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분 나빠 할 일이야?
자철이 옷자락을 내리며 물었다. 침대 위에 멍하니 누운 성용은 말이 없었다. .. 글쎄. 씹을 수 있는 일이었는지 몰라. 그냥 울컥하더라고. .. 그냥 잊어버려. 자철이 웃으며 침대에 앉았다. 몰라 그냥. 머리가 돌더라고.. . 요새 뭐 하냐.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몰라, 말하지마. 성용이 자철의 옷자락을 꾹꾹 댕겼다. 꼬인 기분이야. 뭐가? 병신아. 모르니까 이러지. .. 너도 참 지랄이다. 무슨 걱정이야. 성용이 자철을 빤히 바라보았다. .. 넌 내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 아니. 문제 있지, 침대만 들어가면 환ㅈ..
나가 이 새끼야.
성용이 짜증스럽게 발로 밀어버리자 자철이 낄낄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 경기 하다 선수들이랑 좀 붙었어? 그만 물어라. 형아 힘들어. 형은 무슨, 개 같은 새끼가. 자철의 말에 답할 힘도 없이 지쳤다는 듯 성용은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자철이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을 굳혔다. 성용은 언제나 생글거리는 웃음이 사라지면 속내를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철이 딱 그랬다. 평소에도 아무리 밀어내도 끈덕지게 붙고, 굳은 표정으로 쓰러진 자기한테 오고 .. . 무슨 생각하냐. 나 멋있어서? .. 시발. 성용이 냅다 욕을 뱉어냈다. 진짜 알 수 없는 새끼.
.. 너 요새 이러는거 다 알아. 그냥 솔직히 불어.
진짜 아무 일도 없어.
.. 청용이랑 무슨 일 있냐?
청용이? .. . 성용이 되물었다. 그러게. 나른하게 눈을 꿈뻑이는 성용이 눈을 서서히 떴다. .. 아무 일 없어. 그리곤 뒤척이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뭐하려고. 씻을거야. 자철이 문을 닫고 들어가는 성용을 보고 저 멀리 배게 아래에 묻어놓았던 핸드폰을 꺼냈다. 패턴 하나 잠기지 않은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자철은 메신저에 답으로 온 글을 보고 주춤거렸다.
김주영
- 너 아직도 청용이랑 그러냐? 갑자기 왜그런데.
아. 자철이 작게 인상을 썼다. 그간 많이 못 봤다더니 사이가 벌어졌구나. 자철은 볼을 긁적거리고는 잠깐 방에서 나와 옆 방에 주영의 방으로 향했다.
*
.. 구자철?
얼른 와. 기다리다 지치겠어. 성용이 목욕 타월을 걸이에 걸고 조심히 걸어나왔다. 침대 앞 티비에 앉아 맥주 캔을 따는 자철의 모습이 어쩐지 청용과 비슷했다. 괜히 입술을 물고서 자철의 옆에 앉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거 습관이더라. 스트레스 많이 받는 다며 요새. 조심 좀 해. .. 엄마도 아니고. 내심 기분이 좋았다. 성용은, 실없이 웃으며 맥주를 입에 물고 들이켰다. 속상했다. 청용과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아닌 다른사람과, 그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추억이 더 많이 늘어난 다는 것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 자철아.
엉.
나 솔직히 말해도 되?
그걸 기다린거야. 자철이 웃음 하나 없는 얼굴로 성용을 바라보았다. ..나, 청용이랑 섹스도 해봤거든. 자철은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되려 속이 골이 든 기분이었다. 섹스 했었구나. 어쩐지 이청용, 그 새끼 기세등등하더니.. 저도 모르게 찌푸려진 미간을 핀 자철이 성용에게 말했다. 계속해봐. .. 한 두번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어린 애도 아니고. 괜한 감정놀이를 한거야. 걔랑 나랑.
.. 청용이는, 사랑하는 사람 있는데. 내가 모른거야.
.. 그러냐?
자철은 머쓱한 기분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금 붉어진 눈가가 눈에 박혀서 자철이 헛기침을 했다. .. 내가 무리한 얘기 시켰냐? 아냐. 존나 답답하긴 했으니까.. . 야, 기성용. 너 좀 자라. 지금 저녁이니까 이따가 깨워줄게. 성용이 자기는 무슨. 하며 웃다가 이내 침대로 들어갔다. 자철은 불편한 마음으로 성용을 바라보다가 이내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침대에 누워 문소리를 듣던 성용은, 청용에 말을 곱씹었다.
ㅡ잘 생각해 기성용, 니가 누굴 원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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