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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페어플레이 2 | 인스티즈




페어플레이


부제 : 헤어진 남자친구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2











W. 뽀베













- 그래서, 진짜 헤어졌다고?

" 어, 몇 번을 말해. "

- 난 또 정호석이 뻥치는 줄 알았지.

" ... 그것 때문에 전화한거야? "

- 당연하지. 내가 이 구역의 탄소 맘인데.

" 옘병. 끊어라. "

- 사실 술 마시자고 전화한건데.

" 맥주 한 캔 먹고 뻗는 주제에, 뭔 술이야. "

- 그냥, 위로주 겸.

"위로는 무슨. 그딴 거 필요 없거든? "

- 알았어, 그럼 축하주. 축하주 어때.

" ... 좋을대로 해라. "




 마감을 끝내고 기지개를 쭉 피고 있자 웬일로 박지민이 전화를 다 걸어왔다. 요새 유치원 애들 때문에 바쁘다더니.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자 하는 소리가 김태형과 헤어졌냐는 소리다. 여기저기서 왜 다들 나한테 김태형의 안부를 묻는지 모르겠다. 퉁명스레 그렇다 대답하자 박지민은 며칠 전 정호석의 반응과 다를 바 없이 연신 짧은 탄식을 토해냈다. 헤어진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물론 김태형과 연애를 한 기간이 자그마치 5년이 넘긴 했지만,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헤어진 게 다인데. 다들 왜그렇게 유난을 떠는건지.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손으로 세게 눌렀다.


 전정국과 정수정도 부르겠다면서, 동네방네 우리가 헤어졌다는 소식을 알리려는 듯 크게 말하는 박지민에게 핀잔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 어두워졌던 액정을 다시 켜 시간을 확인했다. 박지민이 말했던 8시가 되려면 아직 한시간도 넘게 남아있었다. 미리 일을 끝내놓길 잘했어. 책상 위로 널부러진 종이들과 자료를 정리하고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입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배가 꼬르륵댔다. 있다가 술집에 가면 안주부터 주워먹어야겠다. 대충 시간을 때우려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보고 있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맞다, 김태형.




" 어디 가? "

" 응. "

" 어디 가는데. "

" 술 마시러. "

" 누구랑. "

" 박지민. "




 그날 이후로 김태형과는 사이가 서먹해졌다. 원래도 썩 원만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고. 서로 말도 먼저 걸지 않다 며칠만에 처음으로 하는 대화였다. 그날 그렇게 쏘아댔던 게 미안함이 남아 김태형의 물음에 군말없이 대답했다. 밖이 더운지 자켓을 팔에 걸치고 집 안으로 들어온 김태형이 내 앞에 멈춰서 질문을 던지다 이내 안방으로 들어갔다. 닫혀버린 안방 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나간다. 부러 김태형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말했으나 김태형은 대답이 없었다. 알아서 저녁은 챙겨먹겠지. 마음이 찝찝하긴 했으나 애써 무시하고 현관문 밖으로 나와버렸다.


 집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리 자리를 맡아놓은 전정국이 보였다. 전정국의 앞자리에 앉자 핸드폰만 열심히 들여다보던 전정국이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 다른 애들은. "

" 좀 있다 온대. "

" 아. "

" 헤어졌다며. "

" 응. "

" 김태형은 어때? "

" 내가 남의 속을 어떻게 알겠냐. "

" 계속 같이 살긴 산다며. 느껴지는 것도 없어? "

" 일부러 느끼고싶진 않아서. "

" 고집은. "




