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우, 야 그래서 걔는 서은광이랑 어떻게 됬데? "
" 뭐 어떻게 됬긴, 천년만년 행쇼하게 됬지. "
여느때와 다름없이 친구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시끄러운 복도, 날라다니는 먼짓바람. 한가로운 학교에서의 오후였다.
다만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아까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것도 인상을 찌푸린채로 보고있는 이민혁이였다. 평소에도 나와 친하고 항상 붙어다니며 흔히 말하는 썸인듯 아닌듯한 묘한 기류를 느끼고 있는 아이였지만 매일 점심시간마다 하는 축구를 하지않고 나를 쫓아다니길래 무슨일이라도 생겼나, 싶었다.
" 야, 이민혁. "
" ㅇ,왜. "
얘기하고 있는 친구를 보내고 뒤에 꼭 붙어있는 이민혁을 향해 돌아섰더니 입술이 닿을듯 말듯한 짧은 거리탓인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였다. 아까부터 왜그렇게 졸졸 따라와, 하고 돌직구로 물어보았더니 항상 그랬잖아, 하는 이민혁의 돌직구에 오히려 내가 당황하게 되었다.
" 그게 아니라...! 아니, 너 축구안해? "
" 강설, 니 지금 상태ㄹ..., "
나와 마주보며 얘기하던 이민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왜인지 모르게 내 뒤를 빤히 바라보고 서있는 남자아이를 보고는 얉게 욕을 읊조렸다. 그러곤 자기가 입고있던 체육복 상의를 벗으려 하길래 놀라서 왜그러냐고 소리쳤더니, 내 귀에 ' 생리. ' 단 두글자를 말하고는 마저 벗어 내 허리에 둘러주었다. 흰 티를 입고 있었지만 복도 한 가운대에서 맨 몸으로 상의 탈의를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랬음과도 잠시, 생리통을 느끼지 못 하는 내가 남자, 그것도 이민혁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온 몸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생리가 세어나왔다는 말에도 가만히 서있는 나를 보고는 크게 한 숨을 쉬었다. ' 아, 진짜..., ' 혼잣말이 다들리는것을 알기는 하는지, 내 손목을 잡고 복도에 서있던 이름모를 여자아이에게 나를 덥썩 쥐어주고는 ' 얘 터졌어. ' 라고 부탁을 했다. 이 상황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은채 어안이 벙벙한채로 서있는 나를 보고 귓속말을 하고는 그 뒤로 돌아서서 이 자리를 떠났다.
' 넌 이제 나한테 시집와야겟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