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one's for you.17
오늘은 부모님의 기일이였다. 아저씨랑 같이 왔다. 음, 말을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니 당연히 같이 가야되는거 아니냐, 하고 말을 해주어서 엄청 고마웠다.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시는건 아닌데 아저씨가 우리 부모님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고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도착을 하고 내리니 무수하게 펼치진 묘가 보였다. 하나같이 슬픈 사람들이었다. 수천개의 영혼이 이곳을 떠다는 거 같아 보였다. 언제나 이곳에 오면 삭막한 기분이 든다. 아저씨는 꽃을 사야한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사실 꽃 같은거 산 적 없는데, 처음으로 부모님 묘에 꽃이 꼽히는 날이다. 아저씨는 이따만큼씩 꽃을 샀다. 가는 길은 오르막길 끝에 있는데 따가운 햇볕을 쐬면서 걷는건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한참을 걸으니 도착을 했다. 차로 왔으면 그리 힘든 길도 아니였겠지만 차가 출입금지이니 매번 이렇게 올라와야 했다. 나는 하도 걸어서 괜찮은데 아저씨가 걱정되었다. 혹시나 힘들진 않을까 하며. 그래도 아저씨는 계속 웃으면서 내 걱정을 해주었다. 안 더워? 업어줄까? 힘들지. 좀이따 맛있는거 먹으러가자.
"엄마.아빠. 나 왔어."
아저씨는 옆에서 묵묵히 서있기만했다. 오늘은 진짜 울지 말아야지.
"오늘도 진호는 안 데리고 왔어. 초등학교 입학하면 데리고 올게. 나 성인되면. 근데 대신 오늘은 다른 사람 데리고 왔어."
마치 앞에 진짜 엄마,아빠가 있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대답이 없는게 당연한건데 나는 자꾸 뭘 바라는 걸까.
"이렇게 인사드리긴 처음이네요. 어, 이렇게 예쁜 아미 키워주시고 낳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 아빠는 제가 좋다는 남자면 다 좋다고 했었어요."
"어? 완전 사윗감 아닌가요?하하."
여기서도 웃을 수가 있다니. 아저씨와의 인연으로 생긴 변화는 나를 참 많이도 놀라게 한다.
"자주 찾아올께요. 보다시피 잘 연애하고 있습니다. .. 아직 조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노력할거구요."
"이제 갈게. 잘 있어."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장인어른하고 장모님도 손 잡고 나들이가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꽃을 꼽고 땅에 깔게 없어서 그냥 왔지만 자칫 더러울 수도 있는 풀밭위에 우리는 나란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다음 절을 한 번 했다. 매번 혼자였는데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 모든게 다 괜찮다는 착각이 들었다.
안녕히 계세요. 진짜 갈게. 엄마,아빠.
우리는 어제 같이 우리 부모님의 기일을 챙기고 밥을 먹고 헤어졌다. 거의, 같이 살지는 않지만 거의 하루가 멀다시피 아저씨네에서 밤을 보낸 우리는 어젯밤이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이렇게 가는거야? 아쉬워. 하지만 너무 집을 비우는 것도 좋지는 않아 어르고 달래 아저씨를 집에 보냈다. 아저씨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통화를 했지만.
마음은 표현할수록 좋다고 했다. 그걸 아저씨도 아는 모양인지 어젯밤 통화에서 내 마음을 살짝 시큰하게 만드는 말을 했다.
'내가 네 청춘을 빼앗은건가?'
'..너가 벗어나고 싶어 할까봐, 조금은 무서워.'
나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는데. 아저씨는 자신이 내가 더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뺏고있다는 사실에 괴로운 모양이였다. 만일 어젯밤 같이 있었다면 그 머리통을 안아주었겠지만 그러지 못한게 조금은 한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 나는 아저씨와 마음이나 생각이 통하면 전율을 느낀다. 사실 어제 같이 있고 싶었다고 아니,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였어.
'아. 진짜 같이 살아야 되나?'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아저씨는 오늘 집안 식구들을 만난다고 했다. 부모님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친척분들까지. 가기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다 모이는건데 자기만 빠지기 그렇다고 어쩔 수 없이 가는 모양이였다. 내 귀에 아저씨 투정이 들려왔다.
