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다. 실눈사이로 내리쬐는 기분 좋은 아침햇살에 눈을 떴다. 조용한 아침.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되어간다. 하얀 이불을 걷어내고 거실로 나왔다.
대리석바닥과 맨발이 부딪혀나는 소리가 왠지 기분이 좋다. 푸흐흐. 바람빠지며 웃는 소리를 낸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모든 것이 기분 좋은 아침. 창문에 비가 부딪혀 소리를 낸다. 오늘은 이또한 기분 좋게 들린다.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았다. 투명한 그릇에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쪼르르 따랐다. 의자에 앉아 물이 끓기를 바라며 턱을 괴고 가스렌지 뒤 창문을 바라본다. 그 작은 창문으로 햇빛이 보기좋게 들어온다. 비가 오는데도 해가 밝다.
"전화가 꺼져있어…"
아무 생각 없이 홀드를 켜 너에게 건 전화. 역시 너는 받지 않는다. 그래도 좋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기분이 좋다. 플레이어에 너가 좋아하는 클래식씨디를 집어 넣었다. 그래. 너와 함께 듣던 음악. 너의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너에 볼에 입을 맞추던 그 때. 그냥 너의 웃음이 너무 좋아서. 네가 너무 좋아서.
물이 끓기 시작한다. 정신 차리고 찬장 높이 있는 커피를 꺼내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병을 잡는 순간 내 손을 옭아매는 온기.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병을 손에서 놓았다. 내 손을 잡고 웃어보이는 네가 보여 눈을 꼭 감고 양쪽으로 머리를 휘저었다. 그러자 연기처럼 사라지는 너.
정신차리고 병을 다시 쥐어 내렸다. 유리잔에 커피를 덜어 물을 부었다. 커피향이 코를 자극해온다. 커피를 쥐고 거실로 나와 탁 트인 창문 밖으로 초점을 둔다. 여기도 너. 저기도 너. 내 옆에도 너. 내 눈에는 너밖에 안보인다. 그렇게 몇십분 정신 놓고 있다 욕실로 향했다. 뜨거운물을 틀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왜 자꾸 너만 보이는건지.
청바지에 흰티. 갈빛 가디건을 걸치고 거리를 나왔다. 나와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늘 걸어다니던 도로들이 너와 함께가 아니란 사실에 낯설게 느껴진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개인 하늘이 너무도 이쁘다. 나는 처음 온 이방인처럼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너의 향기를 쫓았다. 이곳도 벌써 5년.
"여기서 뭐해."
청바지에 흰티. 갈빛 가디건을 걸치고 거리를 나왔다. 나와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늘 걸어다니던 도로들이 너와 함께가 아니란 사실에 낯설게 느껴진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개인 하늘이 너무도 이쁘다. 나는 처음 온 이방인처럼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너의 향기를 쫓았다. 이곳도 벌써 5년.
"여기서 뭐해."
"어...? ㅇㅇ아."
딸기스무디가 내 볼에 닿아 화들짝 놀란 내가 옆을 쳐다보니 나를 보고 웃고있는 ㅇㅇ이의 모습. 능청스럽게 웃어보이며 허리를 끌어안는다. 나 보고싶은 뮤지컬있어. 오늘 보러가자. 입에 스무니를 물고 우물우물거리며 내게 말하는 ㅇㅇ이의 모습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그래. 가자.
대학교 로비에서 너를 처음 만났던 날. 내 앞으로 커피를 쏟아버린 네가 머쓱한듯 웃어보이던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도서실에서 다시 만난 네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아는 척하던 그날 . 어느새 연인이 되어버린 우리의 그 날들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행복한 상상 뒤 너를 보내야만 했던 그날이 떠올라 손에 쥐어진 티켓 두장을 구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티켓을 북북 찢어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허탈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가는길.
다시 비가 내린다. 이번에는 하늘이 아닌 눈에서.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렸다. 초점없는 눈으로 앞만 주시하며 걸어가고 있다. 보이는 꽃집으로 들어가 새하얀 꽃을 샀다. 향기로워. 네 환영이 스치듯 내 앞을 지나간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도착한 곳에는 네가 있었다. 네 앞에 털썩 주저앉아 먼저 꽃을 건넸다.
"예쁘지. 너처럼. 아니... 너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눈에는 제일 예쁜 꽃이였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떨려오는 목소리. 차마 널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떨구어 눈물을 흘렸다. 앞이 흐려진다. 널 잡았어야하는데. 그랬어야 하는데. 나 너무 바보같지. 이제와서 널 잡지못한걸 후회하고 있어. 널 잡지 못했지만.... 널 놓을 자신이 없어. 이제 그만 널 놓아줘야하는데, 널 행복하게... 만들어줘야하는데. 난 아직 그럴 자신이 없어.
나의 한없이 작아진 어깨를 감싸안고 나를 위로하는 너의 온기가 너무 무섭다. 이러다 떠나버릴까봐. 영영 나타나지않을까봐.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나 오늘. 행복해보려고 노력했어. 햇살이 너무 기분좋아서. 그래서. 웃어보기도 했어. 근데 바로 네 생각이 났어.
그때 더 사랑한다고 말할껄. 널 너무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조금만 일찍 말해줄껄. 그냥 너를 보낸게 너무 슬퍼. 너를 지켜내지 못한게 너무 힘들어. 웃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는데. 예쁜 너를 볼 수 없다는게. 나를 무너지게 해.
![[EXO-K] 김종인 단편 빙의글 사랑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6/0/d606bdd6db7d377ba3b4f26d4ecce143.jpg)
우리 다시만나면. 사랑하자. 예쁜 사랑하자. 나 그때는. 절대로 널 놓지않을거야. 끝까지. 우리가 끝날때까지 너 잡아둘거야. 이번에만. 이번 딱 한번만. 너 놓을게. 더 이상 나때문에 힘들어하지마. 나도 너 잊을게. 이번만. 딱 이번만.... 더 이상. 네 환영에 슬퍼할 일 없을거야.
![[EXO-K] 김종인 단편 빙의글 사랑비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6/0/d606bdd6db7d377ba3b4f26d4ecce143.jpg)
우리 다시만나면. 사랑하자. 예쁜 사랑하자. 나 그때는. 절대로 널 놓지않을거야. 끝까지. 우리가 끝날때까지 너 잡아둘거야. 이번에만. 이번 딱 한번만. 너 놓을게. 더 이상 나때문에 힘들어하지마. 나도 너 잊을게. 이번만. 딱 이번만.... 더 이상. 네 환영에 슬퍼할 일 없을거야.
나중에. 나중에... 다시 만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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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을 본의 아니게 죽여서 죄송해요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해피엔딩빙의글을 꼭 들고 찾아올게요.. 꼭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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