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lpable love
우현x성규
"김민석."
"네."
"김성규…. 아, 미안하다."
분명히 들렸다. 담임이 출석부를 덮을 때까지, 우현의 가슴이 미친듯이 빠르게 뛰어댔다. 이번에는 확실히 선명하게 들렸어. 우현이 마른침을 삼키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성규는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점점 느려지고 우현의 고개가 다시 툭 떨궈졌다.
"고3한테 이런 말 하는 거, 선생님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생각해."
"안 가요."
"여기 계속 다니는 것보단 다른 학교 가서 적응하는 편이 훨씬 나을 거야."
"수업 시작했거든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떻게 성규가."
"……."
"어떻게 성규가 대답을 하니."
"가 볼게요."
교무실을 나와 교실로 향하는 우현의 눈이 조금씩 젖어들었다. 조금만 더 그 곳에 있다간 눈물이 확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우현의 바람과는 달리 사람들은 이미 성규가 죽고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현이 성규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질색하며 피했고 몇몇은 아예 믿어 주지도 않았다. 그저 미친 사람 보듯 보며 다들 이사와 전학을 권유했다. 우현 역시 진지하게 전학을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번번이 포기했다. 그 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소리가 아닌 평소에 자신을 부르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였기에 더더욱 이 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남이 보면 미쳤다고 할 만 했다. 성규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우현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좋다. 성규의 목소리를 이렇게라도 들을 수 없었다면 그 때문에 더 미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네, 네…. 네."
무심한 듯 툭 던져 버리는 소리. 한결같이 딱딱했지만 여전히 설레었다. 게다가 평소와 다르게 선명한 목소리에 말 그대로 숨이 멎을 뻔 했었다. 성규의 빈 자리를 확인하고 그만 무너져 내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목소리가 선명해질수록 성규가 보고 싶었다. 점점 더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목소리가 들리면 더 선명하게 듣고 싶고, 선명하게 들리면 더 보고 싶었다. 그게 귀신이든 헛것이든 그냥 성규가 보고 싶었다. 어느새 계단에 주저앉아 버린 우현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말이지, 미쳐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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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닙니다. 남우현 미치는 내용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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