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 이놈아! 오늘 너 교무실 당번인거 모를줄알아!?"
"아 선생님~ 저 오늘 훈련있어서 안되요! 한번만 봐주세요!! 저 갑니다!"
"야 박찬열!!!!!!!!!"
"큭큭큭, 김선생님. 오늘도 찬열이녀석한테 당하셨네요."
담임의 불호령같은 외침에도 재빠르게 교무실을 빠져나온 찬열은 교무실문이 닫힌걸 확인 하고서야 숨을 돌렸다.
대학입시때문에 죽어나는 고삼한테 교무실청소라니.
찬열은 습관처럼 제 머리를 정리하며 코웃음을 쳤다.
내일 담임의 잔소리를 한시간 이상은 들어야하겠지만 지금 찬열은 그저 지긋지긋한 청소당번을 피했다는것이 즐거울뿐이였다.
새학기가 막 시작된 봄이였지만 휑한 복도에는 차가운 시멘트바닥에서 한기가 으슬으슬 올라와 찬열은 말없이 교복바지에 두 손을 찔러넣었다.
[오늘 청소당번 쨌음. 연습전에 한판 뛸까? 어디냐.]
어제 하루 운동을 쉬어서 그런지 온 몸이 뻐근했다.
종인에게 그렇게 문자를 보내놓고 난 후 다시 찬열은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 교실이 가까워졌을쯔음 복도끝 계단에서 조금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나간 새끼들.' 찬열은 속으로 제 혀를 찼다.
요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담배피고 목소리 크고 싸움질만 잘하면 그저 멋지다고 생각하는 생 양아치들이 있다니.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며 무심하게 지나치려는 찰나 찬열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띄였다.
제 덩치보다 두배는 큰 녀석들 사이에서 고개를 푹 내리깔고 있는 녀석. 익숙한 인영이였다.
3학년으로 올라오고 나서 딱 한번 본 적이 있는 아이였다.
평소 머리가 나빠 뒤 돌면 모든걸 까먹어버리는 찬열이였으나 웬일인지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른. 지나가고 싶거든 이 형아한테 뽀뽀한번 하라니까."
"큭큭큭, 야 애 울겠다. 살살해 살살"
"뽀뽀 싫어? 그럼 키스 할까?응?"
마치 우는 어린아이 놀려대는 마냥 쭉 둘러서서는 고개를 푹 숙인 녀석에게 제 얼굴을 들이밀고
이죽대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놈을 보자 찬열은 인상을 뭐같이 찡그렸다.유치한새끼들.
찬열은 한참을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찬열은 제 속이 답답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저녀석 하는 꼴을 보니 혼자서는 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저렇게 놀림감이 되겠다 싶어 찬열은 그 무리들 가까이 다가왔다.
"야, 종쳤어."
"뭔 상관이야. 갈 길이나 가라."
찬열의 그 한마디에 한참 좋았는데 방해받은것 마냥 짜증을 한가득 얼굴에 묻히곤 뒤를 돌아보는 녀석.
그때 찬열의 눈에 띄인건 그 학생의 명찰이였다.
"보아하니 늬들 2학년새끼들인거 같은데 지금 하늘같은 선배한테 그딴 더러운 농지거리나 하고앉았다 이말이지."
조금은 낮게깔린 그 목소리에 찬열의 명찰색깔을 확인한 녀석들은 금새 군기가 바짝 들어 모두 차렷자세로 서 있었다.
찬열은 힐끔 제 옆에 서있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하얀색 명찰에 검은색 글씨로 단정하게 쓰여있는 이름은 변백현이였다.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하게도 모여있는 눈코입이 참 예쁘다고 찬열은 생각했지만
이내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후배녀석들의 머리를 돌아가면서 한대씩 내리쳤다.
"이것들이 자습시간에 왜 3학년층에 올라와서 지랄들이야. 한번만 더 내 눈에 걸리면 알아서 해. 알았냐?"
""네!!!!""
"가봐."
찬열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빨리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는 2학년들을 백현은 멀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황급히 도망갈꺼면서 왜 그리 제 앞에서는 쎈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제가 떨어뜨린 미술도구를 쭈그리고 앉아 허겁지겁 챙기기 시작했다.
찬열은 제 밑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자그마한 머리통을 쳐다보았다. 동글동글한게 참 이쁘다.
찬열은 백현이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붓 한개를 발견하곤 들어올려 그에게 건넸다.
"넌 무슨 3학년이 찌질하게 2학년들한테 갈굼당하냐."
분위기가 너무 서먹하길래 그냥 웃으라 농담으로 한 소린데 그게 또 이녀석에게는 충격이였는지
찬열의 눈도 못마주치고 금새 눈을 내리깔아버린다. 햇빛에 반사되어 단정하게도 자리잡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게 보였다.
야무지게 미술도구를 붙잡고 있는 작은손이 조금 머뭇거리는것같기도 해 찬열은 괜히 멋쩍어졌다.
제가 그런것도 아닌데 마치 자기가 이 아이를 괴롭힌것마냥 미안해지기도 했다.
"나 너 봤는데. 미술부에서."
".................."
"그림 그리고 있더라. 너 미술부야?"
찬열의 그 물음에 백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고개가 끄덕여질때마다 칠흙같은 흑발이 하늘하늘 흩날렸다.
자꾸만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는 백현을 보자 찬열은 조금 애가타기시작했다.
낯가림이 무지 심한 모양이였다.
사실 서글서글한 찬열이 제일 상대하기 힘든 타입이 바로 백현이같은 타입이였다.
말을 걸어도 단답으로 대답하거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상처받거나 하는 타입의 사람은 찬열이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그러나 백현에게는 뭔가 달랐다. 대답이 없는 놈의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난 축구부. 박찬열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백현은 꾸벅 인사를 한 채 저멀리 뛰어가고 있는 중이였다.
악수하려고 막 내민 오른손이 무색해 찬열은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다시 거두어들이고는 백현이 뛰어간 쪽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친구 얼굴 인기 많은 이유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