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호그와트의 비밀
종대의 눈동자는 보는 사람이 어지러울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10점 득점했습니다!"
경기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뒤이어 포효하는 듯한 백현의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160대 180. 거의 다 따라잡았다. 종대는 마른 입술을 훑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딜 감히! 하는 찬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어디 숨어있는거야.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던 종대의 눈이 한 곳에 멈춰섰고, 눈동자가 멈추기 무섭게 그는 빗자루를 몰아 반짝이는 황금빛을 뒤쫒기 시작했다.
"야! 드디어 김종대 움직인다!"
종대가 움직이자 퀘이플을 몰던 백현이 소리를 지르자 그리핀도르의 모든 선수들이 각자 제 할일은 하면서 종대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변백현, 저 주둥이를 진짜. 종대는 코끝을 찡긋했다. 종대의 뒤에는 뒤늦게 스니치를 발견하고 그의 뒤를 쫒는 슬리데린의 수색꾼,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있었다.
"김종대! 또 뺏기기만 해! 진짜 반 죽인다!"
"미쳤냐? 또 뺏기게?"
스니치는 파수꾼인 찬열이 지키고 있던 골대 사이를 지나갔다. 종대가 스니치의 뒤를 따라 골대 사이를 지나가자 찬열이 그의 뒷통수에 대고 소리를 바득바득 질렀다. 그러자 그리핀도르의 몰이꾼 잭슨이 찬열에게 대신 답해주었다. 저번 경기에서도 지금처럼 종대가 먼저 스니치를 발견했는데 카야가 엄청난 속도로 뒤를 쫒아오더니 그를 제치고 결국엔 스니치를 잡고 말은 것이다. 그 전번의 경기에서는 종대가 스니치를 잡으려고 팔을 뻗는 순간에 슬리데린의 몰이꾼 세훈의 방해로 움찔하는 사이에 카야가 잡고 만 것이다. 그 때마다의 카야의 표정을 생각만 하면 종대는 아직도 화가 차오른다. 이번에는 안 뺏긴다, 내가. 2년 연속으로 스니치를 빼앗긴 종대는 독이 오를대로 올라있었다.
"왕콩!! 나 엄호해!! 엄호하라고!!"
2년 전, 세훈의 방해로 빼앗긴 것이 또 일어날까싶어 종대는 스니치를 쫒아가며 잭슨에게 자신을 엄호할 것을 명령했다. 카야는 어느 새 제 옆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카야는 매년마다 새로 나오는 빗자루를 샀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종대는 형이 쓰던 빗자루를 고이고이 보관하여 쓰고 있었고. 시발, 돈이 좋구나. 종대는 그 순간에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만…스니치는 종대의 손 끝과 한 주먹 사이로 위치했고, 카야는 거의 종대와 비슷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내가 이번엔 진짜 안 뺏겨! 그러나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던 종대는 갑자기 뒷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서 바닥으로 우당탕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된다는 휘슬 소리도 들렸다.
"조, 종대야! 괜찮…,"
"우억, 우, 우에…으에엑…!"
거의 토할 기세로 기침을 해대는 종대의 곁으로 비글들과 다른 선수들이 후다닥 달려갔다. 잭슨은 그런 종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연신 미안하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유는 즉슨, 종대를 엄호하던 잭슨이 저에게로 날아오는 블러져를 쳐내다가 종대에게로 날아가는 블러져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인 종대가 스니치를 잡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슬리데린의 몰이꾼들이 진행한 작전이었다. 덕분에 종대의 등에 블러져가 날아가 꽂혔고 그 충격으로 종대는 빗자루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붕 날아가 떨어진 것이다.
배가 아프다. 짜증나. 3년 연속으로 스니치를 빼앗긴 분노로 인해서 소화 불량이 일어났나. 배가 미친듯이 아파왔다. 경기장 바닥에 철푸덕 엎어진 채로 종대는 괴성을 질러대며 팔다리를 쿵쾅댔다. 억울해! 씨발! 이게 뭐야! 3년 연속으로 뺏겼어! 차올랐던 독이 터져버렸는지 배가 미친듯이 아팠다. 아파아아! 꿱하고 소리를 지르던 종대는 싸르르하면서도 뭔가 꽉 막힌 듯이 아픈 배 밑에 손을 넣었다. 응? 이게 뭐야.
