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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남자에게 고백하러 가는 중이다. 어차피 전학갈꺼 쿨하게 내 속마음이라도 털어놓고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가는데 만나기로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너무 떨린다. 누나는 나보고 풍있나고 할 정도로...

 

"성규선배!"

"머...먼저 와 있었네?"

"선배가 밥 사주신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저 녀석은 내가 지금 열렬히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에는 학교가서 작별인사를 하고 화요일에 이사를 간다. 차일 것을 고백하는데도 이렇게 떨리다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밥을 맛있는 척 억지로 밀어넣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집이 멀지않은 거리에 우현의 집을 지나쳐 우리집으로 가기 때문에 고백 장소는 우현이의 집.

 

"우현아."

"예? 왜요?"

"내가 하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거나 하지말고..."

"뭔데요?"

"음... 이거는 그냥 무슨 뜻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알아달라고 말하는 것이고..."

"뭐길래 그렇게 뜸을 들어요."

"그러니까...하..."

 

한숨만 푹푹 나온다. 이게 말하기가 정말 힘들구나. 정말 눈물난다.

 

"그러니까 내가 널 좋아해."

"에?"

"그게, 보통 남자들이 여자한테 고백하는 것처럼... 그렇게 너 좋아한다고."

"아... 잠깐만요."

 

상황정리를 하는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후... 말하니까 별로 어려운건 아니네.

 

"선배 호모예요?"

"응? 아... 아마?"

"솔직히... 선배는 어떨지 몰라도 저는 여자 좋아하고, 결혼도 할거고..."

"아아, 알아. 너는 노멀인거. 그냥 고백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말 한거야."

"하... 그럼 전 들어가볼께요."

"그...그래."

 

상황정리를 끝낸 후의 표정은 차가웠다. 경멸한다는 듯의 눈빛이 있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서 그냥 잘못본거겠지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였나보다.

 

"김성규."

"왜?"

"너... 호모냐?"

"응?"

"2학년의 남우현. 알지? 네 방송부 후배."

"왜?"

"그 녀석이 지 친구들한테 니가 자기한테 고백했다고, 호모라고 더럽다고 그러더라."

"...그래?"

 

젠장. 짜증난다. 그런녀석이였구나. 이런반응을 아예 생각을 안 한건 아니지만... 설마했던 일이... 설마가 사람잡는 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그 녀석을 좋아하는 건지 뭔가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다. 심장이 아픈건 아닌데 가슴 속이 아프다.

 

"너 호모야? 남우현한테 고백했어?"

"응."

"그렇... 뭐?"

"어제 남우현한테 고백했어. 남우현이 남자니까 내가 호모겠지?"

"너..."

"그렇게 유난떨거 없어. 너네도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면 나랑 쌩까면 되는거고. 아니면 나랑 같이 계속 지내면 되는거고."

"하..."

 

내 주위에 있었던 애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대한민국은 아직 이런면에서는 꽉 막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울고 싶지만... 고3씩이나 되서 우는 것도 보기 안 좋고, 고백했던 남자한테 차여서 우는 꼴을 내가 못 보겠다. 울더라도 학교는 아니다.

 

"야, 호모 지나간다."

"호모병균 옮을라. 가까이도 가지마."

 

인생이 뭐가 그렇게 신나는 건지 낄낄대며 웃는다. 저 녀석들은 2학년의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이다. 웃기지도 않는 일진놀이하면서 센 척하는 것들.

 

"야야, 그래도 남자구멍이 먹을때 장난아니래."

"그러냐? 어이, 거기 선배. 뒤대주면 내가 호모랑 하룻밤 같이 지낼 생각도 있는데?"

 

저렇게 대놓고 놀림을 당할정도라면 생각보다 많은 애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나보다.

 

"야. 니네 미쳤냐? 호모도 눈 있거든? 어디 생기다만 것들이... 왜, 여자가 안 대주나보지? 하긴 그렇게 생겨서 누가 대주겠어? 괜찮은 애들 번호 알려줄까? 내가 연락하면 뒤 대줄 애들 몇 달려오는데."

"시발, 저 새끼가 미쳤나!"

"소리 지른다고 하나도 안 무서워. 그리고 내가 너보다 한 살이든, 두 살이든 많이 쳐먹었으니까 존댓말해라."

 

그리고나서 나에게 대는 2학년한테 가서 그곳을 차주고 나왔다. 뒤에서 죽으려고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니까 누가 나한테 덤비래? 매점으로 가는데 누가 어깨를 걸친다. 놀라 자빠질 뻔했다. 누군가 하니 신수현.