아. 차피 만나도 할 것도 없어. 그냥 진짜 그 조용한 적막 속에서 밥을 먹으면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른단 말이야. 그리고 또 얼마나 나를 얕볼까. 아무래도 있는 집안 자식이라고 나까지 정치나, 사회에 내보내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아마 내가 작사작곡을 한다고 하면 엄청나게 싫어할 걸?
역시 나랑은 다른 집안이라 그런지 내가 생각한 그런거랑 똑같다. 이래저래 무조건 권력으로만 하려는 그런 분위기. 그래도 아저씨네 부모님이 착하시고 예외된 분이라서 그렇지 만약 엄청나게 독한 부모님이셨으면 아저씨를 진작에 잡아서 어떻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 끔찍해. 나도 다음에 아저씨네 부모님보면 잘 키워주셔셔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겠다. 아저씨가 우리 부모님한테 해줬던 것처럼.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도 진호랑 아줌마와 같이 먹었고, 같이 누워서 티비도 보고, 시원한 과일도 먹고. 참 누구에게는 흔하고 평범한 일인데 나는 여기까지 오기가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티비를 누워서 보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 나도 모르게 잤나보다. 일어나 눈을 뜨니 시끄럽던 티비는 꺼져있고 시원한 선풍기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다들 어디갔지? 잠깐 나가기라도 했나. 일어나서 텁텁한 입을 달래려 부엌에 가 물을 먹다가 냉장고에 붙혀져 있는 포스트잇이 보였다.
[아줌마, 진호랑 같이 마트에 다녀올게.]
아. 마트에 갔구나. 잠들기 전에는 3시 전이였는데 시간을 보니 5시가 넘어갔다. . 그러면 마트에 간지 꽤 됐네. 아마도 금방 올 거 같에서 또 자기엔 잠이 안 왔고 티비를 돌려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안 했다. 사실 보는 것도 없어서 뭘 봐야할지 몰랐고. 어휴. 정말 아저씨를 안 만나니 삶이 무료해졌다.
곧 아줌마랑 진호가 왔고 양손가득 음식을 사왔길래 왜 이렇게 많이 사왔냐하니까 오랜만에 내가 있으니까 맛있는 걸 해주고 싶다고 한다. 요즘 너무 아저씨만 만나서 진호랑 아줌마에게 소홀해진건 사실이라 앞으로 더 신경을 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줌마랑 나는 두 팔을 걷어서 작은 부엌에서 재료들과 싸움을 벌였다. 역시 음식을 둘이 하니까 빠르게 음식이 만들어졌고, 배고픈 배를 달래고 있던 진호도 좋아라 신났다.
이제 진호도 다 컸다고 심부름도 기꺼이 맡아서 해주는데 그게 장해서 엉덩이를 팡팡해주었더니 자기는 이제 남자니까 이런거 하지말랜다. 어느새에 이렇게 컸지. 다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건 또 얼마만인지. 음식상 위에서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끊기질 않았다. 아저씨는 밥 먹었을까?
맛있게 밥을 먹고 진호는 티비에서 방송되는 만화를 보느라 바쁘고, 아줌마는 친구분이랑 전화 통화를 하신다. 이젠 진짜 할 것도 없고 너무 지루했다. 아저씨에게 연락을 해볼까하며 핸드폰을 키니 문자가 세통 와있었다.
-뭐 해?
-여기 너무 심심해. 보고 싶다.
-식사 끝. 밥 먹었어?
어? 마지막 문자는 온지 거의 10분도 안 돼서 나는 손 아프게 타자를 두드리기보다 전화를 걸었다. 기다련단 듯이 받는다. 아저씨가.
"여보세요."
-네.여보.
아, 너무 진부해서 전화를 끊을뻔 했다.
"뭐에요."
-뭐 해?
"하는 거 없어요. 보고 싶다."
-밑이야. 내려 와.
우리 집? 혹시 하고 베란다에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저씨 차가 있었다. 언제 왔대. 베시시하고 웃으면서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나갈준비를 하니 아줌마가 어디가냐고 물어봤다. 아저씨를 만난다니까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을 뿐이였다. 오늘도 집에서 안 자냐고 물어보길래 뭔가 찔려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 뭔가 들킨 기분이야. 얼굴이 빨개졌을거 같았다.
