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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자동차, 사과, 모자 - 이이언

 

 

 

 

 

 

 

 

 

 

 빼곡하게 시장 바닥을 메운 사람들, 그리고 이따금씩 들리는 마이크의 귀 따가운 소리. 이탈음이 날 때마다 무대 위 남자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는다. 멀끔하게 흰 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 차림을 한 두 남자. 여름 바람이 그들에게만 스쳐간 듯, 흰 셔츠의 소매가 선선해 보인다. 부드러운 머리칼을 연신 넘기며 마이크를 받아든 둘은 관객석을 한 번 훑는다. 관객석이라고 해봐야 채소 가게 앞 시장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그들은 유독 해맑은 얼굴이다. 목을 가다듬는 사이, 반주가 슬며시 흘러나온다. 둘은 자연스레 서로를 향해 눈을 맞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흐뭇하게 웃어준다. 마치 무대 전 구호를 외치는 미식축구팀처럼, 든든하게 고개도 끄덕여준다. 상냥한 그 눈빛에는 화이팅, 잘하자, 등의 단어가 번갈아 나타난다. 그리고, 둘만의 무대가 시작된다. 선선한 여름 바람과 가판대 해산물의 비린내, 그리고 간간히 섞인 채소의 흙내와 함께 노래가 잔잔히 흘러간다. 그들의 부드러운 음성이 시장 전역으로 느리게 퍼져간다.

 

 

 

 

 

 

 

여름 이야기

리튼바이. 일락

 

 

 

 

 

 

 잔잔하게 석양이 든 채소 가게 앞, 백현과 경수는 자신들의 간이 무대를 수거하기 바빴다. 해 지기 전에 해야 할 텐데. 두둑하다 못해 철렁거리는 백팩에는 오십 원짜리가 가득쌓여 있었다. 그들은 묵묵히 플라스틱, 종이, 하드 바의 미끈한 비닐 따위를 청소했다. 드글대던 관객석은 눅눅한 시장 바닥으로 돌아가 자질구레한 물품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좀 치우고 가 주시지. 경수는 쭈삣한 원망이 입술 사이로 나오려는 것을 꾹 삼켰다. 허리를 숙이고 감귤 박스를 접던 백현이 경수를 돌아보며 물었다.

 

 

"밥 먹고 갈래?"

"어디서요."

"시장 입구에 작은 국밥집 있던데."

"돼지 국밥요?"

"응."

"그래요. 먹고 가죠, 뭐."

 

 

 오늘은 수확도 좋으니까요. 뒷말은 입 안 내벽을 잘근잘근 씹느라 미처 내뱉지 못한다. 사실 의미를 담고 하려던 말도 아니었으니. 내뱉었다면, 형은 피식 웃으며 말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까 꼭 간이 무대로만 연명하는 사람들 같잖아. 나는 또 웃으며 반박할 것이다. 틀린 말도 아닌데요 뭐. 그리곤 정적. 나는 어제처럼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쭉 기지개를 폈다. 우리는 형과 나, 둘만의 무대를 간이 무대라고 불렀다. 형은 아직 이름을 떨치진 못했지만 음반까지 여러 번 낸 정식 가수이고, 나는 작은 학원을 차려 가수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4년차 실용음악 강사이다. 그런데도 자주 둘만의 간이 무대를 여는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 겠고, 하고 싶고. 대개 간이 무대는 매우 간단히 결정된다. 백 프로가 형의 제안으로 결정돼버린다. 여기서 할래? 네. 이 곡으로 할까? 좋아요. 정말 이 뿐이 대화의 끝일 정도로, 간이 무대에 대한 회의는 매우 단조로이 끝난다. 

 

 

 

 

 

"애들은 요즘 좀 어때?"

 

 우리는 조금 한적한 시장을 걸었다. 진한 석양이 무뎌지고, 버석한 어둠이 슬슬 내려앉을 즈음이었다. 시장에서 간이 무대를 하게 되면 이런 점이 참 좋았다. 형과 사는 이야기를 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 해산물이 가득한 가판대와 벌건 조명도 없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도 없다. 군데군데 채소나 과일, 양말과 속옷을 파는 가게가 보이긴 하지만, 주인이 길목까지 내려와 피켓이나 확성기를 들고 홍보를 하진 않는다. 낮처럼.