 

"푸하하하. 야, 김성규. 니 진짜 대박이다."

"내가 좀."

"솔직히 호모라고 해서 피할까 하다가 뭐, 니는 나한테 관심도 없어보여서."

"잘 아네."

"어쩌다 거기 찰 생각하냐."

"당연히..."

"당연히?"

"맞으면 제일 아픈 곳이니까."

"큭큭큭, 우문현답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원래 반에서도 제일 친했던 녀석이다. 뭐 돌아설 줄 알았는데 나한테 말 거는거 보면 지식이 깨어있는 녀석인가보다.

 

"어쩌자고 고백했냐?"

"뭐, 내일 이사가고 하니까. 그냥 고백이라도 해볼까? 하는 소녀감성으로."

"뭐야, 내일부터 사라진다고?"

"엉. 그러니까 고백했지. 차일 거 알고 고백하는데."

"되게 소심한 줄 알았는데..."

"말했잖아. 남우현도, 그 2학년 일진도 이제 볼 사람들 아니니까."

"어디로 가는데?"

"서울."

"오오, 이제 서울남자인거냐?"

"서울오면 연락해라. 서울구경시켜주지."

"그래."

 

고단한 하루가, 또 상처만 남은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김성규씨 오늘 보고서 올라온거 정리 어떻게 됐어?"

"아, 그거 여기 있습니다."

"성규씨는 일처리가 빨라서 좋아."

"감사합니다."

"그럼 성규씨가 일처리 잘 하는 기념으로 회식할까?"

 

이팀장의 별명은 오부. 오늘도 부어라의 준말이다. 유행어는 '~기념으로 회식할까?'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회식 또는 이팀장과의 술자리가 있다. 우리 팀 사람들이랑 하는 술자리까지 합하면 이팀장은 거의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실거다. 거기다 술도 쎄서 아직까지 이팀장이 취한 걸 우리팀에서 아무도 보지 못햇다. 더 중요한건 이팀장은 여자.

 

"오늘은 법인카드로 긁을거라서 맛있는 걸로 먹자고? 꽃등심 어때?"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꼬신다. 매일 삼겹살로만 술친구를 해왔던 팀 사람들은 꽃등심이란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팀장님 그렇게 비싼거 먹어도 되는거예요?"

"호호, 우리팀이 열심히 일 한덕에 회식지원금이 올랐습니다. 박수!"

"대박이네요! 오늘은 제대로 배에 기름칠 하겠는데요?"

"그럼 열심히해서 일들 빨리빨리 끝내요."

"네!"

 

간만에 기합이 들어갔다. 꽃등심의 위력인가... 뭐, 꽃등심 먹으면 좋지~ 거기다 공짜로! 모두가 신이 나서 부어라 마셔라를 하고 2차, 3차까지 갔다.

 

"성규씨. 왜이렇게 안 먹는거야."

"저 술 많이 먹으면 안돼요. 저번에도 그렇게 먹고 가서 그 다음날 꼼짝도 못 했어요."

"에이, 내일은 무슨 요일? 토요일. 토요일은 무슨날? 출근 안 하는 날. 괜찮아 먹어, 먹어."

 

자문자답을 하면서 기여이 내 잔에 술을 채워주신다. 아... 숙취 장난아닌데...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성규씨랑 민희씨랑 다준씨! 그럼 4차 고? 내가 쏠게."

"4차 갑시다!"

 

나도 민희씨도 다준씨도 이미 취한 상태에 이팀장도 살짝 맛이 갈라고 하는 상태다. 다들 혀가 제대로 꼬여서 말이 어눌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웃길까. 내가 취하니까 지금 이 상황이 하나도 안 쪽팔리지. 결국 4차까지 갔고, 나는 3차때까지 먹은 모든 걸 토해냈다. 토하고 나니까 좀 술이 풀리는 기분이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월요일에 뵈요!"

"성규씨 잘가요~"

 

이팀장도 취했는지 안 잡는다.

 

"후... 춥다."

 

서른 두살의 겨울을 나고 있는 나는, 커밍아웃 덕에 집에가면 아무도 없다. 집에서 쫓겨나가다시피 나왔다. 어머니는 울고, 아버지는 화를 내셨다. 지금 나와 연락하는 가족은 누나랑 가끔 어머니가 전화를 하신다. 그냥 아무말 없이 울음소리만 들린다. 술 마셨더니 감성적이 되버렸다. 집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어이고, 죄송합니다."

