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의 방문 전에 치밀어 오르던 구토감과 욕지기가 그의 방문후에 감쪽같이 사라졌다.계속해서 터져나오는 피식피식하는 실소와 함께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시동안 그 자세로 앉아있다가 제정신을 차리고는 일어서서 옷을 벗었다.
속에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 한장을 걸친 채로 경기기간 내낸 입고 있었던 태극마크가 그려져 있는 자부심을 주지만 그것 단 하나 자부심 이외에 더 큰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 속으로 저 자신을 몰아넣었던 옷을 곱게 개어 옷장에 넣었다. 단순한 태극마크와 마주했을 뿐인데도 쑨양과 만나기 전의 기분으로 돌아가려 하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신뢰해주었던 국민들을 위해 애썼지만 결국 결과는 은메달 두개였다. 더군다나 한 종목에서는 메달조차 획득하지 못했다. 경기 결과가 나오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들 사이에서 느꼈던 압박감과 애써 웃으며 만족합니다. 은메달도 소중한 제 메달이니까요. 한마디 내뱉을 때 입안을 가득 매웠던 씁슬함이 다시금 저 자신을 휘감았다.
24살. 세상의 온갖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다. 그런 나이임에도 오천만이 넘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그 신뢰를 져버리는 상황이 닥치면 언제 그랬냐는듯 냉정히 돌아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두려워 제 몸을 웅크리고 속으로 삭히며 웅크린 고슴도치마냥 살아가야 하는 저가 불쌍했다.
가슴 한 구석이 다시금 먹먹해지고 눈가가 달아오른다. 어디 한구석 하소연할 곳이 없다.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더 이상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도 죄송했다. 계속해서 번져가는 자책감과 저란 놈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멈추기 위한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벌떡 일어나 수트케이스에서 섬유유연제의 향내가 물씬 풍겨오는 스트라이프 남방을 하나 꺼내어 코에 박고 흐읍! 하는 소리와 함께 달큰한 향내에 취했다. 그 향내에 만족한듯 방싯방싯 웃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늘의 제 자신은 왜 그렇게 감수성이 넘쳐나는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로맨스 소설 몇구절을 읽고 끅끅대며 우는 사춘기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코 끝을 찌르는 익숙한 섬유유연제 향내에 급격히 엄마라는 사람이 그리워졌다. 따뜻한 품에서 외치고 싶었다. 지금의 제 자신은 외롭다고,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실행할 수 없는 바램이었다.
갑갑해져오는 먹먹한 가슴에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먹으로 제 가슴을 세게 치는 일 뿐이었다.
제법 크게 울리는 퍽퍽 소리와 아프지도 않은지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은채로 계속해서 먹먹해져오는 가슴을 주먹으로 쳐대었다.
"
으으...으흐으..."
앙다물고 있던 입이 벌어졌다. 이로 입술으 짓이겨 봐도 한번 터져나온 소리는 멈출 생각을 안했다.
퍽퍽하는 소리와 간헐적인 앓는 소리가 문 밖에 쭈그려 앉아있던 쑨양의 귀에 들렸다. 제가 그의 방에서 나온 이후로 줄곧 조용했던 그의 방에서의 퍽퍽하는 과격한 소리와 분명 그의 목소리임에 틀림없는 앓는 소리가 제 양 귀에 또렷이 들렸다.
"My Park...." 괜스레 한번 읊조려본다. 그러곤 오랫동안 쭈그려 앉은 탓에 뻣뻣해진 다리를 죽 펴고 일어선다.
"들어가도 되는걸까? 너무 친한 척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해할까? 아니면..음.."
웃겼다. 이미 몸은 문 앞에 서있는 주제에 그 커다란 손은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는 주제에 혹시나 어디가 아픈건가 하는 걱정에 심장이 쿵쿵대고 있으면서 망설이는 저 자신이 참 웃겼다. 결국은 문고리를 한번 잡아당겼다. 문이 잠겨있을 때 나는 차가운 철컥대는 소리 대신 문이 열리며 바닥과 가볍게 마찰하는 쇳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퍽퍽 대는 소리가 더 커졌다.
