걸.
태형 선배는 놀라서 이 쪽으로 달려 왔고
여자는 나를 보고 욕을 했다.
"야, 내 옷 어떡할 거야 미친년아"
황당함과 온갖 부정적인 기분에 그 여자를 쳐다봤고
여자는 뭘 보냐면서 옷 타령을 했다.
"선배 저 여자가.. 발..."
"알아, 봤어."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사장님이 나오셨고 여자는 사장님께 알바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저기요, 그 쪽이 제 발 거셨잖아요, 다 봤어요."
"이것봐, 지금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따지고나 있고
가게 장사 정말 잘 되시겠어요"
나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왔지만 애써 참으려했다.
사장님은 나에게 눈치를 주면 사과하라고 했고
나와 사장님 그리고 죄 없는 태형 선배까지 허리를 숙였다.
여자가 나가고 나는 주방 구석 진 곳으로 불려갔다.
당연히 개털리 듯 사장님에게 혼이 났고
넘어지면서 다친 팔은 점점 더 부어만 갔다.
사장님은 걱정이라도 해 주는 듯 오늘 가게는 일찍 문을 닫겠다면서
나와 태형 선배를 보냈다.
"괜찮아?"
선배는 계속 울기만 하는 나를 다독여줬다.
그 여자가 먼저 발 건 거 다 안다며 위로를 해 주는데
더 서럽게 울음만 나왔다.
"오랜만에 술이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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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보다 회색이 더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