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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X변백현





연인

Written by. N.M.




피곤했다. 밤새 영화를 보았다. 짧게 끊어보려고 다운받았던 몇 편의 영화를 결국 하나부터 끝까지 다 보았다. 그 중엔 액션도 있었고, 멜로도 있었고, 공포 장르도 있었다. 어떤 것 하나도 끊지 않고 다 몰아본 탓에 눈가가 시렸다. 백현은 콧대를 눌러 불편한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분명 백현이 그런 걸 알게 되면 경수가 잔소리를 할 게 뻔했다. 작은 미소가 났다. 어차피 그런 잔소리를 할 경수는 이 집 안에 없었다.


워낙 자주 싸웠다. 다정할 땐 한없이 다정하지만 꽤 냉정한 성격인 경수는 일이 바빠지만 모든 것에 무신경해지곤 했다. 그것에 백현의 대한 사랑도 포함되었다. 그게 싫었다. 어디서나 자신이 특별했으면 했다. 이기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피곤해서 예민해진 경수가 내뱉었던 말들은 2년이라는 시간을 한번에 없앨 만큼 독한 말이었다.



"아무리 너라도 나를 방해하는 건 싫어. 언제까지 놀고만 있을거야? 너 이제 스물일곱이야. 졸업은 작년에 이미 했는데 취직은 왜 안 해?"

"도경수, 내가 지금 얘기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어떻게 보면 맞아. 우리 이대로 가다간 안 될 것 같아. 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정상적인 사회인이 될 때가 됐어, 백현아. 언제까지 내가 네 어리광을 받아줘야 해?"



속사포처럼 다다다 말을 뱉어낸 경수에 백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좋은 성적이었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에 취직을 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 말에 순간 울컥했고, 결국 화를 내고야 말았다. "네 마음대로 생각하지. 정작 네가 나를 알아준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생각없이 노는 줄 알아? 너, 네가 취직했다고 나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보니 서로에 대한 감정은 이미 상할대로 상했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경수도 인상을 찌푸리며 반론했다. 그렇게 다투기를 십 여분이 지났을 때, 백현은 이별을 결심했다.


헤어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너랑 그만 만나고 싶어, 그 한 마디만 내뱉으면 순식간에 남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 말을 내뱉었을 때 굳어버린 경수의 표정을 보고 조금의 후회가 피어올랐지만 참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하긴 나이를 스물일곱이나 먹어서는 남자끼리 사귀고 있다는 것도 웃겼다. 같은 남자라는 건 둘의 사이를 평생 껄끄럽게 한다. 그걸 알고서 연애를 시작한 거였지만 이미 깨어져버린 믿음에 더 이상은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 말을 꺼낸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경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짐을 챙겼고, 백현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짐을 다 챙겨 신발을 신는 건 차마 볼 수 없어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게 끝이다.


오전 7시였다. 경수가 출근을 하기 위해 한창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백현은 익숙하게 부엌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리다가 탄식했다. 역시 사람 버릇은 무서운 거다. 헤어졌는데 자연스럽게 커피를 내리는 자신이 웃겼다. 분명 헤어지자한 건 백현인데. 그러고 보니 경수와 헤어진지 오늘로 딱 2주일이 되었다. 생각하는 사이 다 내려진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이 또 아팠다. 요즘 눈이 확실히 안 좋아졌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 해 모든 영화를 다 섭렵하고 있어서 인 것 같았다. 먹을 사람도 없는 커피를 어쩔까 하다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오늘 밤에 찬열이 놀러오기로 되어있었다. 그 때 먹으라고 주면 되는 것이었다.



[언제 갈까?]

[알아서. 웬만하면 저녁 쯤에 와.]



낮엔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했다. 대학생 때야 리포트를 쓰다가 밤을 새는 일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최근엔 그럴 일도 없었다. 작은 모니터만 뚫어져라 하루 종일 쳐다보면서 밤을 새다보니 두배로 피곤했다. 찬열에게 온 문자에 답장을 한 뒤에 침대 위에 누웠다. 좀 큰 사이즈로 산 침대는 백현에게 하염없이 컸다. 혼자가 된 이후엔 외로워서 자기가 힘들 정도로. 원래라면 이 옆에 경수가 누워 있었겠지만, 이미 헤어진 걸 어떡하겠어. 입을 쩝 다시며 몸을 옆으로 틀었다. 눈을 감았다. 익숙하던 장면들이 잔상이 되어 깜깜한 어둠 속에 비쳤다.


천천히 잠이 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곧 있으면 잘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라 안도하며 몸을 뒤척이는 순간, 부엌 식탁 위에 올려두고 온 전화기가 울렸다. 찬열인가 싶어 안 받으려다가 이미 잠이 깨서 부스스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나 어지러운 몸으로 비척비척 몸을 옮겼다. 안경을 안 써서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글씨에 그냥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느낌이 싸했다. 찬열이라면 전화를 받자마자 동굴 목소리가 울렸어야 하는 건데, 어째 상대편이 조용했다. 이상해 액정을 봤을 때에야 정신이 들었다. '도경수' 익숙한 이름과 번호였다.



-…….

"왜?"



오랜만에 통화였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이니까 2주일이나.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



-잠 못 잤지.

"‥응."

-혹시 영화 봤어?



분명 난 자려고 하는데 정신을 차리면 영화를 보고 있는거야, 그것도 너랑 같이 봤던 것들로.


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건너편에 보이진 않겠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었다. 백현은 전화기를 고쳐쥐었다. 작은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크게 듣고 싶었다. 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고 적당한 목소리에 가슴이 떨렸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못 견디겠어.

"경수야."

-보고 싶어, 백현아.

"……."

-돌아가도 돼?



자연스러운 척 했지만 당연히 힘들었다. 사이가 소홀해졌다고 해서 사랑이 식은 건 아니다. 당연히 되지, 바보야. 간신히 내뱉은 말에 건너편에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백현은 살짝 웃었다. 돌아올 곳은 언제나 있었다.



"얼른 와."

-얼른 갈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작은 목소리가 들리다 뚝 끊겼다. 얼른 방청소를 해야 겠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


갑자기 생각나서 내뱉은 소재이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오백 조각글 자주 올릴 예정이에요. 어차피 인기 끌려고 쓰는 것도 아니니까 뭐‥ 괜찮겠죠?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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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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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ㅠ 분위기가 좋네요 정적이고 차분하고... 단편이지만 잘 읽었습니다 신알신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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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자까님 글씨 크기가 컸으면 좋게써요 잘 보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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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진짜너무좋아요..땀난다분위기퓨ㅠㅠㅠ감사합니다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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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결국 행쇼ㅠㅠ 잘됐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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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분위기가 차분하고 덤덤하니 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다시 오백이들 행쇼해서 다행이야..ㅠㅠㅠ글 잘읽고갑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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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 작가님 진짜 좋아요 ㅠㅠㅠ 경수 아 ㅠㅠㅠㅠㅠ 잘 보고 갑니다 오백행쇼 ㅠㅠㅠ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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