 

아직 술기운이 있는건지 오는 사람하고 부딪쳤다.

 

"괜찮습..."

 

말을 안 한다. 왜 이러지...

 

"오랜만이네요..."

 

남우현이다.

 

"그러게."

 

술이 확 깬다. 이런 상황을 생각 안 해본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머리가 차게식는다. 아직도 내가 남우현을 좋아하는 건지 가슴은 뜨거워진다. 첫사랑이라서 그런건가?

 

"그럼."

 

먼저 자리를 피했다. 내가 먼저 피해야지...

 

"저기,"

"왜?"

"아니..."

"우리,"

"네?"

"우리 솔직히 좋게 끝난건 아니잖아? 뭐 시작도 안 했나? 아무튼 안 만나는게 서로한테 더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아..."

"그럼 먼저 갈게."

 

소심한 사람은 막상 일이 들이닥치면 더 대담하게 대한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런가보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굳어있는 남우현을 두고 아무렇지 않은척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도망쳐나온 게 맞겠지만. 안 본새에 더 멋있졌다. 남자가 다 됐네. 그런데...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건지... 서른 둘이나 먹어서 궁상이다.

 

"흐윽... 젠장."

 

아침에 잠에서 깨니 어제 울어서 눈은 안 떠지고, 숙취로 속은 난리다.

 

"야! 김성규!"

 

초인종을 눌러대면서 소리를 지른다. 젠장... 어떻게 일어나서 현관까지 가냐... 겨우 기어가서 열어줬다. 역시나 신수현이다.

 

"왜 왔냐."

"너 뭐냐?"

"야... 콩나물 국 좀 끓여줘."

"어제 늦게 오더니..."

"나 진짜 죽을 것 같어."

"콩나물 있냐?"

"엉, 바지락도 있어."

"귀찮게."

"사랑한다."

"웩."

 

저 자식이...

 

"수현아..."

"왜그렇게 닭살스럽게 부르냐."

"나 어제 만났다."

"누구? 야, 나 밥하는거 안 보이냐?"

"남우현."

"뭐?"

"후... 내 첫사랑님 만났다."

"왜, 시원하게 차인 첫사랑보니까 새삼 두근거리든?"

"그냥... 내가 뭐라 말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도망쳤어."

"잘했다. 그런 뒤 더러운 자식은 모르고 사는게 나아."

"그런가..."

"밥 다 됐다."

"너도 먹을래?"

"당연하지. 내가 했는데 내가 먹어야지."

 

신수현과 밥을 먹고, 티비도 봤다. 옆집 살아서 그런지 서로가 가족이 되주는 것 같다. 아플때면 제일 먼저 올 수 있는 것도 서로이다보니, 예전과 다른 우정이랄까...? 이런 오그라는게 생겼다.

 

"야, 너 아직도 남우현 좋아하냐?"

"왜?"

"그냥."

"뭐... 좋아하는 것 같은데?"

"뭐? 미쳤냐?"

"뭐가. 그냥 보니까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게..."

"니가 아직 고딩이냐."

"모르지."

"아, 맞다 나 이거 줄려고 온건데."

 

하면서 꺼낸건 청첩장.

 

"너 결국 하는구나."

"당연하지."

"제수씨가 너무 아까운데..."

"형수님이다."

"솔직히 제수씨같은 성격의 사람이 또 어딨냐. 너같은 애랑 결혼한다는거 자체가 자원봉사야."

"지랄하시지마시고. 괜히 첫사랑 봐가지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나한테 풀지마."

"쳇. 됐다."

"봉투는 빵빵하게, 일행은 적게. 알지?"

"그럼 이사가냐?"

"뭐, 이집도 둘이 살기에 넉넉해서 여기서 살까도 생각중이야."

"그냥 더 넓은데로 가."

"왜?"

"니 꼴보기 싫은 것도 있고, 괜히 친구 옆에 살면 불편할껄? 거기다 게이친구."

"우리 연이는 그런거 신경 안써. 그리고 너는 혼자 있으면 내일까지 못 일어났을꺼 아냐."

"가정있는 남자는 가정에나 신경쓰세요."

"너 그냥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영계 하나 물어서 집에 앉혀놔."

"됐네요.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영계가 어디있다고."

"있었잖아."

"과거형은 됐고. 집에나 가라."

"쯧. 그럼 간다."

"어여 가."

