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 솔직히 아까 너 못 알아봤었다?”
“지는, 아주 눈, 코, 턱 다 했으면서.”
“어, 들켰다, 근데 턱은 안 했어, 낄낄.”
“마셔마셔마셔!”
8년 만에 만난 고3 반 아이들과의 재밌었던 고교동창회를 끝내고, 아직 연락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2차로 간 술집에 억지로 끌려온 지 2시간째, 지들끼리 놀고먹고 할거면 술 못하는 나는 왜 끌고 온 것인지 의문이다. 술 냄새와 술에 취해 온갖 진상짓을 해대는 친구 년들을 보자니 더는 여기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바람이나 쐴 겸, 밖으로 나왔다. 시끌벅적한 실내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조용하고 숨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뭐해?”
“어? 변백현……나 그냥,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깐 밖에 나와 있었어.”
“아아.”
“너는?”
“나도 뭐, 그냥 잠깐 나왔는데 니가 보이길래…….”
바닥에 쭈그려 앉아 별 두세개가 간간이 빛나는 서울의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 내가 열심히 짝사랑했지만 결국 고백도 못한 채 같이 졸업을 맞이한 변백현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어느새 내 옆에서 나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얘기를 나눴다.
“요새 뭐 하고 지내?”
“그냥 알바 이것저것…….”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알바 뛰어?”
“어쩔, 그럼 변백현 니가 나 취직시켜주던가.”
“우리 회사 들어올래?”
“진짜로?”
“지, 진짜 들어오려고?”
당황한 변백현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고 말았다. 알바에 찌들고 나서 얼마 만에 되찾은 웃음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변백현과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변백현이 따라 웃는걸 보면 아직도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가슴이 마구 뛰는 걸 보니 이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그, 난 이제 들어갈 건데, 변백현 너는?”
“난 여기 좀 더 있다가 들어갈게.”
“그래, 그럼.”
혹시나 붉어진 얼굴이 들킬까 봐, 변백현을 뒤로 한 채 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가,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가보니 하나같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술에 취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들 꽐라가 되어서 여기저기 뻗어있는 이 상황을 보니 아까 백현에게 느꼈던 설렘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였다.
“아우 진짜, 야! 일어나! 술 깨! 집에 어떻게 가려고 그래!”
“뭐야……못 생겨ㅆ…….”
“이것들이……일어나라니까?”
“…….”
“어휴, 나도 모르겠다.”
아무리 깨워도 잠깐 눈떴다가 다시 쓰러져버리는 게 대다수니 일찌감치 깨우는 걸 포기하고 배째라는 심정으로 나는 주변에 보이는 물컵 중 아무거나 하나 잡고 물을 벌컥 들이켰는데,
“아우 써, 하여간 웬수들! 술잔 냅두고 왜 물컵에다 술을 따라 마시냐고!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데 물인 줄 알고 원샷해버렸으니……큰일 났네.”
말 끝나기 무섭게 나는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고 세상이 두 개로 겹쳐 보였다. 그래도 여기서 나라도 살아남아서 다 집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몇 번이고 내 뺨을 때리고 꼬집으면서까지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점점 졸음을 참는 데 한계가 오고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쯤, 변백현이 안으로 들어왔고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나는 바로 뻗어버렸다.
-
얼마쯤 잤을까, 몸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불편하여 눈을 떠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업혀서 가고 있었다. 설마 날 업고 가는 사람이 백현이는 아니겠지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변백현의 이름을 불렀더니 백현이가 깼냐며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난 그냥 대답만 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변백현의 행동에 나는 당황해 하며 변백현의 시선을 피했다. 바보같이 또 눈 마주쳤다고 설레여하긴……나는 여전히 변백현의 시선을 피한 채로 변백현에게 물었다.
“다른 애들은?”
“아, 핸드폰으로 지인들한테 전화해가지고 와서 다 데리고 갔어.”
“아……근데 나는 왜 네가 데려다 주는 거야?”
“어, 그게 너만 전화를 안 받더라고 하하…….”
“우리 집이 어딘지도 모르면서……내려줘, 술 다 깼으니까 내가 알아서 갈게.”
“갈 수 있어?”
“내가 애냐.”
그렇게 백현의 등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어, 다시 변백현 앞으로 가서 내가 등에 업혀 자는 동안 뭐 이상한 말은 하지 않았는지 물어봤는데 변백현이 실실 웃으며 날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글쎄, 너무 웅얼거려서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렸던 거 같은데, 변백현 좋아해라고 한 거 같기도 하고?”
“야, 무슨! 내가 설마 그런 말을 했겠냐?”
“장난이야, 빨리 가, 곧 12시 다 돼간다.”
“그 치? 장난이지? 그럼 다행이고 시간되면 언제 한번 또 만나자”
“그래, 잘 가.”
하여간 변백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놀리는 데는 뭐 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가는데, 계속 변백현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장난이라고는 했는데, 내가 진짜로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어쩌지? 그보다 더 심한 말을 했으면? 여러 가지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아까 술인지 물인지 잘 알아보고 마셨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아, 모르겠다, 변백현이 장난이라면 장난이겠지, 설마 진짜게.”
-
“변백현……내가 고등학생 때, 얼마나 좋아했었는데……고백도 못 해보고…….”
“어? 뭐라고?”
“좋아한다고……변백현.”
“…….”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티 냈는데……나쁜 새끼.”
“미안해.”
“…….”
“……자는거야? 그럼 자면서 들어, 사실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 너 좋아했는데.”
“…….”
“언제 고백하나 매일 기다렸는데, 이렇게 안 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먼저 고백할걸.”
“…….”
“나 좋아한다고 왜 이제 말한 거야, 너무 늦었잖아.”
“…….”
“……나, 다다음달에 결혼하는데.”
“…….”
“솔직히 나랑 결혼하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어.”
“…….”
“……잘 자.”
(소심)안냐세여 글잡 처음와바여 방가방가...(소심) 다 끝난 국밥여름대란에 뒤늦게 국밥여름을 듣고 쓴 글이지만 쓰다가 오글거려서 급하게 마무리한 븽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마지막에 징어가 백현이의 등에업혀 자는 사이에 일어난 저 대화;; 옭을옭을해서 땀난당^▽^;; 점 왜이렇게 많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열린결말로 독자님들이 상상하는대로 이뤄질수있져 예를 들어 백현이가 결혼식 전 날 징어와 사랑의 도피를 가서 뽈인럽하던가 징어가 백현이결혼식날 등장해서 결혼식 깽판치고 백현이와 결혼식장을 나오거나 끝내 안이루어지거나 백현이의 행ㅋ벅을 빌어주거나 상상은 자유에영 쿠후쿠훜후 근데 이 새벽에 이걸 읽고 댓글달아줄 사람들이 있을까?흡..나름 아련하게썼다고 생각하여 아련해지라고 새벽에 올리는건데..분위기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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