"Park?" 용기내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이판사판 공사판.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으흐으...우으--"
젠장. 말 그대로 정말 젠장이었다.
문 앞에서 그대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항상 멋지고 커보였던 그가 숨겨왔던 모습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귀 속에 하나하나 박히는 퍽퍽대는 소리와 앓는 소리에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온 사지에 힘이 풀린듯 주저앉아 어디를 바라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시선을 하고 멍하니 가슴팍을 쳐대며 힘없이 열린 입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앓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Park.........)
작게 집안을 울리는 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쳐다보지도 않는다. 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안쓰러움과 격한 감정에 (Park!!!!!!) 하고 소리쳤다. 그에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들어 자신을 빤히 쳐다본다. 시선의 끝만 변했을 뿐 계속해서 가슴팍을 치는 손과 흘러나오는 소리는 멈출줄 몰랐다.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서 묻자 흡사 아까전의 제 모습마냥 가득 눈물 고인 눈동자가 데굴데굴 구른다. 정신을 차릴 기세가 없어보여 답답해지는 기분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턱턱 막혀오는 기분에 평소의 저답지 않게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야?!! 아프잖아!!!)
제 손에 확 감겨오는 손목을 낚아채버렸다. 이걸로 물리적인 고통은 느껴지지 않겠지. 우선은 한 숨 던 기분이었다. 새카맣게 자신을 빨아들일 듯한 혼란을 주는 눈물 고인 눈에 다시금 숨이 막혀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에게 손묵을 잡힌채로 저를 빤히 쳐다보기만 하던 그의 입이 열렸다.
(내가....지금...숨을 쉬고..있어?)
더듬더듬 뱉어지는 떨리는 목소리에 이번엔 제 입이 다물어졌다. 이 사내가 정작 묻고 싶은것이 정말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인지 같은 입장에 처한 또 한사람에게 저에게 닥쳐오는 여러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제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은 그 속에서 잘 버텨내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건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숨...쉬고 있어. 아주 잘, 멀쩡하게 숨쉬고 있어.)
자신에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의 안쓰러운 모습을 계속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고역이다. 그리고 현재 무너진 그의 모습을 본 것은 자신 뿐 이었다. 위로해 줘야한다는 변명 속에 꽉 안아주고 싶다는 소망이 치켜들었다. 포옥 하고 작게 안긴 사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정말? 제대로...숨쉬고 있어:? 숨이 끊어져서..죽을 것 처럼 보이진..않아?)
젠장, 이 사내는 왜 이렇게 저를 화나게 하는가.소중히 보듬어 사근사근 다정히 내뱉으려던 말을 결국 고함으로 바꿔버리는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죽는다던가..그런 말 하지마.) 한마디 하고 침을 살짝 삼켰다. 그러곤 줄곧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내가...옆에서 같이 숨쉬고 있을 거니까...괜찮아...)
제 한마디에 힘을 풀고 안겨오는 사내의 모습을 보면서 듣는 것 만으로도 괴로웠던 끙끙 앓는 소리가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바뀌는 것을 들으면서 자신의 가슴팍에 놓인 머리를 아까의 그처럼 부드럽게 매만졌다.
*작가 사담*
오늘은 이상하게 양이 길어졌네요!ㅋㅋㅋ4화 부터는 다시 조금씩 조금씩 올릴게요~
그리고 1화부터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은 분위기 전환이 큰 편이예요.
박태환 선수 시점일 때와 쑨양 선수 시점일 때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박태환 선수 시점일 때는 진지진지모드예요. 쑨양 선수 시점일 때는 헐랭한 그런 모드구욬ㅋㅋ
그런데 오늘은 두명 시점 다 진지진지모드네요@ ㅎㅎㅎ
아그리고 추가 질문 하나 드릴게요! 글 쓴걸로만 보면 몇살정도로 보이세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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