 제 성격처럼 담백하게 물어온 전정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다시 핸드폰에 집중했다. 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나, 무엇에 그렇게 집중을 하는지 아주 눈이 빠질 기세다. 슬쩍 핸드폰 화면을 훔쳐보니 보이는 것은, 그냥 게임이네. 전정국이 그렇지, 뭐. 애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내가 한심해졌다. 몸을 의자에 편히 기대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테이블을 내려다보고있자 문득 내 위로 그늘이 졌다. 안 봐도 박지민일 것이 뻔했다. 아예 시선을 주지 않자 투덜대며 내 옆자리로 앉는 박지민이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조금 늦는다던 정수정까지 합세하고나서야 테이블 위로 술상이 차려졌다. 이젠 배고픔을 넘어 아려오기까지 하는 배에다 안주로 나온 음식을 집어넣자 그나마 잠잠해졌다. 계속 안주만 주워먹다 정수정에게 한 소리를 듣긴 했지만. 내 술잔을 벌써 채워놓은 박지민과 톡톡 쏘아대는 정수정 덕에 그제야 작은 잔에 채워진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과일향이 난다며 티비에서 그렇게 광고를 하더니, 정말로 달달한 맛이 나긴 했다. 신기하네, 술에서 단맛도 나고.




" 그나저나, 왜 헤어진건데? "

" 요새 계속 싸웠었잖아. "

" 너네 그래도 잘 살았잖아. "

" 지친거지, 뭐. "

" 언제까지 계속 같이 살 건데? "

" 글쎄, 김태형이 새로 집을 구해야지. "

" 김태형이 설마 집을 못 구해서 그럴까. "

" 뭔 개소리야. "




 나른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박지민의 이마에 꿀밤을 한 대 먹이니 금세 울상이 되었다. 그러게 누가 그런 소리 하래? 망개떡 같이 몽실몽실하게 생겨서는, 울상을 지으니 딱 손으로 주무른 망개떡 같다. 아프잖아. 내가 때렸던 곳을 손으로 잡고 나를 흘겨보는 것이 귀여워 그대로 볼을 잡아 쭉 늘렸다. 아, 뭔데! 가, 가시나 취했나! 당황한 듯 사투리까지 쓰며 저항을 해대는 탓에 박지민의 볼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나 정말 취했나. 어디서 들었는데, 화났을 때 술을 먹으면 더 잘 취한다더라. 그래서 내가 벌써 취한건가.


 내가 주사를 내보이기도 전에 취해버린 박지민은 헤실헤실 웃으며 내 볼에 뽀뽀를 해댔다. 머, 머시마. 이런 주사가 있으면 제가 더 위험하다는 걸 모르나보다. 몇년째 반복되는 행동이었기에 난 익숙해졌는데, 전정국은 전혀 그렇지 않은지 제게 뽀뽀를 하려는 박지민을 밀어냈다. 그런 둘을 보다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 정수정 또한 잔뜩 취해버린 모양이었다. 한 쪽에서는 뽀뽀와의 사투를 벌이고, 한 쪽에서는 시끄럽게 웃어대니 귀 고막이 다 울릴 지경이었다. 시끄러어... 말꼬리를 늘리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아, 잠 온다.


 분명 나는 테이블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웬 외간 남자의 등에 업혀있다. 아니, 외간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익숙한 체취가 나는 걸 보아하니.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자 움찔 떨리는 등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태형이! 낯설지 않은 체취도, 넓직한 등도 모두 김태형이었다. 큰 목소리로 김태형의 이름을 부르며 김태형의 등에 더욱 편히 기대자 김태형이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 모야아... 우리 태태 안 좋은 일 이써? "

" 너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 "

" 왜에! 내가 막 싸가지 없구, 그래서? "

" 잘 아네. "

" 이씨, 아니거든! 지가 더 그런 주제에... "

" 술이 떡이 된 주제에 말은 잘하네. "

" 아니야아, 나 술떡 아니야... "

" 잘하는 짓이다. 취해서 전남친 등에 업히고. "

" 맞다, 우리 헤어져찌. "

" ... 어. "

" 있자나, 김태태. 나느은, 네가 지짜 싫다? "




 그래서 헤어지기를 잘한 것 같은데, 또 막 후회되고 그런다. 이상하지. 술김에 웅얼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사실 나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추워. 김태형의 목에 더욱 세게 팔을 감고는 등에 밀착했다. 매너손이랍시고 주먹을 쥔 김태형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김태형은 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괜히 기분이 우울해져 김태형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내가 원래 잘 울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취해서 그런가 눈물이 다 나네. 김태형이 입은 파랑색 맨투맨의 어깨 부분이 진하게 물들었다.




