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림픽이 끝났다.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이긴 했지만... 그래서 입국할 때가 다가오자 부담감이 더해진다. 사람들은 더 좋은 성적을 바랬을 텐데... 하지만 이미 끝난 시합,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은퇴해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 채 마지막으로 수영장에 몸을 담군다.
한참을 정신없이 수영을 하고 나니 머리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늦은 시각이 되서야 수영장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숙소에 입구에 도착하니 쑨양선수도 숙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Hi."
역시나 먼저 인사해 온다. 근데, 중국으로 돌아간거 아니었나? 물어보고 싶지만 역시 영어를 잘 못하는 나는 똑같이 하이, 정도밖에 건네지 못했다.
그를 지나쳐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니 그도 뒤따라 탄다.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말을 걸어야하나,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도중 쑨양선수가 먼저 말을 건넨다.
"Park, I'm learning Korean these days."
어... 한국말 배운다고..?
"Oh, really?"
"응."
아... 내가 이번에 성적이 안나와서 이제 나한테 관심없는 줄 알았는 데 그건 또 아닌 가 보다. 음... 근데 네, 가 아니고 응.... 뭐, 이제 배우고 있는 거니까
"한국말 왜 배워요?"
"Sorry...?"
아... 아직 무린가. 속으로 웃으면서 다시 영어로 물어봤다.
"Why do you learn Korean?"
"Um.... I want to talk to you."
아.. 역시 내 생각보다 아직 나에게 관심이 많은 가보다. 그나저나, 뭐라고 대답해야 되지...?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다시 어색한 정적이 감도는 중에 엘레베이터가 딩동 소리를 내며 멈췄다. 나와 쑨양 선수는 나란히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Bye, Soon"
나는 쑨양 선수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래 '했다.' 그러나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예상하듯 쑨양선수 때문이었다. 그가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Why?"
할말이 있어보이는 얼굴이긴 했지만 그는 내 손목만 잡고 있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나려 하는 시점이었다. 으... 나 피곤한데.
"Soon, I want to enter...."
"태환 사랑해."
.......엉???
"... 그...그러니까... 아니... no... Umm.... Soon?"
쑨양은 당황스러워 하는 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 So.... Do you know what that mean?"
쑨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이긴 했어.
"Teacher said, you will like....."
..... 내가 왜.....
"Who is your teacher?"
".....S...secret..."
누군지 알것같다... 쑨양옆에서 굳이 나를 찾아 쑨양을 나에게로 밀어주는 스탭한명이 있었다. 왠지 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Soon, That means....."
차마 내입으로 부끄러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을 때 쑨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싫어?"
윽.... 올려다본 쑨양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잔뜩 찌뿌려져 있었다. 그 특유의 ㅅ자 입을 하며 곧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이유없이 뜨끔해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뭐? 싫은 건 아닌게 아니지!!! 남잔데.....? 싫은 게!!!! 아닌데... 아... 어지럽다. 내 스스로 뱉은 말에 당황하고 있자 쑨양은 바로 씨익 웃으면서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내 손목을 놓아 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당황스런 인사말을 남기고.
"Okay, 내일 봐 내 사랑."
하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근데 왠지 웃는 게 불안 하단 말이야. 더 큰문제는, 아씨.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왜이러지... 역시 머리 아프다. 그냥 오늘은 자고, 내일 생각하자 내일. 내일 쑨양 보면, 다시 생각하자고. 그나저나 웃는 게 귀엽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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