"…어."
"…억?!!"
종대는 아픈 배도 잊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순식간에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종대의 손 안에는 작은 황금빛의 스니치가 반짝이고 있었다. 빗자루에서 날아가 떨어진 종대는 배에 스니치를 깔고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었다. 어쩐지 배가 너무 아프더라! 종대가 웃으며 소리치자 그리핀도르의 선수들이 종대를 들고 헹가레를 치기 시작했다. 야! 오늘 형이라 불러라! 종대는 꺄하학 웃으며 말했다.
"310대 180! 그리핀도르의 승으로 오늘 경기를 마칩니다!"
경기를 끝내는 안내가 나오면서 경기장 내 전광판에는 오늘 우승한 그리핀도르의 선수들이 떠올랐다.
"형, 형. 내가 신기한거 보여줄까요."
"아익, 깜짝이야."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올라가는 민석과 학연, 동우의 뒤에 비글들이 나타났다. 동우가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셋이서 맞춘 것인지 동그란 안경을 똑같이 쓰고 있는 비글들이 히히 웃고 있었다. 니네는 아직도 신기한걸 찾아내? 민석이 물었다.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의 물건을 호그와트의 경비원인 필치의 어마무시한 경비를 뚫고 가져오는 법이라든지, 호그와트의 주방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알아낸 것이며, 야밤에도 호그와트 내를 돌아다니며 온갖 장난을 치는 방법 등 신기하면서도 엄청난 행동을 하고 다니는 비글들인데 그런 비글들이 자신에게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니. 민석은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옆에 있던 학연와 동우는 옆에서 망설이는 민석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민석 대신에 동우가 대답했다.
"뭔데? 우리도 가도 돼?"
그러자 보여줄까요? 하고 물었던 찬열이 종대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종대는 백현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백현이 먼저 발견하여 종대에게 보여주고 그 다음에 찬열에게 보여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신난 찬열이 민석에게 보여줄까요? 하고 물은 것이고. 백현은 검지손가락을 들고 턱 밑에 가져다대고는 흠, 하며 뜸을 들였다. 민석은 백현이 저렇게 하고는 수락할 것을 알고 있었으나 학연과 동우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두근두근, 침을 꼴깍 삼키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백현은 그런 눈빛을 눈을 감고 억지로 무시하며 모르는 척 둘의 긴장감을 배로 높였다.
"아, 이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에이, 백현이."
학연이 능청스레 백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톡 쳤다. 찬열은 자기보다도 한참 작은 백현의 어깨위에 턱을 받치고서는 동우와 학연을 놀리듯이 말했다.
"아무한테나 거기 문 못 열어 드립니다."
"우리가 '아무나'의 사이였어? 우리 좀 각별한 사이 아니던가, 응?"
동우가 에이-, 하며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백현의 망토 속으로 넣으려 시도했다. 그러자 백현은 그런 동우를 말리는 척 하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에헤이, 이러시면 안되지요. 제가 곤란합니다?"
"에헤이! 그냥 나의 작-은 정성이니까 뭔지 보기라도 하시지 그러나."
"어허흠. 그럼 보기만 하지요-."
백현이 킥킥 웃으면서 동우가 들고 있던 주머니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헐, 대박. 뒤에서 확인한 종대가 감탄하자 동우는 주위를 휙휙 살피고는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그것이 무엇인지 대답했다.
"위즐리 형제가 옛날에 엄브릿지 놀릴 때 썼던 그 불꽃놀이."
"대박, 이거 한정판이잖아요."
"나 하나 더 있어."
"대박…! 이거 우리한테도 안 준건데."
워. 백현이 생각보다 엄청 센 조공에 놀라 헛웃음을 터트렸다. 백현은 주위를 살피고는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망토 속에 쏙 넣었다. 종대는 어느새 동우의 옆으로 가서는 쫑알쫑알 그 때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가 파는 거 봤거든요. 근데 돈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돈 모자르는거 드릴테니까 우리 하나만 주면 안되냐고 그랬는데 저어얼대 안된다고 그러면서 안 줬어요. 우리가 그거 얼마나 한으로 남았는데.
"형, 근데 우리가 발견한거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예요…."