" ... 울어? "

" 아니, 안 우러. "

" 우는 거 맞잖아. 왜 울어. "

" 속상해서. "

" 네가 왜. 내가 더 속상한데. "

" 내가 더 속상하거드은. "

" 울지마, 좀. 울면 더 못생겼어. "

" 원래도 못생겨서 상관 업써. "




 김태형의 등에 바짝 기대자 따뜻하기도 하고, 쓸데없이 안락한 탓에 눈이 절로 감겼다. 그렇게 눈을 감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런데 잠에 들기 전에 김태형이 무어라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걸 제대로 못 들었단 말이지. 아니면 잠결에 내가 이상하게 들은건가. 그러니까 김태형이 뭐라고 했냐면,




" ... 예뻐. "




 이랬던 것 같거든. 내가 잠결이라서 잘못 들은 거겠지. 잘못 들은 것이라 편히 마음을 먹고 몸을 웅크리며 쏟아져오는 잠을 청했다.




" 으, 머리야. "




 오랜만에 정신이 나갈 때까지 술을 마신 덕에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이 놈의 숙취, 나이를 먹으니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나이를 탓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아, 더 자고싶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자고도 남았을텐데, 속이 미식거리는 것 같아 결국 상체를 일으켰다. 침대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라앉히려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오늘은 김태형에게 아침을 차려주지도 못했다. 텅 빈 옆자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지금 김태형을 신경 쓸 게 아니지. 침대 위에 놔두었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박지민, 박지민, 정수정, 그리고 김태형. 전정국 이 자식은 어떻게 잘 들어갔냐는 소리도 없냐. 혼자 투덜거리며 박지민과 정수정에게 답장을 했다. 어제도 분명 전정국 혼자만 살아남아서는 뒷처리를 다 했을 것이 뻔했다. 고생한다, 전정국. 그나저나 난 집에 어떻게 들어왔지. 뒷통수를 긁적이며 김태형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웬일이래, 김태형이 나한테 카톡을 다 하고.




[ 일어났냐 ]

[ 아직도 안 일어났지 ]

[ 술고래 ㅉㅉ ]

[ 일어나면 꼭 해장해라 ]

[ 콩나물국 먹어 ]




 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온 카톡을 보니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대충 알았다며 답장을 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근데 웬 콩나물국이래. 온통 뻐근한 몸 탓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부엌으로 나오니 전날 꺼내놓은 적이 없는 새로운 냄비가 보였다. 이게 뭐람.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콩나물국이네. 이래서 김태형이 콩나물국을 먹으라고 한 듯 싶다.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꺼내 아직 1이 사라지지 않은 채팅방에 새로운 카톡을 보냈다. 잘 먹을게. 이 정도면 됐겠지. 뭔 매운 걸 넣었는지 얼큰하게 올라오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기특하네, 김태형.


 냄비 뚜껑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가 폐인이 된 내 모습을 확인했다. 어제 화장을 안 하길 잘했다. 지금도 장난 아닌데, 화장까지 했었다면 다 번지고 난리났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칫솔을 입에 물었다. 입에 칫솔을 물자마자 주머니에서 울려대는 진동에 이내 신경질을 내며 수신자를 확인했다. 김태형이었다. 그냥 답장이나 곱게 보낼 것이지, 굳이 전화를 하고 그런대. 여전히 칫솔을 문 채로 전화를 받았다.




" 여어에여. "

- ... 뭐?

" 여버세어. "

- 이빨 닦냐.

" 어. "

- 이제 일어난거야? 지금이 몇신지는 아냐?

" 아이. "

- 거품 좀 뱉고 얘기해. 해장은. 방금 일어나서 하지도 못했지?

" 엉. "

-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술 좀 작작 마시라니까.

" 이응. "

- 아무튼, 해장 빨리 하고.