 

신수현을 집에 보내고 잠을 퍼질러 잤다. 일어나니까 일요일 낮이다. 설거지도 해야되고, 청소도 해야되고, 빨래도 해야되고, 드라이 맞겨둔 것도 찾아야되고.... 할게 왜이렇게 많은거야!!

 

"후... 더럽게 힘들다."

 

겨우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벌써 해는 지고 있다. 남우현... 미워하고, 미워하고 또 미워했던 이 자식이 나타나기만 했는데도 나를 이렇게 흔드는거 보면... 아무래도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다. 첫사랑도 잊지 못하는 지지리 궁상.

 

"아, 몰라몰라. 잠이나 자야지."

 

안 감기는 눈을 억지로 감고, 잠을 청했다.

 

"성규씨, 괜찮았어?"

"죽는줄 알았어요. 다음부터는 진짜 안먹을 거예요."

"그럴수 있으면!"

"그럼 다들 열심히 일합시다!"

 

여자인데도 목소리 진짜 크다.

 

"성규씨. 커피."

"아아... 고마워요."

"왜이렇게 넋을 빼고 있어요."

"그냥..."

"맞다! 디자인팀에 온 팀장 봤어요?"

"왜요?"

"일 잘해서 스카웃해 온 사람이잖아요."

"아아."

"잘 생겼던데."

"그래요?"

"성격도 적당히 능글맞아서 팀 사람들하고 벌써 친해졌나봐요."

"예에."

"이름이... 남우...현이던가?"

"예?"

"남우현일껄요."

"저... 잠시 화장실."

"네."

 

남우현이란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니고... 그 남우현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젠장.

 

"후... 정신차리자. 김성규!"

 

찬물세수를 하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친다.

 

"누구..."

"안녕하세요."

"..."

"오랜... 아니, 이틀만이네요."

"그래."

"여기 다니셨군요."

"그러니까 여기있겠지."

 

젠장. 입이 지멋대로 움직인다.

 

"저기..."

"나 일해야 되. 할 일 없으면 나 먼저 간다."

"아니! 저 디자인 팀으로 왔어요. 그러니까..."

"알아."

"정말요?"

"..."

"선배는 무슨 팀이세요?"

"구매팀."

"아... 예."

"김대리 여기있었어? 이팀장이 찾아."

"네. 그럼."

 

이팀장이 이렇게 고마운건 또 처음이다. 하... 이제 회사에서도 매일 마주치겠구만. 가슴아픈 첫사랑은 고등학교때로 끝내고 싶은데... 오부 이팀장께서 일을 벌리고야 말았다. 물론 그 일이란게 나에게만 일이겠지만. 디자인팀과 우리팀이 같은 장소에서 회식을 한단다. 우리팀은 나까지 총 일곱명. 디자인 팀은 네명. 우리팀은 오부 이팀장 덕에 단련되있어서 그런지 원래 잘 마시는 사람들인건지 디자인팀이 쓰러져가고 있을때 우리팀 사람들은 멀쩡하다.

 

"그럼 남팀장님 능력있으시네요."

"능력이랄건 없구요..."

"어머머, 삼십대 초반에 팀장이면 엄~청 능력있는 거예요."

"그런가요..."

 

여자사원들한테 둘러싸여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는 많군. 그나저나 팀장이라...

 

"남팀장님은 김대리랑 아는사이예요?"

 

아... 이대리! 왜 그 얘기가 나오냐고!

 

"어머어머, 아는 사이세요?"

"아까 화장실에서 둘이 얘기하고 있길래. 김대리보고 선배라고..."

"고등학교 선배세요."

"아~ 친하셨나봐요? 학교 선, 후배라도 다 친한건 아닌데."

"방송부 선배셨거든요. 저한테 잘 해주셨고..."

 

고백도 했지.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성규씨 벌써가나?"

"토요일에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알았어. 보내줄께. 바이바이."

"예. 그럼."

 

또 도망쳤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보다. 재수없는 일만 꼬이는게...

 

"춥다! 집에나 빨리 가자."

 

이제 겨울이 오긴왔나보다. 날씨도 추워져서 웬만한 코트 한 장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내일은 두꺼운 코트로 꺼내입어야겠네.

 

"저기요! 선배!"

 

취했나... 환청이.

 

"성규선배!"

 

뒤 돌아보니 남우현이다.

 

"니가 왜..."

"선배때문에 그 자리 있는데 선배가 없으니까 저도 나와야죠."

"..."

"선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요."

"..."

"죄송해요."

"뭐가?"

