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436071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봄쓰 전체글ll조회 354


 

 

 

 

겨울 소년과 여름 소년의 만남

 

 

제 2장

 

 

 

 

그렇게 나는 종인이네 집에서 밥까지 얻어먹고 나섰다. 마지막이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예전에도 몇 번 얻어먹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밖에서 사 먹는 삼각김밥이나 빵과는 차원이 달랐다. 심각하게 맛있었다. 물론 시골 특유의 할머니, 엄마의 손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요리사를 고용해 집에 들여보내는 종인이네 집이니까.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런 음식을 백훈이도 물론 엄마께도 먹여줘야 했는데 저만 이렇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걸 먹으니 괜시리 미안해졌다. 집에 도착하니 짐을 싸고 있는 백훈이와 엄마의 모습이 보여 옅게 웃으며 도와주다가 돈 넣었다며 백훈이와 저, 엄마까지 걱정해 주는 종인의 문자에 울컥했지만 집안의 기둥인 만큼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겨우 참아냈다.  잠시 어디 좀 나갔다 온다고 말을 한 뒤 문을 열고 밖을 나가니 환한 햇살이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느껴져서인지 등이 따뜻하고 온 몸이 따뜻해 몸이 그나마 편해지는 것 같았다. 가장이라는 무게감을 푹 내려놓고 그냥 이 100만원을 들고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없다면 백훈이와 엄마는 살지 못 할 테니. 나 하나 살자며 내가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존재인 사람 둘을 죽이진 못 한다. 그렇게 나는 또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끝이 어두운 길을 향해 걸어간다.

 

 

시원한 은행에서 일단 10만원만 뽑았다. 그렇게 내 통장에 남은 돈은 약 94만원이었다. 종인이가 돈을 보내주기 전까지는 4만원이 있었다는 소리다. 괜히 씁쓸해 미간을 긁어대다가 은행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쑀다. 눈을 감고 있으니 제가 시골 마루가 있는 주택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시원한 수박을 먹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제 옆에는 엄마와 백훈이 그리고 할머니가 계셨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어 눈을 확 뜨니 그 생각구름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고는 일어나 은행에서 벗어났다. 또 햇살은 손을 뻗어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를 따뜻하게 해 주는 존재다. 햇살, 햇살은 그랬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힘들게 땀 흘리며 짐을 정리하고 있을 백훈이와 엄마가 떠올라 마트에 들려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들고 집으로 갔다. 백훈이 머리를 헝클이며 잘한다고 칭찬을 하다가 볼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갖다대니 놀랐는지 화들짝 놀라다가 보고는 신 난다며 방방 뛰며 껍질을 까서 한 입 덥썩 물었다. 귀여워 웃으며 머리를 헝클이다가 옆에서 저와 백훈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를 보다가 손에 쥐어줬다. 허리에 붙여진 파스가 살짝 보여 인상을 작게 쓰며 소파에 앉히게 했다. 허리 아픈 사람이 무슨 일을 한다고. 앉아있어. 못 미더워서 안 된다며 일어나려는 엄마의 어깨를 잡아 다시 앉히고는 말했다.

 

 

"엄마, 나는 물론이고 백훈이도 엄마가 편찮으신 걸 원치 않아."

"엄마 안 아파. 허리 이거 금방 낫는다니까."

 

 

