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3일 그리고. 02
"근데 그 사람 어느 정도는 나이 있어 보이던데?"
"그렇긴 하지? 많으면 한......33? 35살? 정도 되지 않을까?"
"뭐..그 정도....야 근데 33살이면 너랑 7살 차이야"
"뭐 어때. 연락 올까?"
"잘도 오겠다? 종잇값 배상해주시죠~하고"
"하... 나 같아도 안 할 것 같긴 해. 진짜 내 스타일이었는데..."
"애가 연애를 오래 쉬더니 불도저가 다 됐어...."
강준은 턱을 괴고 한숨을 쉬던 나은을 보며 고개를 저었고 나은은 이내 손을 번쩍 들어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강준과 가볍게 술을 마신 나은은 집에 돌아와서 의자에 폭 하고 쓰려졌다.
"또 보고 싶다......."
풍기는 분위기에, 강아지상에, 결정적으로 얼굴과 반대되는 낮은 목소리까지.
나은은 한순간에 그 남자에게 푹 빠져버려 한참을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날 이후, 나은은 정시퇴근을 하는 날마다 그 카페로 향했다.
그렇게 꾸준히 2주 동안 5번째 출근 도장을 찍었을 때인가.
나은이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2주 전과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순간 나은은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봤고 겨우 정신을 차린 채 천천히 다가가 이번엔 남자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자리가 있는데도 자신의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 남자가 노트북에서 눈을 떼 나은을 처다봤다.
둘의 눈이 마주치고 남자도 나은을 알아봤는지 조금 놀란 눈치였다.
"5번째에요"
"네?"
"오늘이 5번째라구요. 그 쪽...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아무튼 마주치려고 여기 온 거요"
"아....."
남자가 당황해 눈을 피하자 나은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다시 건넸다.
"제 명함 버리셨죠?"
"아...정말 괜찮습니다"
"진짜 버리셨어요?"
"......아니 그게...."
"밥 한 번만 사게 해주세요"
"정말 안 그래도 되는 일이에요"
"알아요"
"....예?"
"아는데 그건 그거고 그 핑계로 그쪽이랑 밥 먹고 싶어서요"
"........"
"설마 여자친구 있어요?"
".....아뇨. 그건 아닌,"
"저녁 안 먹었죠?"
남자는 나은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저기요"
"네"
"저 몇 살인 줄 알아요?"
"저는 몇 살인 줄 아세요?"
".....아뇨"
"어차피 서로 나이 모르는 거 저녁 한 번 먹는 게 어려워요?"
"하....20대죠?"
"네"
"저 서른여덟이에요"
"와...."
남자가 나은의 반응을 보고는 이제 됐겠지라는 마음으로 노트북으로 눈을 돌리는데 남자의 고개를 다시 들게 하는 나은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진짜 동안이시네요"
"....네?"
"저는 많아도 33살이신 줄 알았는데..."
"....그게 답니까?"
"네! 아, 보이기엔 31살처럼 보여요"
"하.....20대라고 했죠. 29살이라고 해도 최소 9살 차이라는 얘기에요"
"근데 자꾸 나이 얘기하시는 거 보면 제가 막 싫지는 않으신가 봐요?"
"....그게 얘기가 왜 그렇게 됩니까"
"아니, 싫다고 하면 되는데 계속 나이 핑계 대시길래요"
"싫..."
"근데 싫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시작도 안 했는데 차이긴 싫으니까"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에요?"
"아니요. 근데 저 진짜 저녁 한 번만 먹고 싶어서요. 제가 살게요"
".......하...."
남자가 한숨을 쉬더니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은이 그에 시무룩해져서 숨을 내쉬는데 남자는 짐을 다 챙기고 나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요?"
"네?"
"안 가요?"
"......지금 우리 저녁 먹으러 가는 거에요?"
"안 갈 거면 나 혼자 갈게요"
"아니요, 가요!"
일찍 왔죱? ㅎㅎㅎ
원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이 글은 계속 달려갈거에요 제가 머리가 돌아가는 한....
여주인공 이름은 같이 드라마 찍고 계신 가영님하고 비슷하게 가고 싶어서 흔한 이름인 나은이로 정했습니당~
(성격도 드라마 여주인공하고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수요일 결방 너무 슬프쟈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