"아직 저 선배가 고백한거... 대답도 제대로 안 드렸고, 학교에서도..."

"하... 11년만에 새삼 차이는건가?"

"아니..."

"됐어. 어차피 옛날 일이고, 그날 나한테 대답한 거 아닌가? 그 다음날에도 뼈 저리게 느끼게 해줬잖아."

"선배..."

"나도 그 당시에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식으로 일 당하는거 힘들었어. 하루뿐이였지만. 이사가고서도 좀 힘들었어. 혹시나 이 학교애들도 그걸 알고 나에게 전 학교애들처럼 대하는건 아닌가. 하고."

"죄송..."

"아니 됐어. 이제 괜찮고. 하지만 너랑 친하게 지내면서 내가 고백하기 이전처럼 하하호호 웃을 수 없다는거 잘 알지 않아?"

"하지만 선배."

"같은 회사니까, 또 회사사람들은 사이좋은 선, 후배로 아니까 딱 그정도로만 대해줄께. 사적으로는 더 이상 내 생활에 끼어들지 않아줬으면 해."

"저는..."

"지금은 내 사생활이니까 빠져줬으면 해."

 

그 자리에 굳어있는 녀석을 두고 또 도망쳐 나왔다.

 

"선배!"

"에?"

"오랫만에 점심 좀 사주세요."

"응?"

"남팀장님은 팀장이면서 대리한테 얻어먹으려고 하십니까. 남팀장님이 김대리님 사주셔야죠~"

"그런가요? 그럼 제가 살게요, 선배."

"아..."

"가죠."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무작적 끌고 나오는 녀석의 힘에 질질 끌려나왔다. 작은 회사라 서로 선, 후배 사이라는 것이 곧 소문 나겠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남우현 덕에 확실하게 알려졌을 것이다.

 

"뭐하는 짓이야?"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 짓이요."

"너..."

"사생활 침범하지 말라고 해서 굉장히 공적으로 한건데?"

"하... 됐다."

"맛있는거 사드릴테니까 걱정마세요."

 

그래. 밥이나 먹자. 싫다 싫다해도 첫사랑 얼굴 보면서 먹는 밥은 맛있었다. 밥도 맛있었고, 고백 전처럼 환하게 웃는 녀석의 모습도 좋았다.

 

"맛있죠?"

"응."

"제가 전에 다니는 회사에서부터 알아둔..."

"김성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 돌아보니 신수현이다.

 

"어? 너가 여기 왜 있냐?"

"나 회사 근처잖아."

"아..."

"남우현?"

"안녕하세요."

"나는 안녕하다만 너랑 같이 있는 녀석은 안녕 안 할텐데."

"수현아."

"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나쁜새끼야."

"우...현이, 우리 회사 디자인팀 팀장으로 왔어."

"그래?"

"응."

"남우현."

"예?"

"너 성규한테 적당히 붙어있어라. 니가 저지른 짓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했거든, 이 녀석이."

"그만해."

"니가 그만하란다고 내가 그만하냐?"

"가라."

"그래. 좀 있다 집에서 보자. 김성규."

"알았어."

 

한 대칠 기세인 수현이를 보내고 우현이의 차에 탔다.

 

"같이... 사세요?"

"뭐가?"

"신수현선배님이랑 같이 사시는거예요?"

"뭐, 옆집 사니까."

"그래요?"

 

그 날이후로 끈덕지게 달라붙는 남우현덕에 회사내에서는 죽고못사는 선, 후배가 되어버렸다. 나 자신도 그런 우현이의 행동을 즐겨버리고 있는 상태가 되버렸다.

 

"김대리님. 손님."

"누구요?"

"잘~ 생긴 남자요. 좀 이쁘장하긴 한데 은근 남자같은 느낌이 풍기는..."

 

누군지 알것 같은...

 

"성규선배!"

"아, 나 손님와서."

"그래요?"

 

1층으로 내려가보니... 이성종?

 

"성규형!"

"너...너가 여기에 왜..."

"파리에서 형이 보고싶어서 왔어."

"그...그러니?"

"점심약속 없지? 있어도 나랑 먹어야되니까 취소해."

"나 회사에 일이..."

"성규선배는 저하고 약속이 있는데요?"

"그럼 오늘 하루 저한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요."

"흠... 전 성규형 애인이예요."

"네?"

"니가 무슨 내 애인이야! 그리고 회사에서, 회사사람한테 무슨!"

"아직도 안 받아주는거야?"

