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 김진수. 일부러 전화 안 받는거 알아. ]
[ 근데 개새끼야…. 너 나 좋아하긴 했어? ]
시발, 좋아하긴 한거냐고...
전애인의 꺼진(이라 쓰고 대놓고 통화 거부중인) 휴대폰에 술에 취해 꼬인 발음으로 음성메세지를 남기는 것보다 추한 모습이 어디있을까. 분명 내일이면 후회할 일임을 알면서도 꼬인 발음으로 꿋꿋이 음성메세지를 남겼다. 시발놈 개새끼 좆같은 놈아 부터 시작해서 그가 생전 처음 들어봤을 쌍욕까지, 나를 뻥 차버린 전애인이신 김진수씨의 휴대폰에 남길 말은 평소에는 몇 줄 적다 포기할 2000자짜리 자기소개서를 채우고도 남을 법 하건만 저가 남긴 말은 꼴랑 저거였다. 너, 날 좋아하긴 했냐.
또다시 들이부은 소주에 소주잔이 흠뻑 젖었다. 평소에는 아깝다며 흘린 한방울마저 쓸어마시는 신세지만 오늘은 작은 사치나 부리겠다며 잔이 넘치게 소주를 담고있다. 혼자 마시는 술은! 가득 따라야 제맛이지! 뻥 차여버린 호구같은 병신 김여주 을, 위하여! 하나 둘 떠나 결국 저 밖에 남지않은 포장마차에서 부딪힐 잔도 없으면서 높게 들어올린 잔을 흔들며 크게 외치니 다음날 영업을 준비해 놓으시는 듯 바쁘게 움직이던 아주머니의 손이 잠시 멈추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 년 저거, 차였구만.
"아가씨, 많이 취했네."
"아줌맛! 제가여 첫사랑만 실패 안했어도! 이렇게 되진않았을 텐데 말이져.."
돌아가고 싶네여.. 이제는 정신줄을 놓아버린 건지 추억 속에 꼭꼭 숨겨놓고 그동안 절대 꺼내보이지 않은 첫사랑 이야기나 주저리주저리 해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차라리 아프리카 청춘이다라고 해라. 20대 후반으로 달려가는 이 나이먹도록 사랑에 관해서 아프지않은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난 평생 청춘이라는 건가. 그럼 난 청춘따윈 개나 줘버리련다. 소주잔에 가득 채운 소주를 단숨에 원샷해버렸다.
...사랑받고싶다. 이게 그리도 크고 힘든 소원이었나. 모두에게 미움을 받아도 좋으니 단 한사람에게만이라도 맹목적인 사랑을 받아보고싶다. 맹목적이지 않아도 좋다. 사랑을 해보고싶다. 티비나 영화나 소설에서는 그리도 쉽고 흔한게 사랑이건만 무슨 놈의 인생은 왜이런지. 종교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아니건만 신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물어나 보고싶다. 변함없는 사랑이라는게 존재는 하는 건가요. 하고.
"많이 취했고만. 별소리를 다하네."
"맨날맨날 사랑했으면 좋겠다아-"
"미쳤고만 저년."
"아주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싶다아-"
혀를 끌끌 차며 내 앞의 빈 병들을 치워내는 아줌마의 눈 앞에 턱하니 소주잔을 내밀었다.
"아쥼맛! 드세횻!"
"됐네 아가씨야. 난 내일 장사해야해"
술을 먹으면 무식하게 용감(무모)해진다더니, 쫌생이 소심대장이 평소에는 엄두도 못낼만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한입만여~"
아줌마의 손목을 턱하니 잡고는 떨어지지 않으니 결국 아줌마도 포기한듯 빈 의자를 끌어와 내 앞에 턱 앉아버린다. 그리고는. 원샷.
소주를 병째로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동난 소주병을 떼어내며 낸 캬아- 하는 소리에 벙쪄 멍해진 사이 아줌마가 씩 웃으며 제 입술을 닦아낸다.
"아가씨."
"..에..에에..?"
"사랑받고싶지?"
"어어..네.."
"오랜만에 술맛도 보게 해줬겠다. 아가씨 재밌는 얘기도 해줬겠다, 내가 좋은 거 하나 해줄게."
굉장히 의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소주 한 잔을 내미는 아줌마에 에에, 감..감사합니다..하고 얼떨떨하게 웃어보이며 두 손으로 받으니 얼른 들이키라는 듯 손짓을 해보이신다.
조금 얼떨떨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릿. 오늘은 걍 먹고 죽는거다. 시발.
* * * * *
" 아..음..여부세여 "
[ 일어나 김여주 ]
" .... "
아침부터 죽어라 울리는 휴대폰의 거절버튼을 몇 번이나 눌렀음에도 지치지도 않는지 절대 꺼지지않는 벨소리에 배게 속에 파뭍어 놓았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아침부터 누가 전화질이야. 하고 욕을 해주려던 참이었건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멈칫, 하고 굳어버렸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말투, 익숙한 상황. 꼭 스무살의 그 때마냥 낯익은 풍경에 왈칵 눈물마저 나올 지경이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백현아. 니가 어떻게 나한테 전화를 해.
[ 두부야 아직 자냐. 수업안가냐. ]
그날, 그때와 같은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 내용마저도.
그제야 이상함을 깨닫고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뭔가 이상하다. 좁은 방, 연보라색의 벽지, 익숙한 꽃무늬 이불까지. 여긴, 내 대학시절 내 자취방인데.
벽에 걸린 커다란 달력을 마주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탁, 주저앉아버렸다.
".....하..."
[ 두부야 침대에서 떨어졌냐. 얼른 일어나라니까 ]
8년전. 나는 스무살의 그날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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