 

 

"그냥, 원래 멤버인 혜진이랑 민석이는 참 잘해요. 실력도 엄청 늘었구요. 그런데 새로 들어온 애들이 문제예요."

"새로 들어온 애들?"

"네. 제가 예전에 말 안 해줬어요? 김종대랑 김종인이라고. 처음에 쌍둥인 줄 알았다니까요. 이름만 보고. 실물 보곤 딱 아니란 거 알았지만. 아무튼 걔넨...장난이 너무 심해요."

"장난? 너한테?"

"네. 맨날 가르칠 때마다 기 빨려요. 노래보단 저한테 관심 있는 것 처럼, 꼭.."

 

아차. 나는 급하게 형의 눈치를 살폈다.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순한 눈매. 어둑한 길목의 차분한 갈색 머리. 나는 형과 눈을 맞추며 멋쩍게 실실 웃었다.

 

"그냥, 어..., 노래는 되게 잘하는데 원체 장난이 많은 애들 같아요. 맨날 민석이한테도 그렇고..장난치는 거 보면."

 

또 다시 아차. 꼭 해명처럼 들리잖아.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음을 다시 상기한다. 나는 어색함에 간간히 웃기만 했다.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내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언제 한 번 올라가서 얼굴 좀 봐야겠다."

"네, 그래 주세요. 가끔 올라와서 애들 좀 가르쳐 주시구요."

"내가?"

"네. 저보다 노래 잘하시잖아요. 자존심 상하게!"

 

투정과도 같은 내 말에 형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나는 그 옆태를 오래도록 쳐다 보았다. 둥근 귓볼, 차분히 내려 앉은 갈색머리, 갈색머리. 형의 머리칼을 쓸어보고 싶다는 충동과 함께, 또 다시 가슴이 뛰었다. 나는 홱 고개를 돌리곤 눈 앞의 희미한 불빛과 뿌연 연기를 쳐다봤다. 직감적으로, 저 곳이 형이 말한 국밥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장 입구의 국밥집. 기억해야겠다.

 

"거의 다 왔네요. 저기 맞죠?"

"아. 맞아. 어떻게 알았어?"

"딱 보면 척이죠. 제가 누구예요. 바로,"

"도경수."

"네?"

 

 나를 부름이 아닌 것을 안다. 아는데 대답을 해 버렸다. 가슴이 꼭, 어릴 적 엄마가 빨랫 방망이를 거세게 내리칠 때처럼 뛰었다. 쿵쿵쿵. 형의 입에서 흘러 나온 내 이름이 낯설고, 애틋하고, 간지럽다. 정말 죽을 것 같다. 좋아서.

 

"형. 저 형 많이 좋아하는 거 알죠?"

"그랬어? 몰랐네.."

 

 진심이에요, 형. 정말요. 호탕하게 호선을 그리는 입과 얄쌍하게 휜 눈이 나를 보고 웃는다. 진짜라고, 정말이라고 억울하게 소리쳐야 하는데,ㅡ그래도 형은 장난으로 받아 들일 것을 안다.ㅡ 그를 따라 웃어 버리고 말았다. 형의 웃음은 신기한 힘이 있다. 항상 하려던 말을 못하게 하고, 나오려던 화도 가라 앉게 하고, 사람을 더 좋아지게 하고. 해사한 웃음을 보다 보면 가끔 죄 짓는 기분도 따라 든다. 

 

"국밥 두 개만 주세요."

"그랴. 뭐 더 필요한 건 없구?"

"네, 괜찮아요."

