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팬, 그리고 03
변백현 다시. 팔을 더 이렇게 하라고. 똑바로 안 해? 변백현!! 똑같은 부분을 하고, 또 계속 했지만 늘어나는 건 미안한 마음 그리고 높은 언성, 그에 비해 줄어드는 건 체력이었다. 몇 일 후에 음악방송이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였다. 멤버들도 연습을 해야했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 순 없었고 결국 연습실에서 쫓겨나 밖에서 혼자 쓸쓸하게 춰야만 했다.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었지만 이게 아니였기에 다 그만두고 그저 티비 화면에서만 보고 가끔 팬싸인회에서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였던 걸 그제서야 느꼈다. 내가 생각한 가수는, 엑소 케이는 이 모습이 아니였다.
밤을 꼬박꼬박 새워 겨우 안무를 터득했고 어느정도 감을 잡은 상태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서는 물론 그 백현은 아니겠지만 지금 나로선 처음이었다. 그 첫무대가 생방송 무대, 그래서 더욱 떨렸고 혹여나 실수하면 어쩌나 싶기도 해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아 어떡해. 실수하면 어쩌지?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안무 생각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다 혼이났다. 많이 서본 무대라 다들 떨리는 기색 하나 없었는데 혼자 이러니까 오늘 혼자 데뷔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팀인데. 누나, 저 떨려서 실수할 거 같아요. 네가 무슨 갓 데뷔하는 애도 아니고 왜 떨어. 그래도요…. 무지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하긴 너 긴장 많이 한 것 같다. 찬열이랑 장난도 안 치고.
박찬열? 머리 안 말렸다고 톡 쏘아 말해 상처 아닌 상처 받은 이후로 박찬열과 말을 섞어보지 않았다. 내가 피하거나 아니면 박찬열이 피하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다고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고 금방 해체할 팀도 아닌데. 내가 나서야겠네.
"야, 찬열아"
"뭐"
"…, 아 그게 뭐냐면"
"할 말 없냐? 간다"
"ㅇ,어? 야!!"
실패, 화장실로 향하는 박찬열 뒤를 졸졸 쫓아 결국 마주쳤고 어색하게 박찬열을 불러세웠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고 무작정 말을 걸었기에 생각나는 게 없어 결국 퇴짜 맞은 꼴이 되었다. 결국 내 입은 툭 튀어나왔고 화해는 개뿔 박찬열에 대한 인상은 더욱 하락하였다.
엑소 케이, 준비해주세요. 올 것이 왔다. 나의 첫 무대. 아, 어떡해. 누군지 확인도 안 한 채 뒷꽁무니만 졸졸 쫓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난 할 수 있어, 하나도 안 틀릴 거야. 난 잘해. 주문을 중얼중얼 외우며 가는데 누군가 손목을 잡고 돌려세웠다. 놀란 눈을 하고 쳐다보는데 바로 세훈이었다.
"백현이 형, 아까도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 해요."
"어, 그게 세훈아. 불렀었어?"
"얼마나 불렀다고요. 따라와요."
"거기 아닌데? 우리 여기로 가야…."
"형 바보예요? 이쪽인데"
창피해 죽겠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훈이한테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분명 멍청해 보였겠지? 무대 걱정보다 세훈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게 걱정이 되서는 또 끙끙 앓았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세훈이 손목을 잡고 간다는 거? 이끄는대로 졸졸 다시 한 번 쫓았고 너무 좋아 바닥만 보고 걷다 결국 멈춘 세훈의 등에 부딪혔다. 아야 아파라. 무엇이 닿은 느낌에 뒤돌아봤고 부딪힌 걸 알았는지 코를 매만지고 있는 내 손을 떼어내고 어 괜찮아요? 하며 코를 만져댔다.
그동안 했던 연습 그리고 받았던 쓴소리들 다 잊어버리고 좋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바뀐 거 되게 좋다. 형 무지 귀여운 거 알아요? 눈을 휘어 접는데 여기서 심장마비로 죽는 줄 알았다. 먼 거리에서도 미칠지경인데 근접한 거리에서 그렇게 웃으면 정말이지. 이순간이 마냥 행복했다. 아이 귀엽기는 무슨…. 귀엽다니까요. 한 명은 부끄러워하고 한 명은 칭찬하기 바빴다. 그리고 이제 오세훈한테 떨릴 시간이 없었다. 무대에서 떨려야 할 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꾸벅꾸벅 폴더처럼 접었다 폈다, 인사하기 바빴다. 내가 뭘 한 건지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어땠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했었나보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나는 거라곤 올라가기 전 세훈이랑 꽁냥거렸던 거? 그리고 지금 무대를 마친 거? 그 정도. 백현아, 화장 지워야지. 정말로 끝난 거다.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고 기분도 금방 좋아졌다. 아이라인으로 인해 눈매가 날카로웠던 게 지워지고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와, 화장은 역시 대단해. 쩐다 쩔어.
"형, 하나도 안 틀렸더라고요. 오늘"
"정말로? 나 잘했지?"
"응. 잘했어요"
종인이가 날 보자마자 한 소리는 엄지 손가락 치켜들고 잘했다는 칭찬이었다. 너무 떨려서 많이 틀렸을 법도 한데 종인이가 잘했다는 소리를 할 정도면 그동안 밤 새워 한 보람이 있다. 무대도 끝마쳤겠다 나에게 남은 숙제는? 박찬열이랑 화해하기. 아니 무슨 우리가 싸운 것도 아니고, 어떻게 풀지. 자판기 앞에서 고민하는 꼴이란 우스꽝스러웠다. 아! 음료수 주면서 풀까? 내가 마실 콜라랑 박찬열은…. 힝,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써니텐이나 줘야지. 두 개를 품에 안고 대기실로 향했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매만지는 모습을 보고 쪼르르 달려가 차가운 캔을 볼에다 맞대자 아, 시발. 욕부터 튀어나오는 바람에 실수했다는 생각에 몸을 움츠렸다. 아니지, 변백현 네가 이럼 안 되지!
