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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오백] 세븐틴 09 | 인스티즈

벙찐 표정으로 그의 문자를 계속 쳐다보다가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뭐 입지? 경수는 뭘 입고 나올까?

옷장을 살피다가 다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그의 문자내용에 얼굴에서 다 된 밥솥마냥 김이 세어나온다.

이러다가 정말 터져버릴지도 몰라.

 

옷장에서 작은 로고가 박힌 흰 티셔츠와 데님 청바지를 꺼내 입고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모양을 내기 시작했다. 이리 세워도 내려가고 저리 세워도 내려가버리는 머리에

짜증이나 잔뜩 헝크려놓고는 곱게 다시 빗어버린다.

 

문득 자신이 이러고 있는 모습이 아침의 준면이 형의 모습과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도경수가 죽을만큼 좋은건 아니지만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도 그럴까?

 

흰 티셔츠만큼이나 하얀 운동화를 집어들고는 끙끙대며 발을 구겨넣고서 마지막으로 현관문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을 이리저리 쳐다보다 집에서 나왔다. 띠리릭- 거리며 현관문의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무작정 엘레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만나면 뭐라고 하지? 보고싶었어? 아니야, 이건 너무 닭살스러워.

 

1층에 내려와서 핸드폰을 열고 도경수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짧게 어디로 갈까? 라고 묻자

'아무데나.' 라고 답이 왔다. 가장 어려운 대답이다. 나는 아파트 단지 앞에 서서 곰곰히 생각을 했다.

분명 만나자고 해서 나오긴 나왔는데 어딜 가야하나.

 

지잉-

[만나긴 할거야?]

 

손에서 짧은 진동과 함께 도착해있는 도경수의 메세지. 내가 너무 답답하게 굴었나?

나는 후다닥 핸드폰을 켜 일단 던지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세 갈래길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는 세 갈래길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세 갈래길이 모여 하나의 큰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와가는데 얇은 청남방에 까만 바지를 입고있는 도경수가 보인다.

가만히 서서 시계를 보고있는 도경수를 가던길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진짜 멋있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을 급히 주워담았다. 그러자 도경수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삐딱하게 쳐다본다.

그가 눈썹을 살짝 올림에 나는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내가 괜히 뻘쭘해진 마음에 손을 들어 작게 인사를 하자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정적. 둘을 맴도는 어색감에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밥이라도 먹을래?"

"그러던가."

 

용기를 내 먼저 밥을 먹자고 권했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을꺼라고 믿고 던진 말이었다.

그에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성의가 없었지만 싫다고 하는 것에 비하면 절하고 고마워해야할 것 같아 참기로 한다.

뭐 먹으러갈지 묻고 싶었지만 뭔가 더 이상 질문을 하면 안될꺼같아 꾹 입을 다물고 음식점이 몰려있는

골목으로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일본식 덮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가만히 앉아 서로가 먹고싶은 것을

주문하자마자 또 정적. 나는 애꿎은 냅킨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렸다. 곧바로 서빙하는 알바생이 장국과 물을 들고왔고

내 나름대로 그 알바생을 도와주겠다며 쟁반에서 내리는 장국을 받아들였다.

 

"아, 뜨거워."

 

방금 끓인 장국인지 연기가 풀풀 나는 장국이 담긴 그릇의 밑부분을 잡자 뜨거운 기운이 손에 느껴졌다.

나는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뜨거운 그릇에 놀라 그릇을 바닥으로 놓쳐버렸다.

 

"야! 니가 알바생이야? 잡기는 왜 잡아."

 

내가 다쳐서 놀란건지 떨어진 그릇에 놀란건지 눈을 동그랗게 뜬 도경수는 평소보다 커진 목소리로 내게 화를 낸다.

나는 그의 화난 목소리에 놀라 눈을 깜빡거리며 쳐다만 볼 뿐이다.

 

도경수가 소리치고 있는 와중에 알바생은 괜찮냐고 죄송하다며 밑에 떨어진 그릇과 국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알바생에게 오히려 내가 더 죄송하다며 울상 짓는 알바생을 달랬다.

알바생은 새로운 장국을 내 앞으로 가져다 놓고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한다.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알바생에게 웃으며 작개 고개를 끄덕였다.

 

"애같이 굴지마."

"계집애같이 굴지도 마."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으려고 하는데 도경수가 아직도 진정이 안된건지 달뜬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나는 숟가락에서 식힌 국을 삼키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주문한 요리가 나왔고, 아무 말없이 밥을 먹었다. 반정도 그릇을 비워갈 때 쯤

도경수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그의 손 안에서 약한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

전화를 받고오겠다며 가게를 나갔다.

 

도경수가 무언가 먹는 것을 오늘 처음본다. 아니, 그냥 서로 먹는 것을 처음보는거다.

제법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도경수를 밥을 먹으면서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가버린 도경수는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역시 밥을 먹지않고 그를 기다렸다.

 

그 때 딸랑- 소리를 내며 가게 문이 열렸고, 도경수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그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테이블에 앉으면서 슬쩍 내 그릇을 보는 듯 하더니 전화가 길어졌다며 짧게 사과를 한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조금 식었지만 역시 같이 먹어야 맛있는 듯 하다.

 

툭-

한참 밥을 먹는데 내 그릇 앞으로 무언가 떨어진다. 그릇을 쳐다보던 눈동자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조그만한 상자가 보인다. 나는 뭔가 싶어 고개를 들어 도경수를 쳐다봤다.

 

 "다친데."

"거슬리니까 붙이라고."

 

그의 말을 끝으로 다시 그 상자를 바라보자 한 켠에 화상, 데임, 흉터 관련 반창고임을 알리는 글이 써있다.

