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음악: 다린 - 134340
눈을 떴다. 눈을 뜬 게 꿈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위해 머리맡에 있을 시계를 더듬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그제야 시야가 트이며 현실 감각이 살아났다. 나는 누워 있었고, 내가 있는 곳은 호그와트의 병동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혼자인 걸로 보아 입원실인 것 같았다. 나는 코끝에 연결돼있는 빛 같은 것이 푸르게 변하는 것을 가만 지켜봤다. 이어 의사들이 들이닥쳤고, 뒤이어 보인 것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김희완.”
단단하지만 안심되는 목소리였다. 생각해보면 전정국의 목소리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대답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눈을 감았다. 빗자루에서 떨어질 적에 보았던 파노라마가 스쳐지나갔다. 필름은 말리고 말려서 커다란 뭉치를 이뤘고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까맣게 타들어가 형체를 잃는 중이었다. 누군가 팔에 주사하는 게 느껴졌다. 다시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간호사 한 명만 병실에 남아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이것도 지우는 과정인가요?”
목소리가 잔뜩 갈라졌지만 발음이 뭉개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간호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내 안에서 평생을 공생하던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필름은 타다 못해 증발하기 시작했고, 재처럼 공기 중을 흩날리는 그것을 똑바로 쳐다보려 노력했다. 내 마지막을 두 번이나 지켜봤으니 네 마지막은 내가 지켜볼게.
흐려지는 잔상은 내가 무슨 기억을 붙들고 이야기 하는지조차 잊어버리게 했다.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결말 B.
끊어진 굴레와 이어진 것들
마지막 호크룩스 김희완. 마법의 검을 이용해 스스로 심장을 찔렀으나 볼드모트 뷔의 영혼만 파괴됨. 약 3개월간 혼수상태였다 1월 10일에 깨어났으며 현재 남은 어둠의 마법 잔재들을 없애는 치료 중에 있음.
나는 민윤기가 쓰는 보고서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박지민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게 누군데?”
“마법의 검이요.”
“검한테 이름도 지었어? 되게 사람처럼 지었네.”
“……그러게요. 원래 침침 이런 걸로 지으려고 했는데. 걔가 거부하더라고요.”
나는 질색하던 박지민 얼굴을 떠올렸다. 아직까지는 그 얼굴도 색깔만큼이나 선명했다.
“재판은 언제예요?”
“이틀 뒤.”
“…….”
“……왜?”
“나도 참관할래요.”
민윤기가 보고서를 쓰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너는 진짜 묘하다.”
“제가 방금 속으로 선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분류모자가 보류했는지 알겠어. 어딜 갔든 넌 결국엔 해냈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선배는 꼭 햇살 같은 미소를 띠었다. 귤색 오각형이 마구 비치는 그런, 따뜻한 햇살.
김도연은 수감됐다. 가족 전체가 그와 계약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형량을 받았다. 올해까지 치료를 받고 우리가 졸업할 때까지 아즈카반에 있어야 한다는 소식에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는 기억 속의 디멘터를 떠올렸다. 병동에 누워있는 나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누군가도. 이제는 그런 기억이 있었다는 사실만이 아득하게 남아있지만, 그 사실을 떠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렸다. 아마 전생의 기억과 그의 기억 모두를 잊게 되더라도 평생 가지고 갈 감정일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부터는 래번클로 기숙사로 방을 옮겼다. 더 이상 혼자 방을 쓰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계속 독방을 써도 된다는 허락이 났더라도 방을 옮겼을 것이다. 그 방에서 테라스를 보고 있으면 못 견딜 것 같았거든.