"자, 박찬열"
"싫어"
"아 왜. 좀 마셔줘라. 나 오늘 하나도 안 틀렸는데 어?"
"그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내 절친이니까 그렇지, 그래 안 그래!"
"하긴 우리 똥강아지 나 아니면 누가 절친해줘"
"뭐라고? 야!! 박찬열!! 너…, 씨!!"
씨 뭐, 욕해봐 뭐 뭐. 너 준면이 형한테 다 이른다? 초딩이냐, 좀 더 커라 애기야. 야!! 안 그래도 시끄럽던 대기실이 나와 박찬열의 술래잡기로 인해 더욱 시끄러워졌고 결국 밴에 타기 전까지 문 앞에서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었다는 그런 일화가 있다.
그 이후로 다시 나와 박찬열은 친해졌고 하루종일 티격태격 싸우거나 아님 서로 놀리거나 아님 붙어있거나 하는 수가 늘어났다. 물론 둘 중 하나가 삐쳐 결국 하나가 풀어주고 이런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매번 준면이 형한테 혼나기도 하고 벌 받기도 하고 경수의 잔소리도 듣기도 했다.
박찬열 꺼져, 내가 티비 볼 거야. 시끄럽다. 제 1라운드 리모콘 쟁탈전. 경수가 티비를 보다 종인이가 배고프다는 말에 부엌으로 쪼르르 가 요리를 하는 사이 경수 양 옆에 있던 나와 박찬열이 경수의 빈 자리를 채운 리모콘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잽싸게 내가 리모콘을 들었지만 가만히 있을 박찬열인가. 간지럽히고 깔아뭉개면서 리모콘을 뺏으려들었고 개마냥 박찬열의 손을 앙 물었다. 변백현 승! 이제 겨우 티비를 보는가 싶었는데 이때 박찬열이 티비를 가리는 게 아닌가 큰 덩치로 인해 티비는 다 가려졌고 결국 싸우다 준면이 형한테 혼이 났다.
이거 내 거다 변백현. 지랄도. 경수가 나 끓여준 거야. 무슨 개소리야! 제 2라운드 라면 한 젓가락 더 먹기. 박찬열과의 싸움으로 인해 체력이 바닥이 나 부엌에 있는 경수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고 박찬열이 어 나도! 끼어드는 바람에 같이먹게 되었다. 남은 건 한 젓가락 뿐. 여기서 또 신경전을 벌였다. 이거 내 거거든? 내 거야. 젓가락으로 막 칼싸움 비스무리하게 싸우다 라면이 사라졌다. 어! 라면 없어!! 헐. 멘붕인 상태에서 옆에 있는 종인이를 보았다.
"그거 형들이 안 먹길래 제가 먹었어요."
"…?"
"…뭐라고?"
"라면 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고마워요."
박찬열도 변백현도 아닌 김종인이 승리했다. 누가 바로 옆에 있는 김종인이 먹을 거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그야 말로 멘탈이 붕괴가 되고 이 일이 싸우는 계기가 되었다. 너랑 싸우다 김종인이 먹었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이런 식으로?
"경수야"
응, 종인아. 방을 들어서자 같은 멤버, 혹 룸메이트 그리고 제 연인인 경수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웃을 때 특유의 하트 입모양이 나오는데 그게 어찌나 또 예쁜지. 침대 위에 있는 경수를 끌어안고 얼굴 구석구석 쪽쪽 입을 맞추었다. 까르르 웃으며 그만 하라는 모습도 예뻤다. 그냥 자체가 예뻤던 것 같다. 김종인 오늘따라 왜 이래, 설레게.
라면. 응? 라면이 먹고 싶어? 끓여줄까? 아니, 왜 찬열이 형이랑 백현이 형한테 해줘. 나 아니면 누가 해줘. 끓여주지 마. 왜? 질투나. 내 말이 그렇게 웃긴가 싶을 정도로 경수는 웃어댔다. 그리고 갑작스런 입맞춤. 경수가 먼저 한 건 거의 어쩌다 한 번이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입맞춤에 응했다. 먼저 리드한 건 경수였지만 가면 갈 수록 리드 당하는 쪽이 되버렸다. 서로의 혀를 탐하며 이리저리 얽혔다. 입술을 떼자 눈에 보이는 건 부끄러운지 빨개진 경수의 볼, 그리고 번들거리는 입술이었다.
"예쁘다, 경수야"
"너는 멋있어"
"너랑 함께여서 좋아.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래"
"…종인아"
"많이 좋아해, 도경수"
어머카디가나왔슴다카디카디카디카디카디카디다ㅣㅏㅣ
카디는지금알콩달콩예뿌게사귀고있어용찬백은아직임다
암호닉여러분사랑해요sz제맘아시죠힣힣너무좋슴다님들
제가생각해도좀못쓰는거같네요핳첨이라서그래요뎨둉ㅜ
갈수록늘길바라며여러분스릉해여안녕~~
Q원래엑소케이백현이는대학생의백현인가요?
A아님다그백현이는아무도모르게소리없이사라졌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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