 거품을 탁 뱉었다. 별 쓸데없는 말만 할 거면 왜 전화한거야. 입 안에 남아있는 치약 거품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 근데 너 왜 전화했냐. "

- ... 아니 그냥. 안 일어났을까봐.

" 왜 갑자기 친절한 척 하고 난리야. 소름 끼쳐. "

- 원래 친절했거든?

" 오늘 들은 소리 중에 제일 웃기네. 사귈 때 챙겨준 적이 몇번이나 있더라, 네가? "

- 진짜, 챙겨줘도 토 달지.

" 진작에 잘하던가. 왜 갑자기 잘해주냐고. "

- 그런 거 아냐. 끊어.




 제 할 말만 하고 끊기에는 아주 도가 튼 놈이다. 내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빠르게 끊겨버린 전화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픽 내뱉었다. 아니, 이 놈 좀 보게. 사귈 때도 이건 맨날 고쳐라, 고쳐라 했었는데,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냐고. 김태형의 뻔뻔한 자기 줏대에 혀를 내둘렀다. 아침부터 어이 없고 좋네요. 세수까지 끝마친 뒤 차가워진 볼을 손으로 매만지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릇에 콩나물국과 밥을 한꺼번에 담고 소소한 반찬을 꺼내 식탁 위에 제법 그럴듯한 것이, 김태형이 만든 것 같지가 않다. 요리는 죽어도 안 하던 놈이, 갑자기 이러니까 무서울 지경이다. 사람이 변하면 일찍 죽는, 이건 좀 아니고. 하여튼 이상하다고.


 콩나물국은 의외로 맛이 있었다. 청양고추를 넣은건지 얼큰한 것이 아주 해장에는 딱이었다. 김태형 이거, 하도 요리를 안 하길래 엄청 못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게 아니었고만. 그러면서 맨날 나한테만 밥 차려달라고 징징거리고. 아, 역시 김태형의 명치를 한 대 때려야겠다. 상을 치우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약간의 소음만 들려오는, 그야말로 정적인 상태가 좋았다. 눈을 감고 나른함을 즐기고 있자 그런 나를 가만둘 수 없다는 듯 소파 위에 던져놓았던 핸드폰에서 진동 소리가 났다. 이 사람들이 진짜. 평소에는 문자 한 통도 잘 보내지 않는 주제에 오늘따라 다들 전화를 못해 안달이냐고. 일어나기 싫은 티를 잔뜩 내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 여보세요. "

- 김탄소.

" ... 윤기 오빠? "

- 그새 목소리 좀 안 들었다고 잊어버린거야?

" 헐, 오빠.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

- 일이 좀 있어서 네 집 근처에 들렸거든. 집에 가려고 하다가 네 생각이 나길래.

" 진짜 오랜만이다, 오빠. 작업하느라 바쁘다 그랬잖아. 우리집 근처라고? 만날까? "

- 안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네요. 너 맨날 가는 카페야. 얼른 내려와.

" 아,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




 우당탕 소리를 내며 급히 준비했다. 그만큼 정말 오랜만이었으니까.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냈던 윤기 오빠는 요새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안다는 작곡가의 신분으로 잘나가는 중이었다. 작업하느라 바쁘다며 연락을 워낙 안 하던 탓에 나를 잊어버린 줄만 알았더니, 거의 몇개월만에 온 연락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윤기 오빠의 낮은 목소리에 입가에 웃음이 실실 피어올랐다. 가벼운 화장까지 마친 뒤 윤기 오빠가 있을 카페를 찾아갔다. 늦게 가면 수증기처럼 금세 증발할까, 달리기까지 하며 카페에 도착하자 문을 등지고 앉아있는 익숙한 뒷통수가 보였다.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다 헤, 웃고는 윤기 오빠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즐겨마시는 음료까지 미리 시켜놓고 유유히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오랜만이라 마치 꿈 같을 정도였다. 오빠!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를 내며 윤기 오빠의 앞자리에 앉자 왔냐,하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상체를 내 쪽으로 가까이 한 윤기 오빠가 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환히 웃자 제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턱 올려놓은 윤기 오빠가 기껏 정리한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어놓았다.


