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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를 경배하라. 권세를 떠안겨줄 너희들의 황제를 극진히 모셔라. 이번에 황좌를 차지하는 주인은 사랑에 나약하게 널부러질 여황제다. 후궁을 들이는 대신 국서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순애보라고 기록될 여인에게 제 아들을 들이밀어라. 들이민 사내 중 황제의 취향이 있을지 모른다.숨을 씹은 귀족들의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같은 이해관계에 묶여 한 편을 먹었지만 국서의 친정이라는 명예는 황제가 물러나 새 황제가 등극해도 지속될 테니 절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든든할 황제 며느리는 절세가인인 제 아들의 손에 있을 거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며느리가 죽는대도 국서와의 사이에서 자식만 있으면 국서가 어린 제 자식 뒤에 발을 내리고 앉아 정치를 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같잖은 양보를 할 자리가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뛰어들어야 할 자리였다. 보통 제국의 황제는 사내였던 경우가 많아 황후가 자식을 생산해도 외가라 큰 위력을 행사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황제의 친가가 된다. 준황족의 위세를 떨칠수 있는 이 기회를 놓쳤다간 땅을 치고 후회하리라.



느긋한 황제파와 달리 궁지에 몰린 귀족파는 이번만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였다. 황제가 바보가아닌 이상 제 편으로서 토달지 않고 지지하는 황제파를 귀애했다. 정계에 설 입지가 작아질대로 작아진 귀족파는 불만이 종자가 따라줬지만 넘치기 직전인 술처럼 그득했다. 계파를 위해서도, 앞으로의 정계생활을 위해서도 국서 자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있다는 솟아날 구멍이었다. 그간의 패배를 뒤집을 이 자리를 결코 놓칠 수 없다.






국서라는 왕관은 귀족파에서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왕관은 제 아들의 것이어야 한다. 욕심이 사리분별을 흐리게 하는 이들이 태반인 이 무리는 귀족파였다.





*





볼렌데 나르디. 나르디의 뜻대로. 맹목적인 충성으로 주군을 섬겨온 황제파는 귀족파보다는 느긋했다. 그동안 황후 자리나 조정에서의 좌석 싸움 중에서 언제나 승점을 올리기만 해서 만만한 저들에게 질 것이란 생각은 아예 없었다. 당연히 국서 자리 또한 저들의 손아귀에 쥐어질 것이라고 여겼기에 황제에게 어울릴 짝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원래는 부마로 들일 생각이었지만, 선황의 돌연사로 이번에 들일 이는 명실공히 나르디의 국서가 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2세를 위해 외모도 잘나고, 만일을 대비해 정치 감각도 뛰어난 완벽한 짝을그녀에게 안겨줄 생각이었다.




후보들을 물색하려 이리저리 발품을 팔던 황제파의 일원은 벚나무를 유심히 살피는 적수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오묘한 힘을 불러일으킨다는 저게 뭔 대수라고 보고 있을까, 꿍꿍이를 엿볼 수도 알 수도 없어 답답했다. 아직꽃봉오리 밖에 없는 저 나무에 꿀단지라도 숨겨둔 건가,별 게 아닐 거라 생각한 그들은 '몽'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몽을 찾아 나선 여정길은 고되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손수 끓인 차를 권하는 몽은 맑은 국화차를 들이켰다. 얼굴에 옅은 상흔이 있던 것을 보고 걱정 아닌 시선을 보내자머쓱한 듯 시선을 내렸다. 황제파에서 고른 모든 조건이 들어맞는 것은 둘이었다. 그 중 하나인 몽은 자신이 국서에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평온할 수 있었다. 그평온함을 깨야했던 그들은 뜨거운 찻잔을 만지작대는 등손을 꼼지락대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황제파에서 거론된 국서 후보십니다. 몽님."






곧바로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말에 뜨거운 찻물을 들이키던 몽의 움직임이 멈췄다. 국서라는 그 감당하기 힘든 자리의 주인으로 거론된다는 말은 자신이 황궁 안에 들어야 하는 확률이 절반은 넘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적당한 관직에 앉아 생계를 유지하고, 백성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던 몽에게 굳이 권력을 쥐어준다니, 왜?






"몽님 한 분만 후보는 아닙니다. 몽님까지 두 명의 후보를 폐하께 올릴 거긴 한데, 폐하의 선택이다 보니 절대 무를 수 없을 테니 마음의 준비는 하시라고 찾아온 거니까요."






"만약에. 아주 만약에 폐하의 국서가 되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무엇이기에 굳이 나를 국서 후보로 고른것입니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은혜를 잊지 않고,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저희를 생각해주시는 것으로만족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하였으나 은혜를 잊지 말라는것은, 폐하가 황제파의 손을 들도록 하는 것이겠군요."






"눈치도 빠르십니다. 역시 저희가 내정한 국서감이십니다."






눈치가 없는 것은 바보라는 뒷말을 삼킨 몽은 어느덧 식은 차를 홀짝 마시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국서 자리가 무슨 이득이 있는지 계산해보는 것이었다. 자신이 살고자 했던 삶에 연관이 되는지, 횡령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국서가 되면 생계가 해결되니 자신에게 따로 나오는 재산은 백성들을 위해 쓸 수 있었다. 달라진 지위로 인해 선하기만 하던 의도가 당연하게 보여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인사를 받으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까. 결국 몽은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국서 후보에 이름 올리는 거, 반대는 안하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얻은 일원들은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몽은 굳이 그들을 잡지 않았다. 생각도 해본 적 없던 왕관이 주어질 수도 있다니까 아직도어안이 벙벙했다. 정치색을 띠지 않는 무색이고 싶은데계속 빨강을 강요하는 황제파가 별로여도 우선 시늉이라도 해주기로 했다. 자신의 반려가 만인지상 지존인 황제가 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혼인을 하게 될까 두려웠다. 자신은 혼인할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인데.






"혼인, 안할 겁니다."






몽의 단단한 오만은 조정에 든 황제로 인해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버린다. 고아한 황룡포 대신 세련된 청룡포 를 걸친 그녀로 하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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