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도 좋아하는 여자애 생겼는데 .
*
사실 요즘 , 같은 반 여자아이한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 줄이지 않은 치마 , 욕이라곤 하지 않는 사근사근한 성격 , 나와는 정 반대였다 .
게다가 공부도 잘한다 .
이건 내가 그 여자아이와 방과후에 함께 청소를 하게 되었던 날의 이야기다 .
" ... 저기 "
" ...? "
" 발 좀 ... "
" ... 아 , 미안 ... ".
존나 쪽팔렸다 . 나름 최대한 폼을 잡고 있었지만 , 하필 빗자루를 밟고 서있는 바람에 산통이 다 깨졌다 . 시발 차라리 그냥 청소나 할 걸 그랬다 . 어느새 교실은 깨끗해져있었고 , 손을 닦고 와보니 우유박스도 가져간 듯 싶었고 교실문도 잠겨 있었다 .
하지만 내 가방은 아직 교실에 있었다 .
*
" ... 지민아 . "
" ...? "
" ... 나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긴것만 같아 . "
" ... "
" 막 ... 보고싶고 , 지켜주고싶고 , 번호따고싶고 그래... "
" ... "
" 막 ... 뽀뽀하고싶고 , 전화하고싶고 , 안고싶ㄱ ... "
" 그건 변태아니야 ? "
" ... "
" ... "
내가 이새끼랑 뭔 얘기를 하겠냐 .
* 화창한 주말 , 아침 11시 반 , 집
" 주말인데 , 만날 사람도 없어요 ? 왜 다 집에있는데 . "
" 그러는 너는 . "
" ... "
" 밥 먹어 얘들아 . "
" 형은 진짜 무슨 자신감으로 계속 요리해요 ? "
" 그냥 쳐먹어요 . 석진이 형까지 요리에 손놓ㅇ... "
" 둘이 화해한 거에요 ? "
" ... "
" ... "
" 제발 닥치고 있자 . "
" 아니 근데 , 둘이 진짜 언제 화해할건데 ? 벌써 1주일이 지났어 . 이대로 말 안할거야 ? "
" 맞아 얘들아 , 빨리 둘이 마주보고 앉아 . 손도 잡고 .
자 , 태형아 미안해 ~ 윤기야 따라해봐 . 태ㅎ... "
" 까고 있네 . "
" ... "
" ... "
" ... "
*
*
날씨 한 번 화창하다 . 폼잡고 나오긴했는데 갈 데가 없다 . 지갑도 안 가져와서 피시방도 못간다 . 개 좆같다 .
사실 며칠전에 김태형에게 말을 심하게 한 건 인정한다 .
그런데 김태형도 싸가지없었던 건 매한가지다 . 형한테 김석진같은새끼가 뭔가 , 애가 기본이 안되어있다 .
더이상 생각해봤자 내 머리만 아플 것 같았다 . 아 근데 뭐하지 , 여기서 집에 들어가면 분명히 개쪽을 당할 게 분명하다 . 아 시발 , 개 좆같다 진짜 .
그러고보니 핸드폰도 방에 놓고왔다 . 그냥 집ㅇ...
" 워 !!!!!!!!! "
" 아 시발 깜짝아 !!!!!!!!!!!!!!!!!!!!!!!!!!!!!!!!!!!!!!!!!!!!!! "
" ... "
" ... "
" ... "
*
정신없이 들려오는 거친 욕설 , 돈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 , 총성이 무자비하게 울리고 있는 이곳 ,
피시방에 내가 왜 앉아있는걸까 . 그것도 김태형과 전정국 사이에 .
" 아 전정국 병신새끼야 수류탄을 왜던지는데 ! "
" 그럼 형이 피하던가요 , 왜 나한테 지랄 . "
" ... "
" 아니 , 거기에 설치하라고 , 아니 , 아 호구새끼야 뭐하는데 ! "
" 아 그럼 형이 하던가 왜나한테 지ㄹ... !
" ... "
" ... "
" ... "
" ... 왜 , 병신들아 . "
" ... 뒤통수에 쏘기 있냐 . "
" 그럼 없냐 . "
" 둘이 화해 한거에요 ? "
" 어 . "
" ... "
" 방심 하지 마셨어야죠 , 짱짱맨뿡뿡0613님 . "
" ... "
*
" 한번만요 , 진짜 딱 한번만 . 한번만요 윤기형 . "
"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시키는데 ? 너가 해 병신아 . "
" 부끄럽단말이에요 . 딱 한 번만 진짜 . "
" ... "
*
" 여기 주문하신 컵라면 3개 나왔습니다 ~ "
" 아 , 씨발 . 존나게 매달리네 . 야 , 난 너한테 관심없다고 . 몇번 말해 . 너 내 돈보고 만나는거 다 알아 . 그만 전화해라 . "
" ... "
" ... "
" ... 또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콜버튼 눌러주세요 . "
"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다 닥쳐요 . "
" ... "
" ... "
* 어둑해진 밤 , 8시 반 , 집
" 야 막내야 , TV좀 틀어봐 . "
" 형이 틀어요 . "
" ... "
" 심쿵해 ~~ "
" ... "
" 함께 떠나요 ~~ "
" ... "
" ... 좋네 . "
" ... 형도 감정이 있긴 한가봐요 . "
" ... "
* 어둑한 밤 , 11시 , 집
" ... 배 고프지 않아 ? "
" 치킨시켜먹을까요 ? "
" ㅇ.. 어.. 그래 . "
*
" 근데 전정국 , 너 그 피시방 알바랑은 어떻게된거야 ? "
" 거의 넘어왔어요 . 이제 내일은 바로 번호 딸 거에요 . "
" ...ㅍ...ㅎ.... "
" 그러고보니 윤기형 , 예전에 좋아하는 여자 생겼다고 하지 않았어요 ? "
" 넘겨짚지마 병신아 , 좋아하면 어떨거같냐고 했지 좋아한다고 한 적은 없다 . "
" 근데 저 좋아하는 여자애 생겼어요 . "
" ...! "
" ... "
" ... "
"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 "
" 있어 , 우리반에 ... 귀여운 애... 헤헿ㅎ... 예쁜 애...헤ㅎ... 되게 하얗고...ㅎㅔ...ㅎ.... "
" ... "
" 아무튼 저는 내일 아마 사랑을 쟁취할 것 같네요 . 형들도 노력하시길 . "
" 이새끼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 "
" 그 여자애가 너한테 번호를 줄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 "
" ㅋ "
" 솔직히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번호를 요청하는데 , 안 줄 여자가 어디있어요 ? "
" ... "
" ... "
" ... "
* 다음 날 , 오후 2시 반 , PC방
" ... "
" 학생 , 몇시간 할거냐구 . "
" ... 저 그냥 나갈게요 . "
쓰레기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읽어주신 분들 다 사랑해요 8ㅅ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