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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피식하고 웃는 나의 모습에 옆에 있던 조선생님이 무슨 좋은일 있으시냐고 묻는다. 아뇨- 그냥 웃긴일이 생각나서요- 라고 얼버무리고
화단의 잡초를 다시 제거하는 중이다. 정말 나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어서 누구세요 라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객기로 그 말을 했는지.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난 그에게 있어서 천하에 못때쳐먹은 썅년 일테니깐.
"원장님~! 기사 보셨어요?"
같이 잡초를 뽑던 조선생님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무슨 기사요? 라고 물었다. 나의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그녀 특유의 미소로
나에게 말을 했다.
"우리 유치원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시설좋고, 가장 교육이 좋다고 기사가 기사가~"
"아 정말요? 저희 유치원이 그렇게 기사났다니. 좋네요."
"제 주위친구들이 너 이 유치원 다니지 않냐고~ 부럽다고 난리예요!"
"어머. 정말요? 빈말이라도 기분 좋았겠어요."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내 옆에서 재잘거리며 우리 유치원의 장점을 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얼마안가 신발장에 올려둔 나의 전화벨 소리에
입을 꾹 다물게 됬었다. 잠시만- 이라고 말을하고 한참 쭈구려 앉아 있던 다리를 펴서 기지개를 살짝 피고 터덜터덜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상대방 쪽에서 말을 하지 않아 두 세번 여보세요를 말했지만, 곧 이내 장난전화 인 것 같아 전화를 끈으려는 순간이었다.
여보세요.
그 녀석 목소리에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얼마 안가서 이렇게 다시 전화 걸꺼면서 왜 그다지도 객기를 부렸는지.
역시 김종인 답다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이소영.]
"...응."
[.........]
"......."
[다시는 연락하지마. 너의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나 너같은 년 몰라.]
툭- 하고 끊어진 전화를 멍하니 쳐다봤다.
10년은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구나.
전혀 나한테 욕같은거 하지도 않는 녀석이 나의 부재중이 길었다고 이렇게 년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다니.
"내가 진짜 썅년인가."
"네??"
"어머. 아뇨- 아니에요. 어서 퇴근해보세요~"
전에 욕같은걸 하지 않고 지냈던 탓에 잡초를 마저 다 뽑았는지 안으로 들어오던 조선생님이 나의 욕 지꺼림에
놀란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서 퇴근하라는 나의 말에 네.. 라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한 그녀는 후다닥 휴게실로 들어갔고, 그녀가 들어가는걸 다 확인 한 후에 다시 핸드폰을 켰다.
이름 없는 번호에서 이름 있는 번호로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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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피디님..."
진짜 갠 미친년일까.
아침이었다. 정말 평화로운 아침- 어제 기분좋게 오세훈과 김민석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잔 그 다음날 아침.
김종인- 아무 생각없이 받은 전화에 울려퍼지는 너의 목소리에 순간 멍 때리고 물을 뻔 했다.
도대체 왜 지금에서 연락하냐고- 따질 뻔 했다. 하지만 이내 이성을 잡고 누구세요- 라고 말을 하니 툭. 하고 끊어진 전화.
어떻게 운전을 해서 방송국에 왔는지 내가 지금 무슨 일 처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피디님!!!!"
"뭐야, 왜 소리질러..?"
"피디님 진짜 몇번을 불렀어요!!"
"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나의 태도에 정수정은 한 숨을 푹 내쉬고는 그래서 MC 오세훈이 됬냐고 물었다.
아-맞다. 영혼없이 말하는 나의 태도에 정수정은 아 뭐냐고 화를 내고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나의 머릿속은 여전히
이소영 생각 뿐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정신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는 참에 정수정의 컴퓨터 너머로 보이는
이소영 얼굴에 잠시만 정수정을 살짝 미쳐 컴퓨터 화면을 봤다.
" 아..정말. 피디님도 남자구만."
"......이거 뭐야-"
"피디님. 이소영 몰라요? 이창의 국무총리 막내딸. 그 딸이 운영하는 유치원인데,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기사며 뭐- 난리잖아요."
"유치원 원장?"
"네. 왜 요새 유치원아동학대 말 많잖아요, 근데 여기는 그런 일 이 터지기 한참 전 부터 CCTV에 유치원 앞에 경호원도 있, "
10년 만에 만난 너의 얼굴은 그대로 였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있다면 유치원? 걔 성격에 유치원 원장이라니. 전혀 말도 안된다.
고등학생때부터 미술을 좋아하여 화가가 될꺼라던 이소영이는 유치원원장. 대한민국 최고의 유치원 원장이라고 기사까지 났다.