"받아주고 뭐고 할 필요가 없... 됐다.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땡깡부리는 녀석을 붙잡고 회사 근처 공원으로 나왔다. 물론 우현이도 쫓아왔다.

 

"너 한국 온거야?"

"아니, 3일 있다가 가는데... 저 사람은 뭐야?"

"후... 학교 후배 겸 회사 다른 팀 팀장."

"그래? 그럼 애인은 아닌거지?"

"아니야."

"아니요, 제가 지금 성규선배 꼬시고 있거든요."

"야."

"라이벌인거야?"

"내가 너랑 있으면 심신이 지친다."

"그래도 학교후배보다 전 애인이 더 가까운 사이지?"

"선배 남자 애인있었어요?"

"나, 호모잖아? 그러니까 있지."

"형, 지금은 애인없지?"

"없어도 너랑은 안 사귈꺼니까 그냥 조용히 있다가 파리로 가."

"쳇, 더 좋아하는 사람이 져 줘야지. 사실 내가 점심약속있어서 먼저 갈께."

"그래, 가라."

 

지친다, 지쳐.

 

"선배."

"왜."

"나 아까 한 말 진짜니까 나 진짜로 이제부터 들이댈거니까 각오해요."

"뭐?"

"뽀뽀라도 하고 싶지만 회사니까. 오늘 저녁에 봐요."

 

제 왜저래? 저녁에 왜...

 

"너 왜 따라오냐."

"저 집가는 거예요."

"너 먼저 가."

"네."

 

우현이가 가는 길이 점점 우리집에 가까워진다. 설마 우현이 우리집까지 알고...

 

"너 진짜 여기살아?"

"예. 오늘 이사 왔거든요."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타고, 누르는 층수까지 같다.

 

"너 쫓아오지마!"

"안 쫓아가요. 제 집가는 거라니까요."

 

하면서 열쇠를 보여준다. 땡-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현이는 며칠전 이사간 수현이네의 문을 열고있다.

 

"너 설마..."

"잘 부탁해요."

"하..."

"아, 아까 못한거 할까요?"

 

하고는 내 볼에 쪽 뽀뽀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이...이!"

 

얼굴이 빨개진게 느껴져서 더 화난다. 그렇게 대한 녀석을 아직도 좋아하는 내가 한심해 죽겠다.

띵동- 띵동- 띵동-

신수현도 없는데 누가...

 

"누구..."

"역시 선배 그럴줄 알았어요. 이리로 와요."

"야, 나 신발!"

 

우현이의 집으로 가니 제법 맛있어보이는 밥상이 차려져있다.

 

"제가 잘 하는거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그림그리는 거랑 다른 하나는 밥하는거."

"그래? 야, 맛있다."

"그죠? 여기 젓가락하고 숟가락이요."

 

간만에 밥다운 밥 먹었다. 식후 커피까지 제대로 먹네.

 

"선배."

"왜."

"저한테 장가 와요."

"뭐?"

"밥도 잘하고, 돈도 잘 벌어오고, 잘 생겼고. 이정도면 최고의 신랑감 아닌가?"

"장난 그만해라."

"장난 아니예요."

"장난으로 느껴져."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옆으로 와 앉는다. 한 집에 있으니까 거기다 그런 말을 하니까 우현이의 행동 하나, 하나가 긴장되고 주목하게 된다.

 

"이래도요?"

 

또 볼에 입술에 댄다.

 

"너! 뭐...뭐하는..."

"아직도 장난같아요?"

"너... 너..."

"아직인가보네."

 

 

--------

쓰다보니 감정선같은건 무시하고 휙휙 글을 쓰고있는 제모습이...........

단편 쓰려다가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이 뒤는 어떻게 써야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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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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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 재밌어요ㅋㅋㅋ 성규 고백 거절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소문낸거 보고 남우현 나쁜놈 하고 욕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우현이가 성규에게 목을 메는 걸까요? 궁금해요ㅋㅋㅋ 다음편 원츄요 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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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g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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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오오 ㅎㅎㅎ 재밌어요 ㅋㅋㅋ 아잌아잌 ㅎㅎㅎ 남우현 갑자기 왜 성규를 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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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g
그건 비밀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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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재밌어요ㅠㅠㅠ진짜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기대할꺼에욯헤헿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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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g
아잌ㅋㅋㅋ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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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무현의 갑작스런 심정변화는 뭘까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펴녀펴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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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g
ㅋㅋㅋㅋㅋㅋㅋ지금 올렸습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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