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부제: 君の孤独な瞳にもう一度、僕を探すことができたら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내가 다시 한 번 비치게 된다면)
Written by Sunday
- 아무리 오랜 시간 기다린다해도 또한 평생을 바쳐 노력한다해도 내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란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이해한다해도 완벽하다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된다해도, 나로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는거다.
언제나 아름다운 주인공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서글픈 조연일 수 있음에… -
<에쿠니와 츠지, 냉정과 열정사이 中>
04. 한가로운 나날들의 중심에 서서,
2008년의 여름도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니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마치고 난 허한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마치 배우들이 작품 하나가 끝났을 때 느끼는 감정같이. 잠시나마 얻은 휴가가 마냥 행복하고 마음 편하지만은 않았다.
용대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들과도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보지 못 했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말이다.
아, 꼭 보지 못 했던 사람들만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사람도 사실 마찬가지다.
“ 그러니까 있잖아… 야!”
“ 아, 깜짝이야!”
“ 사람 얘기하는데 멍해가지고… 듣고 있는 거냐?”
듣고 있다니까, 하는 말에 다시 신나서 얘기하는 성용이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 아니, 그래서 결국엔 내가 이겼지, 하- ”
“ 야, 기성용…”
응?, 하며 눈을 맞춰오는 성용에게 재빠르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당했다는 표정으로 맞은 부분을 문지르며 원망스레 저를 쳐다보는 게 웃겨서 용대는 소리 내 크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 만나자며, 자랑하려고 불렀구나. 이 자식- ”
아, 이용대 손은 더럽게 매워가지고. 투덜투덜대는 성용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여튼 키 크고 덩치는 산 같아도 애는 애라니까, 용대는 성용의 머리를 쓰담쓰담 어루만져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려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거리는 성용이 있었다.
의아하게 쳐다보자 잔뜩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아무 말도 없이 그러고 있으니 별 수가 있나, 뭐지 싶어 다시 자리에 앉아 그를 쳐다봤다.
“ 아파.”
뚱한 표정으로 그 한 마디 하는데, 풉 웃음이 났다. 제 소리를 들었는지 더 입술을 삐죽거리는 성용이다.
아니, 저렇게 생겨놓고는 순전히 애라니까. 내가 못 살아. 아팠어?, 라 물으며 다시 성용의 머리에 손을 대는데 닿기가 무섭게 커다란 손이 제 손목을 턱 잡는다.
그에 깜짝 놀란 용대가 다시 성용을 쳐다보자 성용이 여전히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 호- 해줘.”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어 어쩔 줄을 몰라 손목이 잡힌 채로 가만히 있는데 그런 제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녀석이 풉, 하면서 씩 웃는다.
당황한 표정이 녀석에게는 항상 즐거운가 보다. 아, 결국 당하는 건 언제나 저, 용대다.
항상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리면서도 항상 결국 당하는 건 저다, 바보같이.
그나저나 이 손목 좀 풀어달라고 말하는데 아랑곳하지 않더니 불쑥 일어나 저를 끄는 성용이다.
카운터에 다다르자 지갑을 꺼내려는데 손목이 잡혀 어떡하지 하는 찰나, 성용이 계산을 마치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 …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머쓱한지 살짝 시선을 내려 깐 채로 기분이라며 먼저 빠른 걸음으로 문 밖으로 나갔다.
나도 모르게 잠시 누구에게 잡혀있던 느낌이 남은 손목을 어루만지며 그 넓고 어린 등을 바라봤다.
밖에서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할 때가 돼서야 용대도 걸음을 옮겼다.
날씨가 살짝 흐리네, 무심결에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자 옆에 걷던 성용이 제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더니 툭 말을 뱉는다.
“ 여행가고 싶다.”
그 말에 시선을 녀석에게로 돌렸다. 여전히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는 녀석의 눈동자가 유달리 투명하고 맑아보였다, 우리 위에 있는 지금의 하늘과는 달리 말이다.
그러다 녀석의 시선 또한 저에게 향했다. 예상치 못하게 눈이 마주치자 놀랐던 저와는 달리 성용의 눈빛은 담담했다. 그의 눈가에는 오늘따라 차분함이 가득했다.
용대와 성용은 아무 말 없이 잠시 동안 눈을 맞췄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그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시선을 먼저 다시 돌린 것은 성용이었다.
