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 소원이 한가지 있어요
나를
아저씨의
달로 데려다 주세요.
Film Noir 1
나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나를 낳았던 나의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아니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아는 사람도 내겐 그녀 뿐이어서 그냥 모든 초점을 그녀에게 맞춰 살았다.
그래서 더 그녀의 옆에 붙어 그녀가 필요한 모든 것을 했다. 아마도 내가 했던 모든 것이 그녀를 더 끔찍하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반복되는 어머니의 히스테리에 나는 점점 지쳐가고 그녀의 찢어지는 고성은 내 방 안의 스피커로 막았지만, 작게나마 들리는 그녀의 말에는
스피커도 소용이 없었는지 그녀의 소음과 내 방 안의 소음이 겹쳐져 잘 들리지 않는데도 지겹게도 흘려왔던 눈물이었는데 정말 지겹게도 흘렸는데
아직 징그럽게도 난 흘릴 눈물이 남아있었나보다.
나는 엄마가 약에 취해 잠든 사이 내 방 밖을 뛰쳐나갔다. 나는 도망쳐나왔다. 그 지옥에서 나는 빠져나왔다.
가까스로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하늘을 마주하니 푸르게 해가 떠오르려던 참이었다.
하루가 또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지랄맞은 배는 긴장이 풀렸다고 벌써부터 울어재낀다. 수중에 있는 돈도 얼마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굶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다보니 새벽 공기도,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풍경조차도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아닌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얼굴, 피곤해보이는 얼굴,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우는 얼굴.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을 나는 이토록 처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너무나도 멋진 일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울컥 터진 눈물에 누가 볼새라 급하게 눈물을 닦아내곤
다시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가 앉았던 벤치에 누군가 앉더니
날 불러세웠다.
"이런 이른 시간에 교복도 안 입은걸로 봐선 비행 청소년인가?"
갑자기 말을 건 사내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나는 태연한 척 그 길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이어지는 말에 나는 결코 태연할 수 없었다.
"찍었는데, 맞나보네 집 나온 거. 어디 가서 잘 데는 있나몰라. 여자애가 노숙이라도 하려고? 간도 크네. 나도 그 땐 몰랐어 집이 제일 편한 곳이었다는 거. 이렇게 혼자 나와있는 건 안 무서워? 후회하기 전에 얼른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난 그 때 밤이 가장 무서웠어, 밤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아침이 돌아오면 혼자 숨어있다가 겨우겨우 기어나와서 다시 잘 곳을 구하고 일할 곳을 구했어. 네가 그런 삶을 반복할 수 있을까?"
"내가 할 말은 끝, 이제 정했어?"
그는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두려워졌다. 내가 내 손으로 버린 그녀는, 나는 그녀를 버린 게 아니었다.
그저 버린 척 다른 손에 그녀를 쥐고 있었다. 지금 엄마는 뭐하고 있을까. 내가 없는 지금 엄마는 어떻게 있을까.
나는 다시 달렸다. 내가 방금 탈출한 지옥으로 내가 스스로 발을 옮겼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내 발은 멈추지 않았다. 멈출수 없었다. 도착한 집에서는 엄마가 곤히 자고 있었다. 극에 달은 두려움에 내쉬지 못한 숨을
엄마의 긴 호흡으로 나는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짧은 일탈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