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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W.커터칼 

 

 

 

 

이제 중3인데 같은 반 친구가 너무 좋아요. 진짜 너무 너무 좋아서 보통 여자애들이랑은 노는 건 좋은데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애여도 키스하거나 안고싶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걔는 틀려요. 매일 안고주고 머리 쓰담고 뽀뽀해주고 싶어요. 근데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어요.  

 

 

저는 남자예요.  

 

걔도 남자구요.  

 

뭔가 잘못된거겠죠? 이러면 안 되잖아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낡은 선풍기가 털털털소리를 내며 움직이고있었다. 평온하고 나른했다. 이제 하복을 입을 때가 된 것 같다. 사회선생님의 말 소리가 아득해졌다. 책상위에 엎드리자 3분단 끝에 앉은 김준면이 보였다. 졸린지 이내 하품을 하고는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나는 눈을 피하지않았고 김준면 또한 눈을 피하지않았다. 김준면의 입이 달싹였다.  

뭘 봐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칠판으로 돌렸다. 아 좀만 더 나 좀 봐주지. 메롱이라도 할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조금 더 얘기할 수 있었을텐데.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며 잔 것 같다.  

 

 

"야. 박찬열" 

 

 

나는 잠에서 쉽게 깨는 타입은 아니지만 유독 김준면한테는 반응이 빠르다. 김준면 특유의 향만 맡아도 눈이 번쩍 띄었다.  

 

 

"왜" 

 

"나 어제 마피아했거든? 근데 너 걔알아?" 

 

 

재잘재잘. 또 내가 알지못하는 김준면만의 세계의 단어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럴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고나 살짝 호응만 해주어도 김준면은 아이처럼 좋아하였다. 유일하게 나한테 웃는 순간이였다. 손을 가리고 웃는 김준면의 모습이 좋아서 그냥 들어주었다. 김준면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김준면은 일반인들은 실체도 잘 모르는 놀이를 한다. 김준면과 말하게 된 계기도 그것이였다. 근데 김준면이 어쩌다 나한테 이 얘기를 했더라..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김준면이 그 놀이를 하는 걸 아는 사람은 우리학교에서는 나 혼자였기때문에 나는 김준면이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며 웃는 것이 너무 좋았다.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김준면의 얘기를 듣는데 김준면이 저 혼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내가 어제말이야. 우리 학교 중국어시험노래 이잖아. 그거 프사로 했는데" 

 

 

언제나와 같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며 호응을 해주었다. 김준면이 밝게 웃어보이며 신나서 다음말을 꺼냈다.  

 

 

"근데 어떤 사람이 자기학교도 그 중국어 시험친다고 그러는거야" 

 

 

어..? 

뭔가 틀리다. 다음말이 예상이가 인상이 찌뿌려졌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살짝 굳은 표정으로 김준면의 말을 들었다. 내 표정을 보지못한 것 인지 하얗게 웃으며 말했다.  

좀 있다가 걔 보러갈건데 같이가자. 우리학교래 

심장이 간질간질 거리다 쿵하고 떨어졌다. 여전히 김준면은 하얗게 웃었다. 내 기분은 상관없고 내 표정 역시 상관없어 보였다. 그저 새로운 자신의 얘기를 나눌수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 기뻐보였다. 해사하게 웃었다. 김준면은.  

나 혼자 보기 뻘쭘해. 같이 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니 끄덕였을 것 이다. 그러니까 김준면이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담어주었겠지.  

 

 

 

 

 

 

과학시간이였다. 과학시간이 끝나고 계단을 김준면과 함께 내려오는데 김준면이 갑자기 방방 뛰며 나를 툭툭쳤다.  

왜 그래? 쟤야! 쟤!  

김준면은 그 말만 하고 그 남자애한테 달려가 어깨동무를 하고 뭐라 속삭였다. 꽤 거리가 있어서 들리지않았다. 아니 그냥 멍했다. 3년을 알고지낸 나한테는 그렇게 안 웃으면서. 갑자기 등장한 김준면에 놀란듯한 남자애는 속삭임을 듣자 이내 밝게웃고는 김준면에게 인사하는듯했다. 그것도 아주 친근감있어 보이게. 눈쌀이 찌뿌려졌다.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김준면의 팔을 잡았다.  

