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빙의글]세상의 끝 05
눈을 떴다. 여전히 오빠의 품 속이었다. 고른 숨을 내뱉으며 아이처럼 잠든 오빠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따뜻한 오빠 품에서 조금 더 밍기적거리며 있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오빠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밝은 햇살이 쏟아져들어왔다. 크게 쉼호흡을 하고는 스위치에 손을 댔다. 설마, 다시 쉼호흡을 하고는 스위치를 눌렸다. 다행히 불이 켜졌다. 어젯밤에는 잠시 전기가 나갔던 것 뿐이었나보다. 안심되는 기분에 웃음이 나왔다. 다시 스위치를 끄고는 햇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창가쪽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비오고 난리도 아니더니 다시 한동안 쨍쨍하겠다 싶었다.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었다. 깨끗해진 거리는 가끔씩 소름돋게 무서웠지만 그래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은 대청소하자고 할까. 화창한 날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지.
어제 만들어놓았던 반찬을 꺼내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국은 새로 끓이고, 냉장고를 뒤지는데 비엔나소세지가 나오길래 소세지볶음도 만들었다. 밥만 퍼고 오빠 깨워야겠다. 상에 반찬을 전부 차리고 밥통을 열어 밥을 펐다. 밥그릇 두 개를 손에 들고 뒤로 돌았는데 깜짝 놀라서 기절 할 뻔 했다. 언제 일어났는지 말끔한 모습으로 오빠가 식탁에 앉아있어서. 일어났어요? 내가 밥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말하자 오빠가 작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 잤어요? 오빠의 말에 네, 하며 냉장고로 가 물통을 꺼내왔다.
잘 먹겠습니다. 오빠가 먼저 말하고는 수저를 들었다. 안 피곤해요? 오빠가 밥 먹는 모습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볼이 빵빵해지도록 열심히 먹고 있던 오빠가 고개를 든다. 뭐가요? 하고 묻는 듯한 눈빛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게... 어제 자꾸 자다깨다 했잖아요. 내가 겨우 말을 꺼내자 입 안의 음식을 삼키고는 웃는다. 괜찮아요. 얼른 먹어요, 식겠다. 오빠의 말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오빠는 뒷정리를 한다. 내가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 오빠는 식탁에 앉아서 내가 설거지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손을 씻어 옷에 닦으며 몸을 돌리면 언제나 오빠는 활짝 웃으며 나를 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설거지를 끝내고 몸을 돌리자 식탁에 앉아 나를 보는 오빠가 보였다. 내가 오빠를 보자 활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거실로 가던 오빠가 창문을 닫으려는 건지 창문 쪽으로 향한다. 아직도 구름이랑 안개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밝네요. 오빠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하며 밖을 내다본다. 오빠 옆으로 다가가 섰다. 오늘 날씨 좋으니까 대청소 어때요? 내 물음에 오빠가 나를 내려다본다. 대청소요? 되묻는 오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불도 빨고, 대청소도 하고... 어때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오빠도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각자 방 청소 깨끗하게 하고, 거실이랑 부엌 청소하고. 그 다음에 이불 빨러가요. 소파에 앉아 나름 진지하게 대청소 계획을 짰다. 꽤 괜찮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 전에는 맨날 바빠서 방이 엉망진창이었는데 요즘은 한가해서 방이 깨끗했다. 대충 물건들을 제자리에 놔두고는 청소기를 가지러 갔다.
청소기를 돌리는데 오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도 용케 들렸다. 마침 다 돌렸던 차라 청소기를 끄고는 방문을 열었다. 왜요? 내 물음에 걸레 어딨어요? 하고 묻는다. 화장실에 없어요? 내가 묻자 화장실로 들어가 뒤적거리더니 이거 맞아요? 하고 묻는다. 맞아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해주자 깨끗이 빨아서 방으로 들어간다.
각자 방을 청소하고는 다시 거실에서 만났다. 일단 대충 자잘한 물건들 정리하고 청소기 돌려요. 내가 걸레질 할게요. 오빠의 말에 제가 걸레질해도 되요, 하고 답했다. 오빠가 걸레질 힘들다면서 얼른 자잘한 물건부터 치우라며 내 등을 떠민다. 정리를 하면서도 자꾸만 오빠를 돌아보자 결국 오빠가 엄한 목소리를 내며 씁, 한다. 그 모습이 위협이 되기는커녕 귀여워보여 웃음이 나왔다. 웃지마요, 툴툴거리는 목소리마저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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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런 곳이 있었어요?”
