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윤기편 모든 사람들이 패딩을 벗고 얇은 옷을 입을 때 나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날 더 감쌌다. 날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과 날 향해 손가락질 하는 손가락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뚫고 나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내가 견디고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건 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과 우리 사랑의 결과물이었다. 비록 나이가 어린 나지만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는데....... 이제 너와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 마지막 봄을 맞이하려한다. 낡은 문을 열고 주인에게 키를 받아 309호실로 향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깜깜한 방으로 발을 내딛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네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벽지를 쓸던 나의 손은 익숙한 글씨체에서 멈추었다. 너와 적었던 이 글을 이제는 나 혼자 보고있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메고 있던 가방을 열고 미리 준비했던 기름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고 기름을 바닥에 흩뿌렸다. 그 모습이 마치 너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붉은 벚꽃 같았다. 치명적이게 아름다워서 두려웠다. 너도 이 두려움을 느꼈을까? 너의 배 속에 있는 우리 아기는 널 말리려 발버둥을 쳤을까? 아니면 너처럼 조용히 봄을 맞이했을까? 난 너희들의 마지막 겨울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나의 마지막 겨울은 너희와 함께하리라. 그리고 함께 봄을 맞이하리라.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난 너희 생각에 빠지리라.
그 날 저녁 우리는 이 침대에는 서로의 어린 몸을 음미하던 우리가 있었다. 그 때의 우리는 추위를 잊을 정도로 따뜻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지금이 봄이라고 착각했었다. 아름다운 하루는 너에게 매서운 한파가 되어서 돌아왔고 그 속에서 흔들리던 넌 봄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이 침대에 남은 건 널 추억하는 나의 마음과 곧 벚꽃이 되어 사라질 내 육체밖에 없다.
나의 마음처럼 삐뚤어지게 침대에 누운 난 한참을 너와의 추억을 곱씹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다잡고 침대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손에 라이터를 쥐었다. '철컥' '딱'
마지막으로 남은 추억을 생각하며 라이터를 껐다켰다를 반복했다. 눈을 감고 아름다웠던 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김없이 너의 마지막 모습에서 나의 추억 회상도 끝이 났다. 너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겨울의 새벽처럼 슬프도록 차가웠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이제 난 더이상의 겨울은 싫다. 너와 우리의 아기가 있는 봄을 기다린다. '딱' 라이터를 껐다. 이제 나에게 겨울따윈 오지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봄을 맞이할 것이다. '철컥' 라이터를 켰다. 손에 힘을 서서히 풀었다. 라이터는 꽃잎이 되어 땅으로 서서히 떨어졌고 순식간에 땅바닥에는 화려한 붉은 색의 꽃이 피었다.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불안감과 두려움은 나를 더 파고들었다. 하지만 곧 붉은 꽃으로 둘러싸인 난 너와 함께 맞을 봄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인생에 가장 화려한 순간. 그 순간은 육체를 버리고 봄을 찾아 떠나는 지금이다. 花樣年華
아직 내 글은 포인트를 받고 쓸만한 글이 아닌 것 같아서 오늘 들고왔어요. 혹시 다 읽었으면 짧은 댓글 부탁할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