거짓말. 허리 아픈지 한 달 다 되어가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속으로 투덜대다가 아이스크림 껍질을 까 엄마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엄마 하드 좋아하잖아. 이거 먹으면서 구경이나 하셔요. 옅게 웃고는 백훈이 곁으로 가 장난을 치며 짐을 쌌다. 이렇게 애써 웃으며 백훈이와 장난을 치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의 상처를 걱정이 된다. 피가 나고 까지고 멍이 드는 그런 상처도 걱정이 되지만 마음 속의 상처는 오히려 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다. 가슴 안에 삼각형이 들어있고 삼각형이 돌아가면 모서리 때문에 아프다가 계속 돌아가서 부딪히니 모서리가 둥글어졌다. 그래서 아무리 돌아가도 아프지 않은 경우. 엄마의 가슴 속에는 동글동글한 하나의 삼각형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제가 백훈이 걱정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백훈이는 내 하나밖에 없는 예쁜 동생이다. 이런 가정 속에서도 말썽 부릴 생각도 안 하고 오히려 저를 도우려고 한다. 하지만 백훈이는 머리가 저와는 달리 정말 좋다. 돈은 걱정 안 해도 되니까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 했으면 좋겠다. 백훈이마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생활을 하게 할 수는 없다. 이것은 형의 의무다. 백훈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느새 짐은 다 쌌다. 크고 그리 필요가 없는 짐들은 택배로 할머니 댁으로 보내고 작고 필요한 물건이 든 가방은 우리가 들고 가기로 했다. 무거운 가방을 하나씩 메고 역으로 가 기차표 하나를 뽑았다. 편한 건 버스였지만 기차는 버스의 절반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기차에 타고 창 밖을 보는데 백훈이가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잠이 들어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있자 푸스스 웃으며 제 어깨에 기대게 해 주었다. 볼을 쓰다듬다가 저도 결국 기차 시트에 기대 잠이 들었다. 도착하기 10분 전에 깨 자고 있던 백훈이와 엄마를 깨우고 짐을 챙겼다. 빠진 짐은 없나 잘 살펴보고 문이 열리자 내려 작고 30분 텀을 가지고 오는 마을 버스를 기다렸다. 약 20분 정도 기다렸던 거 같다. 버스에 올라타 할머니 댁에서 가까운 곳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며 풍경을 살펴봤다. 어느새 붉은 노을이 나타나 저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웃으며 저도 그 인사에 답을 했다. 따뜻하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밤이 어둑어둑해져 팔에 달라붙는 벌레들을 때려 죽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할머니와 얘기를 한다며 갔고 저는 백훈이와 남아 안내 받은 방으로 가는데 꽤나 좋은 편이라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훈이는 새로운 집에서 적응하기 굉장히 어려운 타입이라 무조건 엄마와 같이 잤어야 했어서 건너편 방에 짐을 풀어놨다. 저는 어떤 저와 동갑인 남자애와 방을 같이 쓰게 될 거라고, 그 남자애는 사정이 있어 할머니 댁에 산다고 고모께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흔쾌히 허락했다. 제가 싫다, 좋다 할 자격도 없고 여자가 아니면 된 거지, 하고 신경도 안 썼다. 고모께 화장실 위치를 묻고는 세안도구를 챙기고 엄마도 없고 또래 친구들도 없어 심심해 할 백훈이를 제 방으로 데려와 보고 싶은 프로그램 보라며 TV를 틀어주고 씻으러 갔다.

 

 

 

다 씻고 머리도 덜 말린 채 옷을 입고 나오는데 문 앞에 누군가 우뚝 서있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서있던 남자가 저를 위 아래로 훑더니 그냥 다른 곳으로 가버려 인상을 쓰여 작게 욕을 내뱉었다. 뭐야, 저 미친놈은. 바닥에 무차별로 찍어버린 엉덩이가 아려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났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어내며 마당으로 갔는데 도시와는 다르게 빛이 없어 밤하늘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보였다. 과장을 한다면 별들이 제 위로 쏟아져버릴 것 같았다. 남색 하늘에 하얀색의 별빛이 반짝이며 빛나니 여간 안 예쁠 수가 없었다. 백훈이에게 구경 시켜주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아까 그 미친놈이 방에 있자 놀라 어버버거리다가 백훈이 손목을 잡고 급히 제 뒤로 숨겼다.

 

 

 

"뭐, 뭐야. 누구야, 너."

"……"

"누구냐니까?!"

"…이 방, 주인인데."

"…뭐?"