"괜찮아. 그냥 받아 둬."
동우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백현은 좋은 물건은 받아서 좋으나 아무래도 너무 큰 물건을 받아 곤란한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동우가 백현을 팔꿈치로 또 톡 치더니 '그럼 우리 주방에서 먹을 것 좀 가끔 가져다줘라. 배고파.' 하고 말했다. 그의 말에 비글들은 감동을 먹은 표정으로 동우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형, 형은 진짜 최고예요. 우리 은인이야, 은인.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학연이 슬쩍 끼더니 그거 나랑 애가 같이 산거다, 하고 덧붙였다.
"짜잔."
"엥?"
비글들이 그들을 데리고 간 곳은 여자화장실 앞이었다. 미쳤나 봐. 민석이 여자화장실 표시를 보자마자 망설이지않고 말했다. 그런거 아니예요오! 종대가 소리 높여 말하다가 백현에게 쉿, 하는 소리를 듣고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그런거 아니예요, 변태. 하고 말했다. 민석이 눈썹을 찡긋하며 그럼 뭔데? 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보이자 백현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그들에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그것을 듣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학교에서 안 쓰는 화장실이라고?"
"네."
이게 뭐가 신기해. 민석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비글들은 그런게 있다며 형들을 화장실 안으로 모셨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오랫동안 쓰여지지 않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벽 가득한 곰팡이와 담쟁이 덩쿨이 벽에 가득했다. 게다가 공기에서도 곰팡이 향이 가득했다. 으엑. 형들은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표정을 찡그렸다. 이게 뭐가? 형들이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비글들을 바라보자 비글들은 아이, 성질이 급하시네 하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화장실 칸의 모든 문을 열으며 안을 확인했다.
"없는데…?"
"에이, 아냐. 있어. 잘 찾아봐."
"없어…."
그러나 찾지 못한 듯 비글들은 당황했다. 어, 이럴리가 없는데 하며 비글들은 화장실 곳곳을 살폈다. 민석은 기대도 안했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그들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얘들아. 형들 속이려면 연기 좀 더하고 와. 우리 간다?"
"오우, 이게 누구야. 날 찾나 봐?"
민석이 학연과 동우를 데리고 화장실을 나가려는 그 찰나에 뒤에서 한 앳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놀라지도 않는 민석이 움찔하며 놀라자 여학생은 낄낄 웃으며 민석을 지나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학생이 민석을 통해 들어가자 민석은 손으로 온 몸을 문지르며 소름을 잠재웠다.
"어디 갔었어!"
여학생이 나타나자 그제서야 비글들의 표정이 풀렸다. 여학생은 그들을 비웃으며 백현을 통해서 화장실 끝으로 갔다. 백현 또한 민석처럼 손으로 몸을 문질렀다. 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더니 이 느낌은 적응이 안된다며 푸하하 웃었다.
"이 모우닝 머틀은 바쁜 몸이거든."
"거짓말. 심심한 거 다 알거든. 또 기숙사 반장들 전용 욕실이나 들락거렸겠지."
"시끄러! 나를 뭘로 보고…근데 저들은 누구지?"
머틀은 민석과 학연, 동우를 보더니 눈썹을 까딱였다. 백현이 그 셋을 머틀에게 소개하려는 순간 머틀은 또다시 백현을 통해 그 셋 앞으로 지나갔고 백현은 또다시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문질렀다. 유령이 사람의 몸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느낌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린 후플푸프 학생이고…."
"오우, 후플푸프…. 얼마만에 보는 후플푸프야."
"머틀은 사람 보는 것도 오랜만이잖아."
종대가 뒤에서 깐죽거리자 머틀은 순식간에 종대 앞으로 날아갔다. 갑자기 나타난 머틀에 놀라 비명을 질렀으나 머틀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하! 그래! 하기야 살아있을 때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 못생긴 머틀에게 누가 관심이 있겠어?"
"저기…?"
"머틀을 과녁으로 삼아 과녁맞추기 놀이나 하시지! 머리는 50점이라고!"
머틀은 거의 경기를 일으키듯이 말하고는 변기통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어안이 벙벙해진 학연과 동우는 민석의 어깨를 사이좋게 한쪽씩 사이좋게 잡았다. 민석은 한숨을 푹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