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부제: 君の孤独な瞳にもう一度、僕を探すことができたら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내가 다시 한 번 비치게 된다면)
Written by Sunday
- 아무리 오랜 시간 기다린다해도 또한 평생을 바쳐 노력한다해도 내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란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이해한다해도 완벽하다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된다해도, 나로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는거다.
언제나 아름다운 주인공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서글픈 조연일 수 있음에… -
<에쿠니와 츠지, 냉정과 열정사이 中>
- 두번째 이야기
2008년 8월 24일,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던 날. 폐막식을 마치고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선수촌 생활을 하면서 모두와 어느 정도는 안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자신이 속한 종목 외의 선수들과는 친하기 어려웠다.
각자 너무 바쁘게 자신들의 길을 달려왔고 또,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서로를 깊게 알지는 못한다 해도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들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체육인으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로서의 수년간의 노력과 고통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자 서로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근본적인 공통점들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다소 유치하고, 억지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이라 자부할 수 있다.
올림픽은 체육인들에 있어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뜻 깊은 자리다.
스무 살, 만으로 열아홉이 되어 출전하게 된 나에게, 이번 올림픽은 ‘처음’이라는 의미와 함께 더욱 더 특별했다.
그 ‘처음’은 비단 나의 생애 첫 출전이라는 의미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어색하고 낯선 뒤풀이 자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되었다.
다들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면서 인사와 악수도 나누고 친구가 되어가고 몇 년을 함께 알던 사이처럼 진한 대화를 나누며 울기도, 웃기도 했다.
나이, 성별 불문하고 모두들 너도나도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갔다.
정신없이 모두가 행복하던 그 시간, 그 자리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그를 만났다.
열아홉 이용대는 열아홉 기성용을 만났다.
그리고 열아홉 기성용은 열아홉 이용대를 만났고.
나도 그도, 그 때는 아무 것도 몰랐겠지.
열아홉 두 소년은 앞으로 그들의 나날들이 서로 어떻게 뒤엉킬지 전혀 알지 못했다.
“ 경기 잘 봤어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주변을 돌아보니 그새 새로운 사람들이 보였다.
더군다나 바로 옆 자리를 보니 주목받는 축구선수, 기성용이라는 선수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우리 테이블을 쭈욱 둘러보니 다들 나와 기성용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 기선수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했다.
옆 자리에 앉았는데 아무 말 없이 둘 다 앉아 있기도 뭐하고 보아하니 나이도 저와 비슷한 것 같아 슬쩍 말을 건네 보았다.
하지만 소란한 분위기에 잘 들리지 않았는지 기선수는 똑같은 자세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에 나는 다시 한 번 좀 더 큰 소리로 말을 건넸다.
“ 저기요- ”
저기, 하는 소리에 고개를 탁 돌린 기성용 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에 원래 잘 웃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인상이 서글서글하지는 않네, 입은 얌전히 굳게 다물어져 있었고 눈빛은 ‘뭐야?’하는 것만 같이 날카로웠다.
괜히 그 모습에 민망해져서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버하고 있는데, 기성용 선수가 말을 툭 뱉는다.
“ 이용대 선수 맞으시죠?”
어색하고 민망해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자 무서운 표정 그대로 손을 척 내밀어 온다.
응? 이게 뭐지, 하면서 멀뚱멀뚱 그 손을 쳐다봤다.
설마 악수 하자는 건가, 근데 저 무서운 표정으로 악수하자는 사람도 있나 싶어 저 손을 잡아야 되나 무슨 뜻인지 고민하고 있다가
갑자기 제 손이 확 낚아채져 어느새 악수를 하고 있었다. 얼떨떨한 상태로 제 손이 거의 강제적으로 악수를 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 경기 잘 봤습니다.”
“ …네? 아, 저도…”
그러자 씨익 웃는다. 이 사람 파악이 안 된다.
잘 생기고 허우대 멀쩡하고 사람 참 괜찮아 보이던데 성격적으로 뭔가 결함이 있나, 이러면 안 되는데 슬슬 무서워진다.
그런 제 표정이 심상치 않았는지 성용의 표정 또한 묘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 큭. 일부러 장난으로 인상 쓰고 있던 건데 무서우셨나 봐요, 용대 씨.”
“ 에? 장난이요…?”
“ 아니, 뭐… 조금 지루해져서요. 장난 좀 쳐봤는데 너무 심각하셔서, 하하…”
풉, 그제야 이해가 된 나도 성용을 따라 웃었다. 형, 누나들 사이에서 꽤나 심심했던 모양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장난이었는지 이내 곧 머쓱해서 투덜투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웃기기도 해서 한참을 조용히 웃으며 성용의 얘기를 들어줬던 것 같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잔을 채워주었다. 술을 잘 못해서 조금만 따라달라는 제 말에 그래도 첫 잔은 제대로 꽉 채워 받아야 된다며
기어코 다 채워주는 성용을 보고 참 남자답고 재밌는 친구라 생각이 들었다.
