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뱀의 눈이 반짝 빛났다. 끈적한 눈빛으로 드림과 11명의 기녀들을 찬찬히 둘러보지만 꽤나 익숙한 일이라는 듯이 여인들도 각자의 본분을 다한다. “나으리, 제가 가락지를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리면 제게 무얼 해주시겠습니까?” “제게도 기회를 주시지요. 제가 똑똑히 보았습니다. 둘째 마님께서 저 아이, 화양이한테 주는 것을요.” “어머? 입술이 얇아도 말은 바로 하라 했습니다. 나으리 전 아닙니다. 뭐 정녕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옷고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야살스럽게 웃는 화양이의 표정에 엄한 김행수만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한다. 그러자 곧바로 화양이의 맞은 편에 있던 연화가 인상을 쓴다. 가세가 기울자 스스로가 기녀가 되겠다고 기방에 찾아온 연화. 그런 연화가 꽤나 점잖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