 평소 같았다면 신경질을 부렸겠지만, 그럴 시간도 아까웠기에 그냥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는 속사포처럼 윤기 오빠의 안부를 물었다. 내가 하는 말에 그저 웃기만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이, 그 전보다 훨씬 헬쓱해져 있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흐트러진 윤기 오빠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입을 열었다.




" 그나저나, 오빠 너무 마른 거 아냐? 또 작업한다고 바쁘다면서 끼니 거르고 그랬지. "

" 귀신이네, 김탄소. "

" 오빠 몸은 오빠가 챙겨야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 사람 걱정시키기나 하고. "

" 정 그러면 네가 챙겨주면 되지. 아, 김태형은? "

" 말도 마, 진짜. 며칠 전에 헤어졌어. "

" 전에는 아주 깨를 볶더니. "

" 뭔 깨를 볶았어, 나랑 걔가. 전에도 맨날 싸우기나 했지. 그게 지겨워서 헤어지자고 그랬어. "

" 잘했네. "




 윤기 오빠가 제 앞에 놓여있던 아메리카노를 들어 빨대를 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가, 나 잘한 거 맞겠지. 여전히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는 것이 누가 민윤기 아니랄까봐 전과 똑같다. 그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나 헤프게 웃어보이자 뭐가 그리 좋냐며 핀잔을 준 윤기 오빠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아야. 부러 작게 낸 소리에 윤기 오빠가 제 눈을 찡긋거렸다. 그러다 문득 아, 하고 탄성을 낸 윤기 오빠가 이내 아메리카노를 내려놓으며 목소리를 냈다.




" 그거 기억하려나. "

" 뭘? "

" 내가 그랬잖아, 전에. 힘들면 나한테 오라고. "

" ... 어? "

" 김태형이 힘들게 했다며. 헤어지기까지 했고. 그럼 이제 나한테 올 차례인가? "

" ... 장난도 참. "

" 장난 아닌데, 나는. "

" 에헤이, 이 양반아. 나한테 작업 걸지말고, 오빠 잘 챙겨줄 그런 여자나 찾아봐. "

" 내 앞에 있는데, 그런 여자. "

" ... ... "

" 네가 그런 여자 해주면 안돼? "




 사뭇 진지해진 윤기 오빠의 표정에 침을 꿀꺽 삼켰다. 목울대를 울렁이며 얼음장처럼 굳은 채 윤기 오빠를 힐끔 보고있자 진득한 시선을 보내오던 윤기 오빠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린다. 장난이야, 장난. 내가 너 잡아먹냐. 짖궂음이 가득 담겨있는 윤기 오빠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겨우 입꼬리를 끌어당길 수 있었다. 가끔 저럴 때마다 정말 진심 같아서 무섭다니까. 어쩌면 진심일지도 모르고. 예전부터 꾸준히 저런 말들을 툭툭 내뱉던 오빠였으니까. 애써 괜찮은 척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갑자기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 윤기 오빠가 제 손가락으로 내 입가를 훑었다. 덕분에 또 잔뜩 굳어 윤기 오빠를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에 묻은 녹차라떼를 제 입으로 가져간 윤기 오빠가 왜 그러냐는 듯 나를 응시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보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녹차라떼를 쭉 들이켰다. 목이 탄다, 타. 밀당의 고수 마냥 아무렇지 않은 윤기 오빠 때문에 더욱. 사람은 또 왜 저렇게 빤히 쳐다보는걸까. 윤기 오빠의 습관인 것을 알지만 이럴 때는 이 습관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결국 내가 먼저 눈을 피했다.




