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석민 일어나!!곰 같은 새끼야 일어나라고!!!"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아침, 등을 돌린 채 팔다리 쭉 뻗고 숙면을 취하고 있는 말 같은 애를 깨우는데 매번 애를 먹는 순영이였다.
발로 허벅지와 엉덩이, 대충 그 경계선을 툭툭 건들이며 깨워도 미동도 안하는 이석민 때문에 열이 바짝 오른 순영이, 등짝 스매싱을 하려고 얇은 긴팔티를 팔꿈치까지 올린 후 막 후려치려고 할 찰나였다.
"순영아, 석민이 아직 안 일어났니?"
"아..네! 하하..우리 석민이 잠꾸러기네~얼른 일어나라아~"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난 그의 엄마 때문에 빠르게 수직하강하던 순영의 손이 속도를 줄이고 석민의 등에 천천히 안착하며 등선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다.
"얘가 예전부터 잠이 많았잖아~네가 좀 고생해주렴."
"네..!괜찮아요~"
우아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부탁하는 그의 엄마에, 순영은 억지미소라도 지어보이며 괜찮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엄마는 그 억지미소를 눈치채진 못한건지 고개를 몇번 끄덕이더니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순간 석민의 등에 있던 손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오르며 그대로 등판에 붙었다.
짜악,짝 거리는 찰진소리와 함께 말 같은 애의 외마디 비명도 들려왔다.
"아! 악..!!"
"너는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 일이 없냐?!"
일부러 강조하려고 말을 딱딱 끊어뱉은순영이 등짝을 때린다고 빨개진 자신의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부채질하며 잔소리를 쏟아냈다.
"당연히 네가 깨워주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맞은 등짝을 손 으로 문지르며 몸을 일으킨 석민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능글거림을 발사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없었다.
"아침부터 헛소리가 나오냐? 그리고 형 이라고 불러라고 했지?"
결국 허벅지를 한대 더 맞은 석민이, 아프다고 칭얼거리자, "아프라고 때렸어." 하고 도도하게 방을 나갔다. 그런 뒷모습을 끝까지 눈빛으로 따라갔던 석민은 고른치열을 보이며 피식피식 웃어댔다.
"귀엽다, 진짜.."
"석민이 일어났어요, 오늘 아침은 미역국이네요?"
식탁에 먼저 앉은 순영이 차려져있는 밥상을 보며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석민의 엄마가 사뭇 섭섭하다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어머어머, 오늘 우리 석민이 생일이잖아~순영이 너는 석민이랑 지내온 시간이 얼마인데 그걸 모르니~!"
"...아..잠깐 잊었어요! 잠깐..!"
그의 엄마 앞에서 생일을 잊은 것에 대해 대충 포장하고선.
아이씨, 오늘이 저 말상 생일이였어.
결코 그의 엄마 앞에서는 꺼낼 수 없는 말을, 미역국과 함께 삼켜 버렸다.
까치집을 세운 머리를 정리하지도 않은 채, 교복만 입고 나온 석민이, 식탁에 차려져있는 미역국을 보며 순영이가 한 질문을 똑같이 하자, 밥을 먹고 있던 순영이, "오늘 네 생일이잖아. 이 병...!" 하며 원래였으면 이어나와야 했을 욕설이 그의 엄마 옆이라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석민은 항상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병...? 뭐? 병 뭐라고 했어?"
순영이 그의 엄마와 석민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보더니 입꼬리를 애써 올리며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유리병! 유리병 처럼 마~알꼬 투명한 석민아, 오늘 네 생일이야."
"아~그렇구나~"
자신을 마음껏 놀리고 있는 석민을 보며 타는 속을 달래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순영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순영을 보며 매번 희열을 느끼는 석민이 입가에 호선을 잔뜩 그리며 식탁 앞에 앉았다.
이 집안에서의 갑을관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의 엄마때문에.
순영은 6년째 석민과 그의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하숙생일 뿐이였다.
+) 그냥 간단한 프롤로그 같은건데 어떨지 모르겠다ㅠㅠ
석순행쇼♡
참고로 뒤로 갈수록 불맠이 달릴거예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