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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우리는 오늘도 진군과 회군의 기로 위에 서 있다. 황량한 모래사막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머무는 전장, 깊은 수심으로 푸르다 못해 퍼런 강물이 넘실넘실 흘러대는 중인 아주 변방의 요동. 나는 그곳에 서 있다.













“하아.”












툭. 어쩐지 오늘따라 먹구름이 짙다 하더니 하나 둘, 내리는 비의 향내가 후각을 자극했다. 어쩐지 흙이 품은 내음이 흐뭇하진 않더라도 나쁘지 않았던 날이었다. 잠깐 눈을 감은 채로 날짜를 어림하던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벌써 서신이 왕래한지 다섯 번,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하고 짧고 간결하던 그 전의 편지들과 달리 길고 상세하게 적었다. 정말 돌아가는 것이 간절했기에 더 그랬다.










“태형님.”










전장에 나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힘을 써야 하는데, 싸우기 위해 나서야 하건만 나설 수 없는 병사들이 태반이었다. 극심한 전염병 탓이었다. 이유 모를 병이 발병해서 하루하루 힘겨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전쟁의 임시 지도자로서 병사들이 앓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동정심이 일어오는 것은 불가항력적이었다.












강을 건널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조정의 답신만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사자를 개경으로 보냈다. 개경에서 이곳까지 쉬지 않고 달리면 나흘, 넉넉히 기간을 둔다 해도 일주일이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였다. 시간이 어느덧 흘렀으니 이제 올 때쯤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멀리서 말의 박차를 가한 채 달려오는 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태형님, 폐하의 명령이십니다. 위대한 회연의 전사들이여, 진군을 멈추지 말고 회연의 이름을 천지에 알리라. 이렇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비통을 감출 수 없는 듯 해 보이는 사자를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서신으로 시선을 돌린 태형의 잘생긴 낯은 어느새 돌처럼 딱딱히 굳어있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밤 꿈자리가 좋았단 말이다. 하지만 황제의 명령에 대항할 배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사자가 손에 올려준 종이를 번쩍 들고 외친다. 내 마음과는 정 반대로. 우선은 따라야 했으니까, 존명(尊命) 하고. 물론, 적힌 필체를 보는 눈빛이 잠깐 날카로웠는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태형님, 회군이 허락이 난겁니까.”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진군을 독려하는 폐하의 명령에 반기를 드는 것, 그것이 곧 반역이었다. 그 탓에 굳었던 표정을 풀고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린 태형이 무릎을 꿇어 황명을 따르겠다는 것을 보지 못한 무지한 병사들은 칭얼대는 어린 아이처럼 귀찮게 괴롭혔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았다. 그러나 그 소망을 담은, 별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들이 마주하기에 너무 무겁다. 그 무게가 버겁고 굳이 감당하고 싶지 않다. 들고 있던 서신을 내어주고 그들의 반응을 관전하는데, 금할 금을 발견한 그들은 글자는 몰랐지만 눈치로 알아먹는다. 갈 수 없다는 것을, 돌아가는 것은 글렀다는 것을.












“아버지, 태형입니다.”












실망감으로 얼룩진 그들의 표정을 더는 볼 수 없어 조용히 그 자리를 비운 태형이 향한 곳은 아버지의 처소였다. 이 전쟁을 총괄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는 장군, 총사령관. 꽤나 무예에는 이름을 날리던 공로를 인정받아 무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 바로 밑에 앉았지만 그 관직을 가졌음에도. 꽤나 목소리 높일 수 있는 자리에 있어도 황제의 욕심은 꺾지 못했나보다.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도 아니고, 무려 네 가지의 이유로 이 정벌을 반대하며 반박했지만 이 일을 진행시킨 것을 보면 말이다.












“무슨 일이냐.”












서신이 당도하고 오늘따라 활기가 없는 아버지의 낯에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태형은 돌려 말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였다. 용건을 전하기로 했다. 태형이 오늘 아버지를 찾아온 이유, 다름 아닌 질책이었다. 셀 수도 없는 군사들의 목숨의 무게를 지고 있는, 현재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반응만을 보이는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서.