 

 형은 둥글게 말려 나온 물수건으로 손등을 닦았다. 그리곤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자켓을 벗어 옆의 의자에 걸쳐 두었다. 형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만 있던 나는 안 더워? 옷 안 벗어? 하는 형의 말에 허겁지겁 옷을 벗었다. 재빠르게 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 놓고 나니 새삼 오바한 것 같아 식은 땀이 났다. 국밥집은 소박했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터라 손님이 많을 법도 한데, 이 시간대에 손님은 우리 둘 뿐이었다. 주방의 덜그럭거리는 냄비 소리, 달달거리며 회전하는 선풍기 소리, 살짝 열린 미닫이 문으로 들어온 미약한 거리의 소음. 일상의 소리가 형과 나를 감싸며 나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녹진한 몸 위로 사무친 소음에 나른해진 건 비단 나 뿐이었는지, 형은 졸려 하는 나를 보고 옅게 웃었다.

 

"많이 졸린가 보네."

"네..무리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졸려요."

"밥 먹고 집 가서 자자."

"네에."

 

 눈을 비비는 사이 아주머니가 큰 쟁반에 국밥 두 개를 가지고 나오셨다. 아주머니는 국밥을 내려 놓으시며 많이 먹으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닌, 잔뜩 힘을 담아 하신 말이니 당부였다. 꼭, 많이 묵어. 특별히 많이 얹어 줬응께.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젓가락을 말아 쥐며 형을 한 번 흘깃 훔쳐 보았다. 젓가락을 쥔 길고 깔끔한 손 마디마디를 보고는, 제 손을 앞 뒤로 펼쳐 보며 부끄러움에 잠긴다. 손가시도 삐죽삐죽, 손톱도 아플 만큼 짧은 내 손. 그에 비해 예쁜 형의 손. 찰박찰박, 척척한 소리가 울릴 것만 같다. 마음이 뭉근하게 떠오른다. 훅 몰려오는 더위에 나는 얇은 셔츠를 파닥파닥 흔들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익진 않았을까. 물수건 덕에 차가워진 손등으로 뺨을 식힌다. 허기가 단숨에 날아가는 기분과 함께 눈 앞의 형이 미칠 듯이 좋아진다. 형을 관찰할 때마다, 어쩜 하나같이 다 설레고 좋은지. 흔히 있는 순간들이지만, 역시 면역은 생기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정말 내가 이 사람과 함께라니. 존재 자체와 날 향한 눈빛 한 번으로, 행복감에 겨워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형, 맛있어요? 나는요, 형이 먹는 것만 봐도 좋아요."

 

 후루룩, 국물을 들이키다 말고 웃는 형. 숟가락을 놓고 입가를 닦는 형을 나는 빤히 본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죽는 사람처럼, 애절하게 눈을 맞댄다. 어서 먹어. 식겠다. 정말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만, 형, 저 방금 국밥한테 질투 느낄 뻔 했어요. 내뱉지 못한 진심은 국밥 대신 식도를 꾸역꾸역 넘어간다. 배가 고프지 않다. 대신 터질 듯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가득 찬다. 마지 못해 든 수저는 입 안으로 드나든다 싶더니 식탁으로 곤두박질 친다. 정말,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설레고 좋아서 죽을 것 같은 기분. 어떠한 고난과 불행에도 굴하지 않을 행복이 충만하게 들이찬다. 형과 내가, 함께, 함께라니.

 

"형, 미안해요. 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은은하게 실려온 바다의 소금내와 도로의 미약한 매연이 한데 섞인다. 시장의 입구. 형과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시장이 마치 성역이라도 되는 듯 나는 숭고한 눈으로 시장을 둘러 본다. 내일도, 여기서 하자고 말해봐야 겠다. 형한테. 꼭. 사륵사륵, 아마 바다에서 부터 걸어왔을 바람이 내 앞머리와 등줄기를 흔든다. 형이, 너무 좋아졌어. 제어하지 못할 만큼. 찰나의 감정은 그저 스쳐 지나는 바람 따위가 아니다. 그래서, 무의식에 인정해 버렸다. 내가 형을 좋아한다. 그것도, 엄청 많이. 정말 많이.

 

 

 

 

 

 

 

 

 

 

 

 

여기서 끝낼지, 2화로 이어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애매하게 끝낸 감이 없잖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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