정수정의 말을 뒤로 하고 책상으로 가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신호음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 여보세요 하는 소영이의 목소리에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니 듣고 있는 다는 표현이 맞나, 아니면 멍하니 있었다는게 맞나.
여보세요. 목으로 나는 말을 꾹 눌러참고 말을 했다. 아무말 없는 소영이의 행동에 다급함이 조금 있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응-하고 들리는 너의 목소리. 10년 만에 듣는 너의 목소리. 울렁이는 마음을 진정했다. 그냥 무슨 말을 해야되나- 내가 왜 전화를 걸었나
온 갖생각이 들었지만, 10년 만에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다시는 연락하지마. 너의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나 너같은 년 몰라."
종료버튼을 누른 후 한 숨을 쉬고선 머리를 쥐어 뜯었다.
뭐 한다고 저런 말을 했을까. 고작 한다는 말이 너같은 년을 모른다니.
[너 같은 놈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래. 나같은 놈이 저런 애랑 어울린다는게 말이 안된다.
애초부터 이어질 수 없는 사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시작했던것도 너였고, 끊었던 것도 너였다. 이소영 너.
핸드폰을 켜 이름없는 번호에서 이름 있는 번호로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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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약 7시간을 걸쳐 끝난 촬영에 스탭분을 한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민석이 형한테로 갔다.
어제 민석이 형과 나는 과음을 한 탓에 둘 다 헬숙해진 얼굴을 보고선 웃어버렸고- 형은 오늘 촬영 수고했다면서 나중에 집에서 보자는 말을
하고선 카메라를 챙기고 사라졌다.
모든 스텝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이제 빈 공간만 남은 촬영장에 빨간 의자에 앉아 천천히 둘러봤다.
"멋져. 오세훈-"
역시. 난 멋져. 나 스스로가 대견해 어깨를 쓰담쓰담 해줬다. 29살이라는 이 어린나이에 브랜드를 내고 이렇게 성공가속도를 붙이고 있으니-
기지개를 쭉펴고선 핸드폰을 확인하니 누나한테서 톡이 왔었다.
_시영이 좀 데리고 와줘. 누나 바빠서. 미안. 17:49
"17시면..다섯시. 지금이....헐."
누나가 문자오고 정확히 2시간이나 지났다. 혼자 유치원에서 있을 시영이 생각에 빠르게 주차장으로 내려가 시영이 유치원을 네비에 찍고
빠르게 운전을 하여 갔다. 약 30분 후에 도착한 유치원은 으리으리 했으며 다행히 아직 유치원 선생님이 계신지 불 하나가 켜져 있었다.
빨리 들어가려고 하자 왠 철문 앞에 서 있는 검은양복 두 사람이 제지를 했고, 누구를 데리러 왔냐고 물었다.
"이시영인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괜히 덩치가 큰 검은색 남자가 제지를 하니 잘못도 하지않았지만 식음땀이 났다. 약 1분 뒤에 들어 가도 된다는 말과 동시에 굳게 닫혀져 있던 철문이
열렸다. 쭈뼜쭈뼛 거리며 들어가자, 문에서 삼촌~이라고 해맑에 웃으며 나오는 시영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라고 묻는 시영이의 말에 미안하다고 말 하며 꼭 껴 안아 줬다,
"안녕하세요. 시영이 삼촌 분이시라고.."
몸을 낮춰 시영이를 안고 있었고, 이내 선생님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켜 조선생님인 줄 알고 오랜만이죠-라고 말을 했다.
"...네?"
"..아...."
"조선생님께서는 먼저 퇴근하라고 했거든요~ 저는 이소영 입니다. 여기 유치원 원장입니다."
"아, 저는 시영이 삼촌 오세훈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봤다.
미인이구나- 이 생각이 들정도로 이뻤다. 젊은거 같은데 이렇게 으리으리한 유치원의 원장이라니.
멍하게 있던 나의 모습에 뭐 하실 말씀이 있으시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인사를 하고 나갈려는 찰나, 시영이 보고 잠시만 여기에 있으라고 얘기를 한 뒤, 저기요- 라고 다시 이소영씨를 불렀다.
"네?"
"아, 저.. 저기 제가 가끔씩 시영이 데리로 유치원에 올꺼에요."
미친놈. 뭐라는 거야-
"아, 그러시구나. "
"그러니깐, 전화번호 좀 주실래요?"
"....네?"
"아니, 제가 일이 많이 바빠서 혹시나 제가 데려오는 날에 이렇게 조선생님께서 퇴근하시고 원장님이 봐주셔야될텐데.."
"아..."
진짜 내가 미쳤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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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ㄴ...."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고있다가 김종인의 모습이 보여 인사를 건냈지만, 오늘 아침부터 저기압인 김종인은 터덜터덜 이층으로 올라갔다.