 

 

"안 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준면은 다시 밝게 남자애에게 인사를 하고 남자애 역시 밝게인사를 했다. 서로 장난식 농담도 주고받으며. 남자애와 거리가 어느정도 생기자 김준면에게 말했다.  

아까 말한 애가 쟤야? 응. 이름 뭐야. 네가 알아서 뭐하게. 그냥.  

 

 

"변백현일걸. 아 우리 백현이 쟤가 우리 학교인줄몰랐네" 

 

 

그리고는 김준면은 나를 앞질러 교실쪽으로 걸어갔다. 우리 백현이?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아 카톡으로 아는 사이였나. 아 모르겠다. 짜증나. 이내 고개를 도리짓 쳤다. 내가 왜 이러지. 우리 그냥 친구사이인데. 내가 왜 이렇게 짜증나지? 내가 이상하다. 확실히 너랑 나는 친구사이인데. 그냥 평범한 사이인데. 자꾸만 이상한 두근거림이 생긴다. 너와 내 관계에 파동을 일으켰다.  

 

 

 

 

 

 

날씨가 구렸다. 비구름이 슬금슬금 모인것이 곧 비가 올것만 같았다. 축축하고 비 냄새가 나는 것이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았다. 여름이 오구나 이제. 복도를 걷는데 어항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습기가 너무 많아. 내가 땅위를 걷는건지 물속을 걷는건지 모르겠다. 교실에 들어가자 사물함 정리를 하는 김준면이 보였다. 나는 아직 춘추복이지만 김준면은 하복으로 갈아입은지 오래였다. 김준면은 춘추복보다는 하복이 잘 어울렸다. 몰라 살금살금 김준면의 뒤쪽으로가 눈을 가렸다. 김준면은 그런 내 손을 잡아 내릴려고 했지만 꿋꿋히 버텼다. 그러자 한숨을 폭 내쉰다.  

박찬열인 거 다 알아. 그제서야 나는 손을 내렸다. 어떻게 알았냐. 그러자 김준면은 사물함 정리를 계속하며 말했다.  

손이 뜨거워. 그리고 너 손모양 특이하잖아. 아 하고 탄성을 내었다. 은근히 나에대한거 많이 기억하고있네. 아니 뭐..당연한건가 2년째 같은 반이니까. 가만히 김준면이 사물함 정리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게 좋았다. 김준면은 워낙에 잘 나서지 않고 움직이는걸 안 좋아해서 그냥 김준면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탁- 하고 사물함 문이 닫히고 김준면은 수학책을 품에 안고 말했다.  

그리고 

 

 

"나한테 그런 장난치는 사람 너밖에 없어" 

 

 

수학선생님이 들어오시자 김준면은 나를 흘끗 보고는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나도 내 자리에 앉았다. 남한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였다. 김준면도 분명히 아무생각없이 한 말이였을 것이다. 근데 뭔가 두근거렸다. 뭔가 들킨기분이였다. 김준면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을 말이 나에게는 커다란 바위가 되어 마음을 요동치게했다. 수학문제가 도저히 풀리지않았다. 똑같은 수학문제를 공책에다 풀었다. 안 풀렸다. 그 아래에 다시 한 번더 계산했다. 풀리지않았다. 몇번을 반복해도 답은 같았다. 하지만 틀린 답이였다. 아 내가 수업시간에 수업을 왜 들어. 그냥 처 자라는 하나님의 계시겠지. 책을 덮고 엎드리자 옆옆옆칸의 김준면의 얼굴이 보였다. 무표정하게 필기를 하고 있었다. 지감 생각해보면 표정이 없을때가 훨씬 많단말이지. 그때 김준면이 이쪽으로 돌아보았다. 나를 보며 베시시웃고는 말했다 

좀 일어나 바보야 

이상하게 두근거린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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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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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전 어째서 이 은혜로운 열준을 이제야본거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stairway to love랑 같이 보는데 쩌네여 열준 짱짱맨....♡ 우럭....두번우럭.... 오늘 여기 돗자리 피고 누워야겠네요 자까님 02가 시급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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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잉ㅠㅠㅠ달달하고 좋아요ㅠㅠ열준 흥해라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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