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7/윤제X준희] 엇갈림 02 | 인스티즈](http://img684.imageshack.us/img684/7587/0411ff0ff217ae1db2c4475.jpg)
present; J
"준희씨? 강준희씨?"
"아, 네."
"강준희씨 요즘 왜 그러나? 퇴근 시간 다 됐는데."
"아, 벌써…, 그런데, 다들 어디 갔습니까?"
"오늘 회식 있어가, 다 글로 모였다 안하나. 준희 씨도…아이 아이다, 몸도 안 좋아 뵈는데, 집 가서 쉬라."
"괜찮은데…."
"됐다 됐다. 얼굴도 허옇게 뜨갖고 어딜 나올라카노. 오늘 또 술 진창 마실 게 뻔한데. 편히 쉬고, 내일 늦지말고 나온나."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책상 위가 너저분하다. 지금 치우기엔 너무 피곤하다.
그렇다고 집에 가면?
너저분한 내 머릿속의 윤윤제가 너무 피곤하다.
"왔나."
"피곤하다."
"…배는 안고프나."
"별로"
쳐다보지도 않고, 도어락 소리만 듣고 말하는 윤윤제. 그리고 그 이상의 대화는 없다.
교제한 지 15년, 동거한 지 8년
4년제 대학 들어가 다이렉트로 취직까지 마친 윤제가 웃음을 함박 띄우고 같이 살자며 안길 때는
나도 얼마나 한껏 웃으며 윤제를 안아 주었나,
이제는 가물한 기억을 슬며시 끄집다 다시 구석에 처박는다.
윤윤제, 너 변했어.
"준희야, 커피 마실래."
"한 잔만 줘."
자기가 물어보고는 흠칫 놀라며 주전자에 물을 붓고 렌지에 불을 올린다.
그렇겠지. 저건 진심으로 묻는 게 아닌, 윤윤제가 하는 일종의 '인사'다.
저 말에 내가 커피를 달라 한 적은 지금이 최초고.
그래서 놀란 게 뻔하지.
그리고 또다시 정적.
너무 오래 지내면 할 말이 없어지는 건지.
원래 말이 끊기면 억지로라도 얘깃거리를 끄집어 대화를 주도하던 윤제가
이제는 내 말이 끝나면 그대로 뒤돈다.
나는 회계 서류를 뒤적이고, 윤제는 그 근처에 앉아 헤실헤실 웃으며 방해가 될 정도로 말을 거는 것.
이 일상에서 탈피한 지가 그리 최근은 아니다. 지금도. 저리 멍 하게 뭘 생각하는지.
"야, 윤윤제!"
"에? 와 부르노."
"물 끓는 기 안보이나. 니 뭔 생각을 그리 하는데? 아주 혼이 쌔 하고 나가기 직전이다."
"그냥 뭐…."
그냥 뭐, 그냥 뭐.
그냥 뭐 어쨌다는 건지 말을 해라.
망할 윤윤제.
"니 요즘, 맨날 멍한 거 알고 있나."
"…그랬나. 미안하다."
"또 뭐가 미안한데…. 니 요새 이상하다. 회사 일이 그리 힘드나."
"아이다. 신경 안 써도 된다."
신경? 그래. 말 잘했다.
요즘의 너는 내게 무신경하다.
내가 너의 뭔데? 윤윤제 너에게 강준희는 대체 어떤 존재길래.
"…윤윤제, 니는 내가 뭘로 보이는데."
"뭐 말인데?"
"…야, 니 뭐하는 긴데. 지금 내가 니랑 장난하려는걸로 보이나."
"미안타."
미안타, 미안타
뭐가 미안한지는 알고 저렇게 쉽게 내뱉는지
나 너 사랑해 윤윤제.
"하, 윤제야."
"……와."
"우리, 그만 할까."
근데, 이제는 안되겠다.
"그만 하자. 지친다."
"강준희. 너 또 왜 그러는데."
"너 나랑 잔게 언젠지는 아나."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가. 야, 그건 요새 내가 힘들어서…. 그럼 지금 하까."
"윤윤제!"
난 너의 이런 무신경함에 질린 거야.
/
Past ; J
"윤제야. 배 안고프나. 매점 안 갈래?"
"배 고프나."
"아니 그냥, 사이다 먹고 싶어서."
"그 배맛나는거?"
"응. 축배사이다."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다. 시원이 데리고 갈까."
"야 윤윤제."
"어?"
"우리 지금 사귀는 거다. 매점은 데이트 코스고."
"근데?"
"데이트에 제삼자 끼는거 봤나. 자! 손 잡으라. 빨리."
"까분다."
"아 빨리 잡으라!! 내 혼자 민망하게 계속 이리 뻗고 있어야되나."
"머스마끼리 손붙잽고 댕기는기 더 민망한 거 모르나."
너는 멋쩍게 웃으면서도, 내가 뻗은 손을 잡아줬다.
1997년의 연애는, 그 때 마신 사이다처럼 톡 쏘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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