저 새끼는 맨날 저기압이야. 다시 티비를 보고 있다가 한 참뒤에 다시 일층으로 내려오는 김종인은 냉장고에서 맥주캔 6개를 한꺼번에 들고
나오더니, 테이블 위에 턱 하니 올려 놓고 야- 라고 말을 걸었다.
"왜. 저기압새끼야-"
".....내가 진짜 개병신새끼인거 같아."
"원래 병신 아니었음?"
"아니. "
"..뭐야. 너 진짜 뭔일 있음?"
안그래도 평소 무표정으로 다니던 애가 더 무표정인 얼굴로 말을 할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뭐가 있겠는가.
방정맞게 현관문을 쾅- 하고 들어온 오세훈은 되지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맥쭈~ 라며 거실로 뛰어왔다,
"야- 이 도움도 안되는 새끼야."
"왜, 뭐."
"존나 해맑은 니가 부럽다. 아니 쵤영을 7 시간 했으면 모델은 지치는데 니는 왜 안 지치냐."
"아, 오늘 기분 엄청 좋음."
"매출 올랐냐-"
"아, 형. 그건 당연한거지~ 뭐야 근데, 종인이 왜이리 저기압임...?"
세훈의 말에 종인은 내가 니보다 형이다 새끼야- 하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뭐야. 왜이리 저기압이야? "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너 새끼님께서 존나 방정지랄하면서 와서 파토났네요."
"아, 인생 뭐 있어. 즐기면 되지. 암튼."
"답도 없는 새끼."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
"금사빠새끼."
내 말에 발끈한 오세훈은 금사빠 아니고 진짜 좋은 여자인거 같다고. 하면서 맥주 한 캔을 기분 좋게 따고 벌컥벌컥 마셨다.
김종인은 피곤하다고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먹던 맥주캔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오세훈은 잘 자라고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얘기를 들어봐달라고 말을 했다.
"시영이 유치원 원장선생님."
".....미친놈아. 몇살 연상이냐?"
"아, 진짜 젊어. 딱 보면... 나랑 비슷할꺼 같은데?"
"불쌍하다. 그 여자."
"아니거든. 근데, 종인이 쟤 왜 저렇게 저기압이야?"
"몰라. 아침부터 그렇드만 더 그렇네, 방송국에서 깨졌나..."
"여자문제...?"
오세훈의 말에 뒷통수를 때리면서 김종인이 넌 줄 아냐고 말을 하자- 자기가 뭐가 어때서 라고 발끈 한 오세훈은
이번에는 틀리다고 베실베실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리고 자기도 내일 인터뷰가 있다면서 자야겠다고 말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부모님께서 서울에서 더 이상 바쁘게 살고 싶지 않으시다며 지방으로 내려가신 뒤, 나혼자 이 큰 집에 있기에는 적적하기도 하여
김종인한테 먼저 같이 살자고 말을 했고, 그 뒤에 김종인과 친한 동생사이었던 오세훈까지 해서 남자 셋이 살고 있다.
셋이 같이 산 지는 약 4년 정도 다 되어가서 그런지 얼굴만봐도 저 자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지만,
오늘 김종인의 모습은 좀 처럼 감을 잡지 못하겠다.
내가 김종인을 안지는 23살 때 알았으니 정확히 9년 째 친구다.
하지만 9년동안 김종인은 연애를 하지 않았었다. 처음에 이 새끼가 고자이거나 게이거나. 둘 중에 하나겠구나 생각을 했었지만,
4년 전 이 녀석이랑 같이 살고 얼마 있지 않다가 술에 취한 놈의 말을 듣고 나서 알게됬다. 왜 이자식이 연애를 안하는지.
"응. 이소영. 왠일이래- 이 시간에"
내가 잠시 미국에 공부하러 1년동안 있을 때 알게 된 이소영이의 전화였다.
평소에 서로가 바쁘니 연락도 안하고 살았었다. 오랫만의 통화에 반가워 왠일이냐고 전화를 받으니
술에 취했는지 꼬이는 발음에 한 숨을 쉬면서 거기 어디냐고 물었다.
알았으니 전화 끊지 말라고 말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지갑을 챙겨 나왔는데, 이층에서 내려오는 김종인이랑 마주쳤다.
"어디가?"
"어,어. 아는 동생이 술에 취해가지고- "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이소영이는 술만 취하면 남자친구.남자친구. 이 얘기만 가득하다.
왜 내 주위에는 이렇게 연애고자들이 많은지.
물론 나도 포함이겠지만-
한줄의 응원은 작가의 원동력입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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