"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그래. "

" 왜, 부끄러워? "

"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

" 너 좋아해서 빤히 보는건데. "

" ... ... "

" 이건 장난이 아니라 진심. "




 어깨를 으쓱해보인 윤기 오빠가 테이블에 있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봐야되나. 나 역시 금세 든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 다셨다. 하여튼, 잘나간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예상대로 할 일이 많아 가봐야겠다는 오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 앞까지 걸어가는 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아무리 사람 마음을 흔들어놓는 미운 사람이라도, 아쉽기는 아쉬운거니까. 문 앞에서 강아지처럼 낑낑대고 있는 나를 본 윤기 오빠가 피식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 이제 곧 작업 다 끝나면 널널해질거야. 그때는 지겨울 정도로 부를 거니까 아쉬워하지 말고. "

" 그래도, 엄청 오랜만에 보는건데. "

" 미안, 미안. 다음에 내가 밥 사줄게. "

" 진짜지? 약속한거다. "

" 응, 약속. 그럼 오빠 가볼게. 연락하고. "

" 밥 좀 잘 챙겨먹고. "

" 알겠어, 꼬맹이. "




 아까 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어놓은 윤기 오빠가 씩 웃고선 뒤돌아 걸어갔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나 역시 뒤돌고 걷기 시작했다. 볼 때마다 사람 마음을 쥐고 막 흔드는 것이, 윤기 오빠를 보는 것은 좋지만 내 기가 빨려서 문제다. 저런 오빠를 잡고 흔들 여자를 얼른 만나야할텐데.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돌림노래처럼 윤기 오빠가 했던 말들이 내 귓가에 빙빙 맴돌았다. 미치겠다, 진짜. 언젠가 오빠가 미친 척하고 나한테 진한 키스를 해도 나는 거부할 수가 없을 거다. 으으,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었다. 마침 정신을 차리라는 듯 손에 쥐고있던 핸드폰에서 울린 진동에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 야근이야 ]

[ 저녁 알아서 챙겨먹어 ]




 얜 또 왜 이걸 나한테 보낸대. 툴툴대며 알겠다 답장을 보냈다. 윤기 오빠가 사 준 녹차라떼를 마시며 김태형에게 문자 답장을 보내고 있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그 죄책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제 김태형에게 무어라 지껄였던 게 기억 나는데. 아직도 내가 술을 마시고 김태형에게 했던 말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난감했다. 김태형에게서 온 문자를 째릿 노려보고는 화면을 꺼버렸다. 아주 그냥, 윤기 오빠도 그렇고, 김태형도 그렇고 둘 다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기는 도가 튼 인간들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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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뽀베입니다!

저 이번에는 음... 이...일찍 온 거져..? 그쳐?

오늘도 분량조절 실패...☆ 아아 전 정말 조빱이네여.

이번편에서는 나름 서브 남주인 윤기가 등장을 했습니다!

윤기가 이러는 게 과연 장난일까여 진심일까여 데헷 태형이와 더불어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거예여 아주

예 어음...저는 독방에 자주 있는데여 (뜬금)

독방에 있다 보니 너무 좋은 소재들이 많아가지구ㅠㅠㅠㅠㅠ

어서 페어플레이를 끝내고! (?) 새로운 연재물을 시작하고싶은 맘에 자꾸만 전개가 개같이 되네요.

죄송합니다....용서하세여 흑

그럼 전 음...다음에도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이만 갑니다 안녕!






암호닉

설날, 침침, 은하수, 카누, 눈부신, 민윤기, 호독, 윤기야 나랑 살자, 비비빅, 춘심이, 슙디, 민빠답없, 인사이드아웃, 시레, 재연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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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카누예요! 헤헤 오늘은 서브남주가 출연했네요!근데 그게 하필이면 윤기...!윤기...윤기한테 빠지면 답없는데...여주는 정신 똑디챙겨야되겠당ㅋㅋㅋㅋㅋ아무튼 쟤 저녁에 태횽이한테 꼬장부린거 다 생각나면 흠 헿 창피하고 참 좋겠네요 둘이 빨리 서먹한거 풀리란말이얏!
음 오늘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까 뭔 소린지 모르겠네 여튼 작가님 사랑합니다~~♡ 작가님 워더~~♡