나는 나도 잊고있던 아까 데인 손가락을 쳐다보자 제법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괜찮은줄 알았는데.

 

나는 그 상자를 집어들고는 도경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고개도 들지않고 묵묵히 밥을 먹고있었다.

 

:

밥도 먹고 딱히 할게 없어서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카페에 앉아있어도 서로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다리가 아프더라도 이 편이 낫다. 그나마 지나다니는 비둘기 하나라도 이야기거리가 되니까.

 

한참 평소에는 돌아다니지도 않던 시내를 돌아다녔다. 아직은 대구 거리가 어색한지 눈알을 더 빨리 돌리는 도경수가 보인다.

점심을 먹고 조금 걸으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해도 저물고 제법 쌀쌀해지기까지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다시 세 갈래길로 옮겼다.

 

그나마 가는 길에는 알맹이없는 이야기라도 했다.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였지만.

지친 다리를 끌고 걷다보니 금방 우리가 헤어져야할 곳이 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걸음을 늦추려했지만

여전히 같은 속도로 걷는 도경수에 맞추어 어쩔 수 없이 빨리 걸었다.

 

탁- 4개의 다리가 모두 멈춰섰다. 그는 아직 붙히지않고 반창고를 들고있는 내 손을 한번 쳐다보더니 입을 연다.

 

"집가서 붙여."

"응."

"그리고 설마 오해하고있을까봐서 하는 말인데."

"응."

"난 너 안좋아해."

"..알아."

 

그의 마지막말까지 모두 대답했다. 마지막말에서는 당연하지만 직접 입으로 들으니 적잖게 당황했다.

나는 애써 괜찮은 얼굴을 하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몸을 돌려 우리집으로 나있는 길로 발을 움직였다.

안좋아하면 헤어지자고 하던가. 전학와서 심심하니까, 친구도 없으니까 괜히 날 가지고

노는건가 싶어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럼에도 내가 먼저 그에게 연애같지도 않은 연애를 그만두자고 하지못하는 이유는

점점 부풀어만 가는 그에 대한 마음 때문이다.

 

탁- 빨라지는 걸음에 맞추어 세차게 팔을 휘둘러가며 걷고있는데 갑자기 왼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행동하던 몸이 예고도 없이 멈춰지자 고개를 돌렸다.

 

 "하, 말은, 끝까지 하, 들어."

 

앞머리가 땀에 젖어 거친 숨을 몰아 쉬고있는 도경수가 보인다. 나는 예상치못한 그의 모습에

놀라 그가 숨을 고르게 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노력할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

"간다."

 

그가 입을 열때 부터 닫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없이 그의 진심이 담긴 눈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세 마디만 남기고

떠나간 도경수가 보인다. 뛰어온게 많이 더웠던지 길을 나서면서 청남방을 벗는다.

 

나는 울컥하는 마음에 집으로 달리듯 걸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노력할게, 노력할게, 노력할게.

방금 전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내고 싶어 눈을 꼭 감고 같은 말만 되새기었다.

 

:

도경수의 생각으로 홀랑 지나가버린 일요일의 밤은 내 일요일 역사상 가장 많은 일과 많은 생각을 갖게했다.

왠지 오늘은 도경수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우면서도 빨리 보고싶었다.

 

도경수의 옆 자리에 앉아 묘한 기분을 풍겼다. 시험 범위 진도가 빨리 끝난 과목에는 선생님들이 시험 공부하라며

자습 시간을 주셨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도경수는 공부를 진짜 열심히한다. 지금 이 모습에 공부까지 잘한다고 생각하니

잠시 머리가 아찔해지는 기분이다. 그건 너무 멋있잖아.

 

나름 벼락치기같은 공부를 해야될 것 같아 서랍에서 각종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내들고는

열심히 풀기 바빴다. 그런데 자꾸 도경수가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나는 애써 모른척 보고싶어도 안보고싶은 척

문제집만 뚫어져라 쳐다봤고 풀리지 않는 문제의 지문만 벅벅 그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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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너무재밌어요ㅠㅠ빨리경수도좋아졌으면좋겠네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
헐ㅜㅜㅠ경수야ㅜㅜㅜㅜㅜㅠㅜㅜㅜ왤케설레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ㅜㅠ다음편이시급합니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ㅠㅠ
10년 전
독자2
서서히 무장해제 되어가고 있어...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경수야ㅠㅠㅠㅠㅠㅠ ㅅㄹ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오좋아ㅠㅠ
10년 전
독자4
굥수야ㅠㅜㅜㅜㅜㅜ아굥수야ㅜㅠㅠ
10년 전
독자5
경수야ㅠㅠㅠㅠㅠㅠㅠ점점 더 사이가 가까워지는 모습이 너무ㅠㅠㅠㅠ좋네여ㅠㅠㅠ언제쯤 둘이 알콩달콩하련지ㅠㅠㅠㅠ진짜재미있게 읽고갑니다!
10년 전
독자6
아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야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경수 완전 설레네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으아어우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도경수 이자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람을 이렇게 설레게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 둘이 진짜 서로 너무좋아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걸 하루빨리 보고싶네요ㅠㅠㅠㅠㅠㅠㅠㅜ지금도 이렇게 설렌데 그때되면 얼마나 더 설렐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아 진짜 도경수 너 정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징마음을 겟 해갔다능-☆★
10년 전
독자10
민철이 모니터여친이 라섹수술하고 돌아왔어요!!안보고싶으셨다구요???네...
10년 전
독자11
경수옃ㅊㅊㅊㅊ츄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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