용대가 아무 말이 없자 성용은 다시 입을 열었다.
“ 너는 요즘 뭐하냐.”
“ 뭐하냐니, 무슨 엄청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서 나올 법한 질문인데?”
“ 하긴. 요즘 자주 보면서 할 얘긴 아니지.”
한국에 돌아와서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면서 거의 매일, 시간이 나면 보게 되었다.
이 또한 의도하던 건 아닌데 성용도 아직 팀에 복귀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공교롭게 용대 또한 다시 훈련 들어가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게 되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둘은 그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자주 만나고 가까워졌다. 흐린 만큼 서늘한 저녁공기에 미소를 머금은 둘의 걸음이 살짝 가볍다.
“ 근데 이용대.”
“ 응. 왜?”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이는 성용의 말에 용대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 넌 만나는 사람 없냐.”
말투는 분명 가벼운데 전해지는 느낌은 어딘가 무거워서, 그냥 살짝 웃으며 ‘그럴 리가’라고 대답했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어딘가 마음이라는 상자의 모서리가 살짝 물에 젖은 느낌이랄까. 너는, 이라고 묻자 녀석 또한 씩 웃으면서 나도 마찬가지, 라는 대답을 꺼내 놓는다.
어릴 때부터 제 길을 가느라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남들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이성이라면 더더욱.
분명 서로 서로의 대답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저도 별 다를 것 없는, 아니 남들보다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으니 쌓아왔던 감정들이 모두 같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을 테니까.
“ 너나 나나 한심해서 원.”
작게 웃으며 성용이 여느 때처럼 툭 말을 뱉었다. 그 말에 같이 웃으며 ‘왜. 여자친구 있었으면 좋겠어?’라 묻자 쑥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꼭 그런 건 아닌데…하며 진지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웃겨서 용대가 흐음, 하며 장난스럽게 굴자 정말 멋쩍어진 듯 걸음을 빨리 해 걷는 성용이다.
“ 야! 같이 가- ”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결국 잠에서 깨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고는 시간을 확인하려 베개 옆에 둔 핸드폰을 들었다.
10시… 나쁘지 않은 기상시간이다. 자, 그럼 오늘 하루도 상쾌하게 시작을 해볼까, 하며 씻으러 가려는데 알림음이 들려서 다시 액정을 확인했다.
「일어났냐.」
어쩜 글자만 봐도 목소리가 들리는지, 잠시 기지개를 키던 용대는 나른한 표정으로 톡-, 전송을 눌렀다.
생각해보니 그 때 만나고 나서 거의 일주일 만에 연락이었다. 거의 매일 보다 저번 약속 이후로는 통 보지도 못했네.
괜히 씁쓸해지고 또, 이 연락이 이상하게 너무 반가웠다. 그 후, 먼저 연락을 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대답이 통 없었다.
한 두 번은 하다가 결국엔 바쁜가보다 싶어 다시 연락하지는 못했다. 괜히 귀찮게 하는 것만 같아서. 속상하기도,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하고 참았다.
실은 생각보다 많이 섭섭했다. 그만큼 그 짧은 시간에 저는 녀석을 만나는 게 익숙해진 듯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살짝 묘했다.
그와 나는 아무리 자주 만났다 해도 안 지 얼마 안 된 친구 사이일 뿐인데, 요즘 내가 참 심심한가 보다, 하고 애써 넘겼지만 어딘가 불편한건 사실이다.
전송버튼을 누르자마자 바로 온 답장은 다름이 아니라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씻기 전에 약속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녀석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먹먹해서 놀랐다. 그리고 방 안에 가득 들어온 햇빛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더더욱 기분이 이상해졌다.
“ …너 무슨 일 있어?”
‘ 일은 무슨… 너 일 없으면 오늘 좀 보자.’
네 시쯤 약속을 잡고는 전화를 끊었다. 일은 없다고 했지만 목소리는 달랐다.
걱정이 됐다, 성용이.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혹여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긴 걸까. 어떠한 상처를 받았나. 아니면 아픈가.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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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바쁜 관계로 느린 연재 죄송합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계속 할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늦었지만 기성용 선수 동메달 축하하고... 올림픽도 끝이 났네요.
행복했어요, 17일간.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제 글은 계속 됩니다 허허헣.. 지켜봐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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