“언제까지 이곳에 계실 작정이십니까.”










“무관이 되어 황명을 거부할 수 있더냐, 그저 무관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따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저 수많은 병사들이 아버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저들이, 언제 또 죽어나갈지 모르는 병사들이 가엾지도 않으십니까. 우리가 이 원정을 떠나온 이유가 무엇인데요. 싸우러 왔습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싸우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와 싸우고 있지. 그것도 어찌 보면 전투가 아니냐.”












“아버지는 이미 폐하의 뜻에 반발했었습니다. 한번 했던 반발, 무엇이 어렵다고 이곳에 발 묶인 채 계속 계실 작정이냔 말입니다.”












아버지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허무하게 스러질 운명이 아니란 말입니다. 진군할 시기만 보다가 어처구니없게 전염병이라도 걸려 이곳에서 떠나갈, 그런 운명이 아니지 않습니까. 뱉고 싶은 말은 잠깐 유예한 채 침묵을 고수하는 태형은 아버지의 답을 기다렸다.










사자의 앞에서는 황명을 받들겠다, 약속을 해보였지만 사실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썩어빠진 회연의 황제의 욕심에 휘둘려 안 될 일에 힘 빼지 않으리라, 존명을 외치던 그 순간에 얼마나 다짐했는지.













더 이상 총명한 황제가 아닌 이상, 그의 명을 따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용단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은 반역이 될지 모르는 일, 회군을 하기 위해서는 식솔들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태형은 급했는지도 모른다.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취하기 위해선 최대한 빠른 결정이 도움이 되었으니까.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것임을 총명한 네가 무엇보다 잘 알 것이다. 내가 군사를 돌리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폐하의 추종자들은 반역이라 고해바칠 것이고, 그랬다간 가족들이 다치고 심판을 피할 수 없을게야.”












“아버지는 결심만 하십시오. 아버지가 결정만 내리면 감당해야 할 모든 일들은 제가 감당합니다.”












그 말을 마치고는 더 할 말이 없었기에 막사를 빠져나왔다.













아버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는 왕(王)이 될 수 없습니다. 썩어빠진 회연 대신 새로운 나라를 위해 아버지의 측근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세울 운명을 세울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아버지가 이토록 망설이는 이유, 결단력이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근데도 아십니까. 난 아버지를 왕으로 세울 수 있다면, 내가 존경하는, 믿을 수 있는 아버지를 이 나라의 지존으로 세울 수 있다면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길도 기꺼이 뛰어들 자신이 있음을. 아버지는 모르시겠지만.













“아버지는 평생 모르신다 해도. 전 아버지를 위해 살기로 다짐했으니.”













태형이 걷는다. 접촉하는 모래바닥면에 발자국들이 아로새겨진다. 그 남는 발자국과 함께 하는 것은 갈망이라 이름 붙인 감정이다. 안온한 낙원과도 다름없는 사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정과, 당신을 반드시 왕위에 올려 썩어빠져 회생불가인 회연이 아닌 새 나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화르르 타올랐다.












사람들의 목숨이 이렇게 스러지도록 놔두려는 황제는 나의 황제가 아니다, 나의 군주일 수 없었다. 내가 섬길 수 있는 군주는, 누구보다 백성들의 마음을 잘 알 사람은 내 아버지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아버지를 꼭 왕위에 세울 겁니다. 바라시든 바라시지 않아도 상관없이. 그 소리 없는 맹세가 강의 물결과 함께 널리 퍼져만 갔다.












“태형님.”












아직 자지 않는 병사가 눈을 비비며 막사 바깥으로 나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순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아는 체 한다. 태형님,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어쩐 일로 밤잠 못 이루십니까. 그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는 대신 태형은 허락 따위는 과감히 생략한 독단적인 명령을 내렸다.













“짐을 싸라.”










“예? 태형님, 그 말씀은.”












“자고 있는 병사들에게도 말해 짐을 싸라, 회군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당신께 선사할 수 있는 대의의 첫 단추라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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