 

 

아, 그럼 이 미친놈이 고모께서 말씀하신 그… 나와 동갑인 남자애?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 들어 이마를 짚다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짜증을 참아냈다. 참자, 참자. 여태껏 잘 참아왔잖아. 18년동안 잘 참아왔으면서 갑자기 왜 이래, 변백현. 후우. 이, 일단 알겠어. 대답을 하고 백훈이를 끌고 마당으로 나가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여줬다. 보더니 예쁘다며 방방 뛰어다니는 백훈이에 웃으며 머리를 헝클였다. 우리 이렇게 예쁜 별처럼 빛나자. 더 이상 어두운 도시의 밤하늘이 깔리지 않게, 시골의 하얀 별빛처럼 빛나자고 속으로 중얼거리머 백훈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 뒤에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백현이와 백훈이를 바라보던 한 소년이 있었다.

 

 

겨울 소년.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오백] 겨울소년과 여름소년 1  2
10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기다렸어요 작가님 ㅠㅠ 역시 필체 하나는 작가님 글이 대박인 거 같아요 너무 좋네요 정말 아... 다음 편 기다릴게요 텀이 긴 만큼 역시 탄탄한 퀄리티네요 얼른 와주셔야 돼요 하트
10년 전
대표 사진
봄쓰
댓글 감사합니다. :) 필체 칭찬 받기는 또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기분 짱 좋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세븐틴/홍윤] 덫신알신해놓은 기다리던 독자분들께 알림? 및 조언요청..8
06.18 22:59 l 까망별
[방탄소년단/김태형] 망상의 시작 07-김태형 회상24
06.18 22:48 l 뚝살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꿈꾸는 꿀FM 입니다 0363
06.18 22:35 l 슈팅가드
[백도] 이복형제 (약간의 수치?)下2
06.18 22:06 l ㅁㅁㅁㅁㅁㅁㅁ
[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15-1 :분량이 없어여,,구독료는....4
06.18 20:03 l 빱듀데요
[EXO/김민석] catch, hold, grip #.21
06.18 17:32 l VVW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06.18 17:06 l VVW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91
06.18 16:20 l 섹송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06.18 02:26 l 하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99
06.18 01:24 l 나는 변태다
[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154
06.18 00:58 l 빱듀데요
[EXO] 胡蝶夢 호접몽 : 0324
06.17 23:55 l 월궁항아
[오백] 겨울소년과 여름소년 12
06.17 23:35 l 봄쓰
[EXO/백도] 우리 결혼했어요<시즌2>3766
06.17 22:59 l 오리꽥꽥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꿈꾸는 꿀FM 입니다 0283
06.17 22:39 l 슈팅가드
[VIXX/LEO] 팀장님, 팀장님, 우리 팀장님. 0724
06.17 22:24 l 정팀장님
[EXO/카디] 투수 김종인X포수 도경수(단편)1
06.17 22:04 l 카디야구
[EXO/찬백] 안경 먼저 벗으시죠 012
06.17 21:44 l 뮹뮹
[후아유/태광X은별] 후아유 17화6
06.17 20:43 l 후아유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1
06.17 19:56 l 방송국사람
[EXO/변백현] 야구선수랑 연애하는 썰 1 (부제 : 하루살이)11
06.17 19:28 l 강속구
[EXO] 엑소 인 호그와트 (EXO in Hogwart) # 0518
06.17 17:19 l 단도
[레벨/다각] 호그와트 0112
06.17 16:55 l 퀴디치
모 소속사랑 모그룹이랑 갈등있었던거 1
06.17 15:38
프로듀서이자 아이돌 우지호X가수인 너벌22
06.13 16:20 l 꾸르벌웽웽
프로듀서이자 아이돌 우지호X가수인 너벌12
06.10 21:29 l 꾸르벌웽웽
프로듀서 우지호X이번에 첫 정규앨범을 내는 가수 너벌(번외)16
06.09 23:17 l 꾸르벌웽웽


처음이전18118218318418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