처음으로 마법세계에서 누군가의 졸업식을 지켜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는 룸메이트도 생겼고, 후배도 생겼고, 퀴디치 주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도 맡게 됐고, 또 최대상점을 받은 전정국에게 이번에는 자두 맛 사탕과 소원권을 바꾸자고 꼬드기기도 했다. 학기 말부터 교육원 친구들과 다녔던 시아는 보바통으로 전학 갔고, 예림이와 유빈이는 이곳에 남았다. 떠날 이유는 없겠지만 나는 어쩐지 고마웠다. 내가 숨겨왔던 이야기를 듣고도 왜 말 하지 않았냐며 탓하지 않아줘서. 내 곁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남을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강리원은 주말마다 강례원을 만나러 갔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어떤 반응이었을지 상상가면서도 상상이 안 됐지만, 웃으며 돌아오는 강리원을 보면서 나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결국엔 진짜든 가짜든 그 애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민윤기는 졸업 후 여행을 떠났다. 각 지역별 나라별 문화를 겪으며 소홀히 했던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루마니아에 정착해 용 공부를 하고 있단다. 사진 몇 장과 용 비늘 몇 개가 들어있는 편지를 읽으니 웃음이 났다. 조랑말 크기 정도 되는 용 옆에서 웃고 있는 얼굴이 꼭 개구쟁이 같았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민윤기가 보낸 편지를 정리해 옆으로 밀어 넣고 품에서 메마른 종이를 꺼냈다. 언젠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올 때면 유서가 아니라 편지로 불리길 바랐던.
“뭐해?”
“아. 편지 태우려고. 너 민윤기한테 온 편지 읽어 봤어?”
“……그 선배가 너한테 편지도 써?”
“아, 다 써주는 게 아니야? 난 그때 회의했던 사람들한텐 다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전정국이 거실로 내려오며 말했다. 래번클로로 이사 오니 전정국과 붙어 다닐 일이 부쩍 늘었다. 항상 이 시간이면 래번클로 공동 거실에는 나와 전정국만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예림이와 유빈이는 그런 나한테 눈을 가늘게 뜨며 놀리기 바빴지만……뭐. 할 말은 없었다.
“……뭐라던데?”
“그냥, 요즘은 루마니아에서 용 공부한다던데.”
“편지 자주 보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주도 보내네.”
“…….”
“답장도 해?”
“왜 이렇게 말끝마다 물음표가 많아?”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살짝 눈치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보내기에는 편지가 너무 길어…….”
“보내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지금 네 표정이 그래. 편지 받지도 말고 보내지도 말래.”
“알면 어떻게 좀 해 봐.”
어느새 옆에 앉은 전정국이 괜히 꼬챙이로 벽난로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는 뒤통수가 꽤나 동그래서 피식 웃자 전정국은 조금 모난 얼굴로 돌아봤다.
“요즘 표정 되게 다양해진 거 알아? 처음엔 정색만 했었는데.”
“……너 만나고부터 그래.”
“오…… 너무 솔직해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그래서, 태운다는 편지는 뭔데?”
눈을 깜빡이던 전정국이 내 손에 들린 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이제는……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는 그런 거.”
축축하고 무거운 건 이제 나만 가져도 되니까. 나는 편지를 벽난로 속으로 던졌다. 종이는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그게 언젠가 쥐었던 필름 같아서 쉬이 눈을 떼지 못했다. 잠깐 탄내가 나다가, 종이 형상이 다 사라질 때까지 함께 보고 있던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뭐라던데?”
“그냥, 요즘은 루마니아에서 용 공부한다던데.”
“편지 자주 보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주도 보내네.”
“…….”
“답장도 해?”
“왜 이렇게 말끝마다 물음표가 많아?”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살짝 눈치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보내기에는 편지가 너무 길어…….”
“보내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지금 네 표정이 그래. 편지 받지도 말고 보내지도 말래.”
“알면 어떻게 좀 해 봐.”
어느새 옆에 앉은 전정국이 괜히 꼬챙이로 벽난로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는 뒤통수가 꽤나 동그래서 피식 웃자 전정국은 조금 모난 얼굴로 돌아봤다.
“요즘 표정 되게 다양해진 거 알아? 처음엔 정색만 했었는데.”
“……너 만나고부터 그래.”
“오…… 너무 솔직해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그래서, 태운다는 편지는 뭔데?”
눈을 깜빡이던 전정국이 내 손에 들린 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이제는……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는 그런 거.”
축축하고 무거운 건 이제 나만 가져도 되니까. 나는 편지를 벽난로 속으로 던졌다. 종이는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그게 언젠가 쥐었던 필름 같아서 쉬이 눈을 떼지 못했다. 잠깐 탄내가 나다가, 종이 형상이 다 사라질 때까지 함께 보고 있던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뭐라던데?”
“그냥, 요즘은 루마니아에서 용 공부한다던데.”
“편지 자주 보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주도 보내네.”
“…….”
“답장도 해?”
