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들 점심 맛있게 먹고 다음주에 봅시다~"
휴, 머리 터져서 죽는 줄 알았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연지야, 점심 맛있게 먹어!하는 동기들을 보며 그래....하고 처연하게 쳐다보는 연지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옛다, 하고 5000원을 던져줄 만큼 처량해보였다.
연지는 2학년 1학기 개강한 이래로, 줄곧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고있다. 이유인 즉슨, 식권을 사놓고 같이 먹기로한 친구가 돌연 휴학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엔시티 덕분에 덕질에 현생이 방해된다나 뭐라나. 사놓은 식권이 아까워 연지는 결국 점심시간에 혼자 밥먹기를 자청하고 있는 중이다. 아, 학생식당 진짜 맛없는데. 그래도 오늘은 수요일이니까 그나마 맛있는 메뉴가 나오니 다행이다. 내가 학생 식당에서 밥을 해결하느니 차라리 삼시세끼를 라면으로 먹고말지, 하면서도 발걸음은 학생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아 진짜, 또 왜이렇게 먼거야. 문은 또 왜이렇게 무겁고, 잔뜩 투덜거리며 연지는 식권 바코드기에 자신의 식권을 댔다. 이내 확인되고는 밥을 받으러 가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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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씨... 저 연지씨랑 같은 물치 2학년 김정우라고 하는데요... 제가 지갑을 놔두고와서 식권도, 돈도 없는데 혹시 이번에 한번만 사주실 수 있으세요...?
저 어차피 같은 과고 또 오후수업도 같이 들으니까 나중에 집 가면 돈 바로 드릴게요!! 부탁드려요..."
기억이 날듯, 말듯한 얼굴이다. 김정우라고 했었나? 동기들이 하는 말로는 공부를 꽤나 잘한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과에서 특출나게 튀지는 않는듯하다. 물론 아싸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내가 생전 처음 말을 터보는 이사람에게 밥을 사줘야하나? 확실히 같은 과면 모두 같은 수업을 들으니 튈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4500원이 누구집 개이름인가, 땅을 파봐라 4500원이 나오는지.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는 이내 정우를 보고 얘기한다.
"못 미덥긴 하지만... 알겠어요, 나도 정우 씨도 오후수업 가려면 빨리 밥 먹어야 하니까. 대신 진짜 집 가면 바로 주셔야해요, 한번 채무관계는 다 갚을 때까지 못 벗어나요."
"알았어요, 진짜 고마워요 연지 님!"
밥을 먹을 생각에 신난건지 김정우는 연신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정우와 나란히 식판을 들고 서있자 정우는 나에게 은근 말을 걸어왔다.
아까 해부학 완전 어렵지 않았냐고, 자기는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먹겠다고. 나는 속으로 그러면서 공부는 잘하잖아, 라고 생각했다. 배식을 다 받고는 남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정우는 내가 앉은 곳 맞은편에 자리가 있는걸 확인하고 냉큼 앉았다.
"미안해요, 내가 사실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혹시 괜찮으면 밥 같이 먹어도 돼요?"
정우는 연지를 보며 말했다. 아,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밥 먹는 거 싫은데. 하지만 연지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사실 남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지만, 저 스스로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창피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 어차피 혼자 먹는 것보다는 같이 먹는게 남들 보기에도 더 나으니까. 이참에 그냥 계속 같이 먹자고 한번 해볼까? 하다가 아니, 하고 고개를 젓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저 23살이에요. 98년생이에요, 연지님보다 한살 많을걸요? 재수했거든요.
그래요? 몰랐네요, 같은 과인데.
상관없어요, 이제부터 알면 되죠.
밥을 같이 먹으며 정우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이상하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데. 정우는 왠지 모르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저 사람 좋은 미소. 그 미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홀렸을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이런 생각에 멍 때리고 있던 찰나, 정우가 이만 다 먹었으면 나가자며 연지를 재촉한다. 나는 그러자며 식판을 퇴출구에 놔둔다. 물을 먹으러 식수대로 가려는데, 한발 앞선 정우가 컵 두개를 꺼내 양손으로 물을 받고 나에게 준다.
아, 감사합니다.
뭘요, 저야말로 밥 사주셔서 감사하죠!
하고 정우는 힐끗, 시계를 본 후 연지에게 말한다. 저희 임상운동학 수업 시작 15분 남았는데 얼른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 안 먹으실래요? 제가 밥 사주셔서 너무 감사해서요.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요.
순간 연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지갑을 안 들고와서 나한테 밥을 얻어먹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니?
"사주시면 감사하죠. 근데 지갑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정우는 아, 하고 얼빠지는 소리를 냈다. 아마도 자신이 지갑을 안 가져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한 말인듯 하다. 정우의 귀 끝이 새빨개졌다. 아,아니 그게... 제가 깜빡했네요.제가 지갑을 안 들고온 거, 하하하
공부 잘한다더니, 은근히 허당끼가 있는 것 같네. 하고는 생각하며 자연스레 정우와 함께 강의를 들을 건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맞다. 돈을 받으려면 전화번호라도 알아야하지 않나? #연지는 갑자기 우뚝,하고 섰다.
"정우 씨, 휴대폰 번호 주세요."
"네...? 휴,휴대폰 번호요?"
"네. 계좌번호 보내려면 알아야할 것 같아서."
순간 정우의 귀가 다시금 새빨개진 것 같은건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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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만 하다가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저도 하나 쪄봅니다...
이상한 점이나 마음에 안 드는 점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전문적인 글쓰는 학도가 아니라서 많이 모자라요ㅠㅠㅠ
정우가 물리치료학도인 이유눈... 제가 물리치료과 학생이기 때문이에요^^ ㅠㅠ 못난 글 댓글 써주시고 포인트 받아가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