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들어가는 느낌이 생소했다. 오랫만에 만져서 그런가, 라는 생각과 함께 윤기는 제 얼굴과 옷에 튄 새빨간 물을 지워내기에 바빴다. 그의 얼굴은 반 이상이 핏물로 뒤범벅되어 있었고, 새하얗던 와이셔츠는 이미 붉다 못해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비린내를 풍기는 웅덩이가 넓게 퍼져 있었다. 윤기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미 사후경직을 일으키고 있는 시체들을 포대자루에 쓸어담고 증거인멸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대충 정리를 끝낸 듯 보이자, 윤기는 웅덩이를 벗어나 제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했다.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는 정적을 깨트린건 밝게 빛나며 존재감을 일깨우고 있는 윤기의 핸드폰이었다. 전화를 끊고 호주머니로 집어넣으려던 윤기는 발신자의 이름을 보더니 재밌겠다는 듯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너지, 이 새끼야." "밑도 끝도 없이 욕을 내뱉으면 쓰나, 그 흔해빠진 안부인사 하나 없이." "내가 지금 안부인사 따위를 하게 생겼어? 이번 사건, 네 짓인지 아닌지, 그것만 말해." "나 아니면 누구겠나, 당연히 나지" "너 미쳤어? 니가 뭔데 지금 이 사단을 벌이고 지랄이야?" "듣다보니 말이 심하네, 전정국. 내가 형한테 반말 찍찍 내뱉으라고 가르치진 않았지 않나?" "...니가 언제부터 내 형이었다고, 이 새끼야. 나한텐 형 없어" "나도 반쪽짜리 동생한테 형소리 그닥 듣고싶진 않아. 할 말 없으면 끊지?" "야 민윤...!!" 뚝, 핸드폰을 끊은 윤기는 진심으로 재밌다는 듯 소리내서 웃었다. 첩년의 자식주제에, 기어오르려 하네. 그럼 밟아드려야지, 처참하게. 미친개한테 물려보면, 어떤 기분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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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째 메모장에서 잠들었던 친구에여ㅠㅠㅠㅜㅜㅜ이쁘게 봐줘여ㅜㅜㅜㅜㅜㅜㅜㅜ안봐주면 울꺼야ㅜㅜㅜ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