“왜 이렇게 말끝마다 물음표가 많아?”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살짝 눈치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보내기에는 편지가 너무 길어…….”
“보내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지금 네 표정이 그래. 편지 받지도 말고 보내지도 말래.”
“알면 어떻게 좀 해 봐.”
어느새 옆에 앉은 전정국이 괜히 꼬챙이로 벽난로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는 뒤통수가 꽤나 동그래서 피식 웃자 전정국은 조금 모난 얼굴로 돌아봤다.
“요즘 표정 되게 다양해진 거 알아? 처음엔 정색만 했었는데.”
“……너 만나고부터 그래.”
“오…… 너무 솔직해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그래서, 태운다는 편지는 뭔데?”
눈을 깜빡이던 전정국이 내 손에 들린 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이제는……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는 그런 거.”
축축하고 무거운 건 이제 나만 가져도 되니까. 나는 편지를 벽난로 속으로 던졌다. 종이는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그게 언젠가 쥐었던 필름 같아서 쉬이 눈을 떼지 못했다. 잠깐 탄내가 나다가, 종이 형상이 다 사라질 때까지 함께 보고 있던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초록글 모음... 감사합니다... ㅠ.ㅠ)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아마도 계속 이어가지 싶습니다. 오랫동안 한 작품을 연재했던 만큼 쓰고 싶은 게 많아졌거든요. 현생이 바빠지면 일정한 텀을 유지하지 못하겠지만 쓰고 싶은 건 다 써 볼 생각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많았는데 가끔 이곳 댓글 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즐거움을 얻어갔어요. 여기까지 함께 달리시느라 수고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ㅎㅎ. 마지막으로 호일호 TMI 하나 뿌리고 물러나겠습니다.
<결말 B 호일호 앞으로의 TMI>
김석진은 머글세계의 대학원 같은 곳에서 지팡이학 전공 중이다. 희완이의 양해를 구하고 자료를 받아 '마법이 지팡이에 끼치는 영향 - 호크룩스 마법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김남준은 약초학 교수직을 준비하면서 호그와트에서 약초학 조교로 일한다. 하지만 민윤기의 편지를 받고 루마니아에 갈까 고민 중이다.
임시완은 최근에 보바통에서 최연소 교수로 발령 받았다. 과목은 '마법의 역사’
정호석은 가문에서 독립해서 머글세계로 갔다. 마법세계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만들기 위해 작은 카페를 준비 중이다.
이지은은 퀴디치 선수가 되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세레머니 또한 준비 중이다.
김예림은 ‘유앤아’에서 차 공부하면서 일하는 중이다 머글 출신 마법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마법사단체를 만들었다.
배유빈은 아버지를 따라 마법부에 입사했다. 부업으로 소설도 쓴다. 후에 베스트셀러가 될 예정.
유시아는 보바통을 졸업하고 아버지를 따라 입사했다. 후에 유빈이 속한 부서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유빈과 만나게 되고, 예림이 만든 단체에 들어간다.
현승희는 빗자루 척척박사가 돼서 빗자루 가게를 차렸다. 후에 정말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전정국은 마법부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거절했으나, 희완이에게 호되게 야단맞고 결국 마법부에 입사했다. 예림이 하는 사회활동을 지원을 기점으로 각종 마법사 단체에 관련된 부서를 만들어 마법부를 바꿀 우수한 인재로 거듭나는 중이다.
김희완이는 마법사인권진흥회 간부를 맡아 머글 출신 마법사들이 마법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머글세계에 영원의 집2, 3을 지어서 T라는 이름으로 후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지민은 김희완 비서가 됐다. 말이 비서지 잔심부름꾼이다. 주로 영원의 집과 관련된 일을 도와준다. 머리색은 여전히 분홍색이다.
강례원은 명문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해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으며, 리원으로 인해 마법세계의 존재를 알게 된다. 희완이 마법세계에 있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강리원은 머글세계의 공부를 시작해 례원과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머글 심리학을 전공해서 마법세계에 적용하며 연구할 생각이다.
희완이와 뷔, 로운과 태형이, 그리고 정국이와 지민이, 윤기, 호그와트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말이 어떻든 그들은 함께 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마지막까지 가슴 속에 품고 있을 거예요. 저 또한 마찬가지로요.
지금까지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장난 아니고 언제나 진심이었던 독자님들의 나비 육일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