내려가니 오늘 처음 맡아보는 바깥 공기에 폐가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몸을 돌려 나를 본 후 팔을 벌린다. 나는 그거에 기꺼이 맞춰서 안겼다. 오늘 나름 가족들을 만난다고 아저씨는 쫙 빼입었다. 얇아보이는 수트였지만 그래도 더워 보였다.
"아저씨. 더워 보여요."
"엄청 더워."
"그럼 이제 그만 안아요.."
덥다면서 나는 왜 그렇게 꽉 끌어안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휴. 이젠 내가 더울지경이다.
"차에 타서 에어컨 틀을까."
나는 그러자고 했고 아저씨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들어 내가 차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뒤에서 뭐하냐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너 큰일났어."
차에타서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뭐가요?
"너 진짜 나랑 결혼해야 돼."
"..네?"
"오늘 자꾸 친척분들이 윤기도 이제 자리 잡아야된다고 자꾸 짝을 만들라고 난리를 치시길래."
헬쭉 웃는다. 개구쟁이처럼.
"결혼 할 여자있다고 말했어."
"...."
"너 이제 어쩌냐.. 큰일났다."
말투는 걱정하는 말투인데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이렇게 해맑게 웃냐. 좋아 죽는게 다 티난다. 나도 같이 따라웃긴 웃었지만 웃어야될지 울어야될지 모르겠다.
".. 오늘 아저씨집에서 자도 되요?"
"어.. 그 말 어떻게 받아들어야..."
"빨리 출발!"
아저씨는 못 말린다며 내 말을 듣고 민기사처럼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켰다. 아저씨는 한참을 실실거렸다. 내가 자고 간다는게 그렇게 좋은가, 아저씨가 좋으니 나도 좋았다.
아, 내가 자고 간다는건 이런 의미가 아니였는데 아저씨는 그런 생각밖에 안 하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키스를 해온다. 뭐 나는 진짜 순수한 의미로 자자고 했지만 또 오랜만에 하는 키스라서 멈추고 싶지 않아 나도 같이 혀를 움직였다. 천천히 나를 밀어 침대방으로 간다. 앞이 보이지 않아 무조건적으로 아저씨만 의존해야했다. 문턱이 발에 걸렸고 아저씨가 쎄게 미는 바람에 뒤로 넘어졌는데 푹신한 걸 보니 침대였다.
"..아, 나는 이러자고 여기 온 거 아닌데."
"거짓말. 기대했잖아."
"아니요?"
현관에서부터 열을 내서 더운지 아저씨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겉옷이라도 벗었으면 하는 바람에 수트마이를 어깨로 확 젖혔다. 내가 젖혀준 걸 토대로 아저씨는 마이를 벗었다.
"끼 부리지마. 못 잘 일 있어?"
"저는 지금 잘거에요."
주섬주섬 이불을 열어 그 안에 폭 들어가니 얘를 어떻게 하지?라는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어이가 없는지 허공에 대고 짧게 웃고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벗는다.
..와, 침이 꿀꺽 삼켜졌다. 이게 이렇게 섹시할 일인가. 와이셔츠를 벗자 말랐지만 탄탄한 근육이로 덮여져있는 몸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긴장했다. 완전히.
그대로 내 위로 검은 그림자가 덮혀졌다.
암호닉
라 현 슈가슈가 심쿵 민슈가 파파존스 흑슙흑슙
랩지니어스 민윤기 짱구 하콧 윤기이즈뭔들 알랍 강아지 좀비야 선데이 쎄니 공감
짠 이제 이 글도 완결을 바라보고 있네요 ㅜㅜ
조금 아쉼긴하지만 미련은 업ㅎ어야하죠 ㅎㅎ 아 렉이 너무 심해.. ㅜㅜ 다음에도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께요. 항상 ㄹ기대에 못 미치는거 같은 생각이 드네오 ㅜㅜ 감사느러요 항상. 그리고 사월에 눈더 많은 고ㅓㄴ심 부탁드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