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김종인] 연모지정(戀慕之情)上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71923/f5dfeb812e78ffc8597774016b30aaf9.png)
" 바람이 차다 여주야 어서 들어가지 않고 무얼하는게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달빛이 아름다워 바라만 보고있었을 뿐입니다."
달빛이 아주 아름다웠던 그 밤에, 그날 따라 마음 한 구석이 허하고 텅 빈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정리가 안되는 바람에 도움을 청하고자 들린 갈대밭에 널리 펼쳐진 갈대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듯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갈대들은 좋겠다. 이리저리 흔들릴 수도 있고 말야.. 이 곳에도 저 곳에도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과 갈대를 비교하며 한탄아닌 한탄을 늘어놓고 있던 순간
아름답게 비추어 지던 달빛의 한 조각이 빛나 그의 앞으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보게 된 그곳에는 청량한 갈대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난 더 가까이서 보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한테만 달빛이 비춰주고있었다. 마치 달빛이 어머니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품어주는 것 처럼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얼굴은 더 빛나보였고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수 없었다.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오똑한 코,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짙은 쌍커풀까지 그는 마치 다른 세계사람처럼 신기했다. 우리동네에 이렇게 생긴 사내가 있었던가
우리 옆집 철이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고
우리 오라버니도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 남자는 어디서 오신 분이시길래 달빛이 비춰주는 걸까 하며 생각에 빠진 도중 그 남자가 잠에서 깨어났다.
"..... 누구시길래 이리 가까이에"
"아.. 놀래켜드릴 생각은 아니였습니다. 그저 달빛에 이끌려 오다보니 온 곳이 여기였을 뿐 입니다.."
"예, 나쁜의도가 아니였던거 압니다."
"그러..신가요..?"
"네 이리 고운 아씨께서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단지 눈을 떠보니 앞에 이리 어여쁜 아씨가 계셔서 조금 놀란거 뿐입니다"
라고 말하며 그는 웃어보였다.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 이런 아씨께 죄송하단 말이 듣고싶어 얘기 한 것이 아닌데.. 아씨께서는 이 추운밤에 혼자서 여기서 무엇을 하려고 오신겁니까. 겁도 없이"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들러봤습니다."
"고민이 있으신가보군요.. 저도 가끔 잠이 안오거나 머리가 복잡할때 들리는 곳입니다. 이 갈대밭이 시원하고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모든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말입니다. 아씨께서도 그러십니까?"
"예 저도 그럽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으니 다음에는 몸종이든 호위무사든 한 명씩은 데리고 오시는 게 좋을거 같습니다. 아름다운 아씨께서 잡혀가시면 어쩌려고 그렇게 혼자 다니십니까 제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니 새겨들어주십시오"
날 걱정해주면서 웃어주는 그는 정말 멋있었다. 태어나서 이런 사내를 만나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없는데 머리속을 정리하고싶어 온 갈대밭에서 무거운 생각만 얻어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들 어떠하리, 그를 만나게 되었으니 난 더 바랄게 없었다.
그가 가고 난 뒤에 무거운 열병이든 상사병이든 찾아온다 하여도, 그의 웃음이며 그가 해주는 내 걱정을 머리속에서 천천히 곰씹다보면 아무것도 아닐게 될 거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본 사내에게 이리 맘을 쉽게 내 주다니
아버님이나 오라버니가 알게 된 다면 노(怒)하실 텐데.. 이를 어쩌하리 하지만 내 마음속에선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있었다. 그에게 정인(情人)이 계실까, 혹여 이미 혼례를 치룬 몸이면 어쩌지 하는 상상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혹시 정인(情人)이 계십니까?"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그냥 하룻 밤 스쳐지날 사이인데 말이죠"
"스쳐 지나갈 사이라.. 그건 아무도 모르는겁니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나중에 혼례를 치룰 수.. 죄송합니다 정인이 계신지 안 계신지도 모르고 입을 함부로 놀렸습니다."
"괜찮습니다,저에게 정인이 있으셨냐고 물으셨지요"
"예 그렇습니다"
"정인(情人)... 이라.. 제 정인은 아니였지만 제가 연모(戀慕)하는 여인은 있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예... 그러시군요"
그에게 연모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을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려왔다. 어떤 여인이길래 저 사내를 저렇게 만들어 놨데. 얼굴 한번 보고싶다. 누군지 모르지만 참으로
부럽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 말을 꺼내버린다면
끝도없이 쏟아 낼 거만 같아서 두려워서 이야기 하지 못했다.
사실 그 뒤에도 그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하면 했다. 결코 적은 이야기가 아니였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학당에서 무엇을 배우는 데 무엇이 가장 흥미가 있으며 잘 맞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기도 하였다.
아아, 다정한 사람, 왜 나를 이렇게 흔드는지 흔들림에 넘어가면 안돼는데 결국 넘어가는 갈대처럼 넘어간 내 마음이 떠날 줄은 몰랐다. 시작할 줄만 알았지 끝을 맺을 줄 모르는 나는 멈출 줄 몰랐다.
우리집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도령님은 생김새와 걸맞는 부잣집 양반가의 도령님이셨다. 이것도 운명이면 운명인지 우리집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가 보고싶을땐 맛있는 것들을 조금 싸들고 찾아갔다. 그러면 매일 마당에 나와 어여쁘게 핀 꽃을 보고 계시는 그를 볼 수가 있었다. 내 꽃이 꽃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도 평범한 날과 같이 그가 몹시 보고싶어져 그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였다. 한 손에는 먹을 것들과 한 손에는 그가 빌려준 책을 들고 봄바람에 나비가 나부끼듯이 나 또한 그리 걸어가고있었다.
오늘은 또 무엇을 가르쳐 주시려나, 어떤 것들을 내게 보여주시려나, 기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 한 순간 그의 집에 다다랐고 힘차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했다.
그 안에는 한 여자와 서 계시는 도령님이 계셨다. 그것도 아주 예쁜 미소로 웃고 계셨다. 나와 있을 때도 가끔 나오는 웃음이지만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웃음 조차 너무 아름다워서 난 넋을 잃고 말았다.
이리도 지독한 사랑이었다면 차라리 빠지지도 말걸, 그가 정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보처럼 빠져든 내가 바보인거지. 그래 그는 처음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한 친한 여동생 정도 따위로 날 생각하고 잘 대해준거겠지
쓸데없는 희망에 기대를 건 내가 잘못이었다, 그 두사람틈에는 감히 내가 끼어들 수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도,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도 내가 본 적없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이였고 사랑이었다.
그에게 빌린 책도, 먹을 것들도 모두 다 내려놓고 내 마음에 스며든 사랑의 마음을 있는 힘껏 집어 넣어보았다. 정말로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더 큰일이 날 거만 같아서 그래서 또 숨었다. 그에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연모한다는 한 마디도 못한체
그냥 그렇게 난, 집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그렇게 차차, 그 사람을 잊어 보았다. 정말 그렇게 그를 잊었다.

인스티즈앱
현재 점점 기묘해지고 있다는 결혼식 업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