8년 전
뽀베
카누님! 네...민빠답없이져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근데 윤기의 존재는 (황급히 입을 막는다) 네 이렇구여...! 저는 개인적으로 복잡한 감정관계를 굉장히 싫어하기 때무네...ㅎㅅㅎ 저도 카누님 워더!
8년 전
독자2
지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태야 빨리 진심을 말해줘ㅠㅠㅠㅠㅠㅠ애가탄다 정말류ㅠㅠㅠㅠㅠ마음이 막ㅠㅠㅠㅠ어우ㅠㅠㅠㅠㅠㅠ짖짜 태태야ㅠㅠㅠㅠㅠㅜ히유유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ㅎㅏ 내 하 ㅂ진짜 태태 너..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민윤기예여
ㅠㅠㅠ헣럴ㄹ지짜보고싶었어요ㅠㅠㅠ작가니뮤ㅠ오늘도 태태랑 밀당인가ㅠㅠ윤기에뜬금업ㄱ는고백이라..

8년 전
뽀베
민윤기님! 어후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보고싶었어여ㅠㅠㅠㅠㅠㅠ윤기는 예전부터 여주한테 뜬금없이 고백을 해오던 성격입니다 데헷
8년 전
독자4
[양요섭]으로 암호닉 신청할께요!!ㅠㅠㅠ태태 노무좋네요정말
8년 전
뽀베
양요섭님! 저도 태태 참 좋아합니다 (?) 이번편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8년 전
독자5
침침이에요. 일단 지민이 술버릇 허헣ㅎㅎ 저만 좋은가여?? 근데 막 태형이가 여주를 업고가는게 상상이되어서 엄청 설레고 또 아침되면 여주가 이불킥하고 난리칠것같았는데 필름이 끊겼나봐요. 뭐 다행일수도있지만 서브남주 윤ㄱ..늉기??!! 이거이거 딱봐도 윤기랑 자주 만나게 되면 태형이가 질투하고 막 그를꺼같은디이..
독방에서 좋은소재를 얻었다니 그것또한 저에겐 좋은소식이네요. 페어플레이끝나면 또또 재밌는 걸 볼 수 있잖아요!! 오늘도 잘 봤습니다. 따악히...전개가 이상한 부분은 못느끼겠어요 뭐든 다 좋은데여..? 작가님 이즈 뭔들 ♡

8년 전
뽀베
침침님! 사실 저도 좋습니다 (소근) 여주는 술을 많이 마시면 기억을 잘 못하는 편이에여...됴륵 핳핳 항상 제 글 봐주셔서 고마워여ㅠ^ㅠ 지짜 사랑해여♡
8년 전
독자6
작가님 제가 정말 ㅜㅜㅜㅜㅜ좋아해요 글이 정말 재밌어요...우리 윤기가 저렇게 다정스럽다니 ㅜㅜㅜㅜㅜㅜㅜ 물론 태형이가 좋긴 하지만 윤기가 나와서 조금 행복하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8년 전
독자7
비비빅이에요! 윤기가 진심인가ㅠㅜㅠㅜㅜ저렇게 훅들어오면 심장에 무리가ㅠㅜ ㅜㅠ태형이가 다정하게 대해주는게 좋기도한데 여주가 마음을 조금만 더 열었으면 하기도하고 그러네요ㅠㅜㅠㅜ ㅜㅜ
8년 전
뽀베
비비빅님! 맞아여 그걸 원하면서 썼어여! 독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 그런 민윤기! 여주도 마음이 있긴 한데...답답이들이져 어휴
8년 전
독자8
은하수에요! 뭔가...윤기 진심같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태형이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여주는 어떤지 자기도 잘 모르는 거같고....에혀....
8년 전
뽀베
은하수님! 윤기의 정체는 아직 저밖에 모른답니다 데헷! 둘 다 연애에는 서툴어서 아주 답답하져...사이다 한 캔이라도 드세여...쭈욱!
8년 전
독자9
으으이이ㅏㅇ윤기가서브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윤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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