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하는 막 사랑 00 (부제:밖에서는 모르는 사람인것 처럼)
w.다시삼학년
0-1
전정국 아니냐?"
"어? 전정국이라고?"
"엉, 쟤 전정국 같은데."
김태형과 하교하던 중 전정국이 아니냐며 나에게 물어오는 말에 대답을 하며 김태형이 고개를 까딱하며 가리키는 골목을 바라 보았다. 전정국이 저런곳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서있다고? 에이, 설마. 의구심을 품는 사이에 전정국이 맞는거 같다며 손가락으로 골목어귀에 서있는 한 남자를 가리키며 다시한번 나에게 말해왔다. 외적으로 보면 전정국이 맞는거 같은데 전정국은 이시간이면 독서실에 있거나 집에 있는게 당연할 시간이기에 김태형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말했다.
"눈은 큰게 왜 사람 구분을 못해 멍청아."
"아! 씨, 왜 때리고 그래! 안그래도 안좋은 머린데 뇌세포 죽으면 어쩔려고!"
"어이구 더 죽을 뇌세포도 없겠구만."
"아 진짜 김탄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누가봐도 외향적인 면에서 나 전정국이에요. 를 풍기는 남자를 끊임없이 바라 보았다. 머리는 아니라고 전정국이 이 시간에 이 장소에 있을리가 없다는걸 잘 알고 있는데. 짝사랑을 하는 내 마음은 자꾸만 전정국을 닮은 남자에게서 눈을 못때게 만들었다. 한참을 아니라며 부정하면서도 바라보던 내눈과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손에 아슬아슬 하게 걸쳐져있는 담배가 필터 끝을 향해 타들어가는 꼴이 꽤나 위험해 보였다. 마주친 눈. 내 시야에 들어온건 자신은 모르고 남 위할줄만 아는 너무나 순하디 순한,전정국이었다.
0-2
학교에 가는 길이 유독 길게만 느껴지는 날이었다. 햇살이 너무 쨍쨍히 내려 쬐어 그런건지 몰라도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마치 남자친구와 헤어진 다음날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좀 표현이 될까. 어제 새벽 마주친 전정국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마음이 편할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위할줄만 아는 애가 흰 손가락에 걸쳐둔 담배란 꽤나 충격적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그냥 한번 흘리던 조소도 모르는 사람같았다. 내가 아는 전정국은 저런 애가 아닌데.
"어 탄소야!"
저 목소리가 전정국으로 들리는 나도 참 정상은 아닌것 같았다. 어제 그렇게 마주친 애가 나를 보고 밝게 웃으며 뛰어올리가 없는데, 내 이름을 성을 때고 부를만큼 친한 애도 아닌데. 분명히, 아닌데. 나를 보며 뛰어오는건 전정국이 맞았다. 햇살같이 해사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달려오는건 전정국이 맞았다.
"왜 나 보고 인사안해줘!"
"…아."
"인사 좀 해주지."
아. 전정국은 내가 생각한것처럼 착해빠진 놈이 아닌가 보다. 인사 좀 해주지. 하며 나에게 말을 건내던 전정국의 입가에는 어제 본 조소가 걸려있었으니까.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내 눈을 보던 전정국은 다짜고짜 손목을 잡아 채고는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아까 다녀 왔는데….
"아침 못먹어서 힘이 없는거 같길래 히."
"…너 어제랑 되게 다르다."
"어제 난 너 못봤는데."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속으로 궁금한걸 가지고만 있기에는 나는 인내심이 너무 부족했다. 어제와 다르다는 내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 내게 '어제 난 너 못봤는데.' 라며 뻔뻔히 말하는 전정국에 소름이 돋지 않았다면 거짓일것이다. 굉장히 놀라고, 소름이 돋았다. 사람표정이 저렇게 휙휙 바뀌는 구나. 대단하네.
"…그래. 어제 새벽 2시즈음 너는 삼학마트앞 골목에 없었다는거지?"
"…, 난 어제 독서실에서 11시에 집갔어."
"어디 독서실인ㄷ…."
"씨발."
"… …."
"야 적당히 물어. 그냥 모르는척하고 살아. 너도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무섭네."
"무서우면 입닫고 어제본거 아무대나 입 털고 다니지 마라."
딸랑-. 편의점 문을 박차고 나간 전정국을 멍하니 바라봤다.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시계바늘은 등교시간을 5분남짓 남겨두고 나를 재촉했다. 일단 학교에. 가야한다. 내 짝이 전정국이건 김태형이건 간에 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