“ 자, 이제 잔도 다 채웠으니 짠 할까요?”
“ 그러죠. 자…”
“ 아, 맞다. 그 전에!”
“ 네?”
“ 어… 용대 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아, 전 88년생입니다. 스무 살이요- ”
“ 아, 그럼 말 놓을게.”
엇, 순식간에 말을 놓은 성용에 살짝 당황하며 놀라는 새에 어느새 짠하고 잔을 부딪친 성용이 시원하게 한 잔을 들이킨다.
아니, 이 사람은 악수도, 짠도… 원래 사람이 이리 예고 없는 사람인가, 신기해서 마냥 쳐다보고 있는데 안마시고 뭐하냐며 재촉한다.
“ 풉- 아, 알았어요. 마실게- ”
으, 술은 언제나 쓰다, 싶어 물을 찾는데 성용이 그새 눈치를 챘는지 손에 물 컵을 쥐어준다.
벌컥벌컥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성용이 장난스럽게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 설마 했는데, 진짜 술 못 하구나… 그래서 사회생활 어디 하겠어?”
“ 운동하는 사람으로서는 안 마시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잘 마시는 게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요, 성용 씨?”
그나저나, 성용 씨는 몇 살인데요, 라고 물으니 시크하게 대답한다. 단 두 글자로 동갑, 이렇게 말이다.
어쭈, 저리 말하는 걸 보니 제가 많이 편한가 보다. 하긴, 동갑내기가 편하긴 하다. 더군다나 힘든 이 세계에선 어릴수록 또래가 반갑기도 하고.
“ 생일이 언젠데요?”
“ 1월 24일. 빠른 생일이라, 설마 이걸로 형이라고 하라고 하진 않겠지.”
“ 난 그렇게 안 유치하거든요.”
“ 그나저나 그 쪽도 말 놓지.”
“ 아… 그래.”
말을 놓는 내 모습이 어색한 것이 웃겼는지 성용이 박장대소를 했다.
괜히 민망해져서 왜 그러냐고 큰소리를 쳤지만 성용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 빨개졌다고 더 놀리기만 할 뿐.
“ 우와- 용대 씨, 귀엽네.”
“ 아니, 그게 아니라…”
귀엽다며 턱을 괴고는 빤히 쳐다본다.
아니, 동갑내기 사내들 사이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는 건가. 물론 장난이겠지만 저런 말을 하니 더욱 더 민망해졌다.
사실 어린 나이에, 막내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존대를 쓰곤 했기에 말을 놓는 것이 어색할 법도 했다.
그건 저 쪽도 이해할 텐데 생각보다 너무 크게 웃어버리니 당황했다.
더군다나 초면에 같은 남자에게 귀엽다니, 이건 정말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치사하다. 흥.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성용은 그저 턱을 괴고 말없이 저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아, 갈수록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걸 스스로도 느껴져 어쩔 줄 모르겠다.
“ 술 마셔서 그래요. 얼굴 빨개진 거.”
부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열심히 해명하는 데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요지부동이다.
아이씨, 어떤 말을 해도 안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풀이 죽었다. 그래, 마음껏 놀려라 싶어 말없는 성용을 슬쩍 째려봤다.
그래도 성용은 전혀 흔들림 없이 저를 보고 있었다.
“ 아니, 근데 왜 자꾸 민망하게 그렇게 쳐다봐요!”
“ 흐음… 귀여워서.”
할 말을 잃었다.
“ …성용 씨, 취했어요?”
“ 말 놓으라니까.”
“ 서, 성용아… 음…”
“ 큭. 안 되겠다. 편한대로 해.”
“ 아씨… 취했냐구!”
성용이 베시시 웃는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찡긋 한 쪽 눈을 접는데, 그래, 그 윙크를 하면서 또박또박 대답했다.
“ 아니.”
다시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뭐지, 싶은 이 상황은 분명히 어이없어야 할 상황이 맞는데,
미쳤냐며 장난스럽게 욕하고 넘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상황인데…
왜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묘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분명 장난으로 나를 놀리고자 저리 하는 것인데 왜 나는 자꾸 예민하게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지…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이상한 기분에 그 웃는 얼굴에 아무 말도, 장난도 치지 못 하고 그저 벙찐 채로 그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것이 나와 그의 첫 만남이었다.
-
아, 망글망글.. 울고 싶어라..
글은 어떻게 해야 잘 써지는 걸까요 에효
그래도.. 즐겁게 즐겨 주세요.. 헤헤..
첫 만남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하하..
에이 열아홉 먹은 남자애니까 저리 유치하게 저럴 수도 있겠거니 싶고.
저 때는 두 사람 다 어릴 때니까요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
저는 저녁이나 새벽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좋은 말씀들과 추천,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참 힘이 되어요. 정말로~
다음편은 부디 멀쩡하길 빌며..
다음 편에서 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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