“뭐.... 내가 쓸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제 소용없으니까요. 양손에 이불을 한더미 들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을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제 아무도 없으니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걱정과 달리 옥상은 깨끗했다. 오빠가 고무대야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허리를 통통 두드렸다. 고무호스랑 있을텐데. 오빠가 뻐근한 몸을 푸는 동안 옥상을 돌아다니며 수도꼭지를 찾았다. 여기 있다! 옥상 한구석에 놓여있는 수도꼭지를 발견했다. 다행히 고무호스도 수도꼭지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고무호스를 수도꼭지에 단단히 끼워 넣고는 오빠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몸을 푸는 오빠를 보자 장난기가 생겼다.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히 물을 틀었다. 쏴아, 하는 소리가 나며 호스 끝에서 물이 나왔다. 꽤 위협적인 물소리에 오빠가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된 오빠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던 오빠가 곧 상황 판단을 했는지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딨어요. 오빠가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어, 뭐에요. 오면 또 물 뿌릴 거에요! 뒤로 주춤주춤 밀리며 호스를 오빠에게 흔들었다. 오빠가 이미 젖은 마당에 겁날 게 어디있냐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틀어요, 진짜! 내가 계속 호스를 흔들었지만 오빠는 전혀 괘의치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빠가 호스만 안 뺐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결국 내가 자리에 멈춰서자 오빠가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일로 와요. 오빠가 나를 꽉 껴안았다. 오빠의 옷에 있던 찬물들에 내 옷도 젖어갔다.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들이 내 얼굴로 흘려내렸다.
장난치지 마요. 으름장을 놓은 오빠가 나를 놓아주었다. 다 젖었다... 내가 얼굴의 물을 닦으며 말하자 오빠가 이제 같은 꼴이라며 웃었다. 평소에는 예뻐보이던 미소가 이렇게 사악하게 느껴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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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대야에 물을 받고는 빨래를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보면 상큼해보이기도 하고, 재밌어보이기도 하고, 또 남녀주인공들이 썸도 타고 그러던데 진짜 다 거짓말이다. 처음 이불을 밟으며 빨래를 할 때는 신났지만 점점 지쳐갔다. 내가 밟은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오빠가 힘들어요? 하며 묻는다. 이거 나름 로망이었는데 진짜 힘드네요, 내가 울상을 짓자 오빠가 웃는다. 저도요. 내 양팔을 잡고는 오빠가 다시 이불을 밟기 시작한다.
그래도 옥상에 널어놓은 이불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좀 뿌듯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불을 바라보며 서있자 오빠도 대야를 정리하고는 내 옆에 와서 선다. 그래도 끝나니까 좋죠?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빠가 다 한 거지만.... 이불을 팡팡 치고는 다시 집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세탁기로 빨기로 해요, 사람이 할 짓은 못 되는 것 같네요. 오빠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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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악몽을 꿨던 몇 주 전 이후로는 간만이었다. 꿈에서는 앳된 얼굴의 지민이와 태형이가 보였다. 자, 교과서 67쪽.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선생님 쪽을 보았다. 얼굴이 희미해 보이질 않았다. 오늘은 시를 배울거야. 빼앗긴 땅에도 봄은 오는가. 칠판에 쓰고는 선생님께서 손을 탈탈 털었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울음이 어우러진 사이로... 나긋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지민이가 쓰러지듯 엎드려 잠드는 게 보였다. 우리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아주 평범하고 평화로웠던 어느 하루였던 것 같았다. 왜 굳이 이 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창가자리였던 내 자리로는 햇빛이 쏟아져들어왔다. 따뜻한 봄햇살에 기분이 좋아졌다. 창 밖을 내다보며 웃음을 짓다가 다시 교실을 둘러봤다. 교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햇살에 교실 전체가 일렁이고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밝은 색감에 흐릿하게 보였다. 자리에 엎드리고는 눈을 감았다. 작게 눈을 뜨자 턱에 팔을 괴고 나를 보는 태형이가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태형이가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하더니 혀를 빼어물며 웃었다. 점심시간이 막 끝났던, 평화로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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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불편한 느낌에 눈을 떴는데 소파에 쪼그려 앉아 있는 상태였다. 깜빡 낮잠에 들었나싶었다. 꿈 때문에 멍한 기분이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오빠의 얼굴도 꿈인 것 같았다. 내가 멍하게 오빠를 바라보자 오빠가 눈을 곱게 접어 웃는다.
밥 다 되었는데. 좋은 꿈 꿨어요? 계속 웃길래 깨우지도 못했네. 지금 내 앞에 있는 오빠가 꿈인지, 아닌지. 마치 꿈 속처럼 오빠의 얼굴에 햇살이 비춰들어왔다. 오빠는 꿈처럼 사라지면 안되는데. 가만히 손을 올려 오빠의 볼을 쓰다듬었다. 일어나요, 밥 먹자.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주던 오빠가 곧 나를 일으켰다. 오래 자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창 밖에는 해가 떠있었다. 마치 그 날의 오후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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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못 와서 미안해요.....헿ㅎ
애기들 아육대 갔다면서요.....?!?!?!?!??!?!?!?!?!?!? 껄껄... 왜 자꾸 까먹고 그러는지.... 껄껄
세상의 끝도 한 중간쯤 달려온 것 같아영... 물론 쓰고 싶은 게 생기면 더 쓰겠지만....!
참, 세상의 끝은 외전이 없슴미당. 세상의 끝은 절대로 외전 안 쓸 것이에요... 헤헤
여튼 댓글이랑 추천이랑 항상 너무 고마워요!!!!!!!!!!!!!
내가!!!! 여러분들 덕에!!!! 글을 쓴다니까여!!!!!!
암호닉
여기봐전정꾸/디즈니/비비빅/비슬이/봄꾸기/민빠답없/요를레히/슙디/민슈가/뎡국/정글곰/김석진/침침맘/새슬/구구콘/김태태/센빠이/끗/토마토마/디기/진
덥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여. 정말... 여사친 썰은 밤에 봅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