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아이가 탔다. 이젠 그 아이의 발소리만 들어도, 그 아이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어폰을 귀에 쑤셔박고 눈을 감은 채 쏟아지는 햇볕을 받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어김없이 눈꺼풀을 위로 들어올렸다.
" ``````. "
와. 너를 보면 언제나 처음 뱉는 말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아닌 단 한 글자, 감탄사가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싶었다. 바보처럼 너의 찰랑이는 긴 생머리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던 나는 이내 돌아가는 너의 고개에 화들짝 놀라 얼른 창 쪽을 바라보는 척했다. 너의 시선은 나에게 머물지도 않았겠지만, 왠지 내 쪽을 바라봤다는 것만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가만히 있던 오른손을 들어 작게 손부채질 시늉을 해 보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다시 너에게 돌아가는 내 고개는 나도 어쩔 수 없었,
" ```````. "
" ......어? "
" ``````. "
" ``````. "
아, 안 돼.
눈 마주쳤다.
내가, 그 아이랑, 눈이 마주쳤어.
꺄ㅏ아아ㅏㅏ아ㅏ아아아ㅏㄱ!!!! 어떡해!!!!@#!@!!!
라고 버스가 떠나가라 외치며 당장이라도 미친 듯이 난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휴우. 잘 참았어. 잘 했어, 태형아.
본격! 김태형의 여주앓이 빙의글 00
W. 카와
근데, 쟤는 눈도 참 예쁘게 생겼다.
진짜 얼굴도 하얗고, 눈도 반짝반짝. 머리는 길고 늘 찰랑찰랑, 볼에 살짝 붙어 있는 볼살마저 귀여워. 저 입술 앙 깨무는 버릇도 귀엽다. 아 저 손들 좀 봐. 꼬물거리는 저 귀여운 손들. 쟤는 어떻게 코까지 예쁘냐. 게다가 목소리도 귀여워. 그냥 귀엽다, 진짜.
" ..진짜 귀엽다. 어떡해..."
" 응? "
헙. 나 너무 크게 말했나 봐...
마음속으로만 말하려고 했었는데 나와 버렸다.
하마터면 들킬 뻔. 휴우, 십년감수.
* * *
" ♢♢고등학교 다 왔다. 내려라. "
늘 하던 것처럼 그 아이를 눈으로 집요하게 쫓으며 관찰하고 있는데, 수업시간에는 그렇게 빨리 가라고 빌어도 느려 터진 게, 꼭 이럴 때만 시간은 빨리도 간다. 아쉽다, 버스 내릴 때마다 하는 말이다. 동시에 난 언제 쟤한테 말이라도 걸어 보나, 하는 푸념도 같이. 오늘도 말 걸기는 실패인가, 한숨 푹푹 내쉬며 느릿하게 버스를 나가는데,
" ...저, 저기요! "
" 네? "
" 이거 혹시... 그 쪽 거 아니에요? "
" 아 헐 그러네..? 아 잠깐만... 아 그러니까... "
" 맞아요? 아하하, 그, 그럼 안녕히...! "
아 퍽킹.
잠깐만.
나 방금 쟤랑 얘기 한 거?
내가????@??@???쟤랑???@?@?#??#??!??@?
제발 심장아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줄래? 너 쟤 얼굴 초 근접해서 봤다고 이렇게 쿵쾅대고 그러기 있냐??? 앙???
" 와... 나 오늘 계 탔나 봐... "
진짜 오늘 내 인생 3가지 소원 다 이뤘다.
눈 마주치고
얼굴 자세히 보고
대화하고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행복할 뿐이다.
* * *
" 야 이 씨발놈아!!!! "
왔다, 저 병신 새끼. 씨발놈이라는 욕을 저렇게 해맑게 내뱉는 애는 없을 거다. 존나 해맑아, 쓸데없이...
" 이 새끼 형님이 왔는데 한 마디도 안 하네? 개새끼가. "
" 아침부터 쳐맞기 싫으면 닥쳐라. "
헤헤, 시른데. 하며 내 성질을 박박 긁는 저 친구란 새끼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 새낀 장애니까 내가 반응해 주면 더 날뛸 게 분명해. 그러니까 그냥 무시하자. 여기까지 결론이 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에 턱하니 올려져 있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탁 쳤다. 시비 걸 거면 꺼져, 새꺄. 나 바쁘다고. 니가? ㅋ. 뭐냐 그건. 비웃는 건데. ㅋ.
" 요- 김태형. 안 본 사이에 존나 잘 생겨졌네. 연애하냐? "
쟤도 정상은 아니다. 박지민이랑 다니더니 더 이상해진 듯 싶다. 에휴. 참 친구 잘못 둬서 고생한다, 나 자신아.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저 새끼의 말에 대답했다. 새끼야, 연애는 무슨. 연애나 한 번 해 보고 싶네.
" 태형아, 걱정 마. 너 같은 애는 아마 평생- "
" 지민아 닥치자. "
" 민윤기 나이스. "
" 히잉, 너네 왜 나한테만, - "
또 무한 찡찡댈 거 같은 느낌에 일단 박지민 입을 틀어막고 교문을 향해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러나 내 뒤에서 쏜살같이 운동장을 향해 도망치는 어떤 개새끼의 느낌이 나서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개새끼 민윤기는 도망 중이었다.
" 야 민윤기, 어디 가냐!!! "
" 나 농구 대회 연습 있다 수고해- "
아오 저 씨발놈 도움 되는 게 하나 없어. 결국 발악하는 박지민을 끌고 혼자 겨우겨우 교문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난 역시 대단했어. 스스로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짝짝
" 이 병신 새끼가!!! 아파 뒈지는 줄 알았잖아 이 씨발롬아!!!"
...정말 적응 안 된다. 박지민이랑 같이 다니면 이렇게 눈길을 한 몸에 다 받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적응 될 만도 한데 아직도 이렇게 노골적인 눈빛은 매우 부담스럽고 낮설었다. 이게 다 저 눈치없는 새끼 때문 아니야. 성대에 무리가 가진 않을까 불안할 정도로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저 생각없는 새끼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름 고심 중이었는데, 순간 우리에게 한 번씩 눈길을 던져주고 가는 사람들 중 그 아이가 얼핏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 ``````. "
" ``````. "
잠깐만.
방금 저거... 나보고 웃어준 거니...?
분명 저것은 초승달 같이 예쁘게 접힌 눈웃음이었다. 나는 그것을 그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얼핏 본 것이다. 그 아이는 내게 그 예쁜 눈웃음을 보여 준 뒤 이내 순식간에 빨개진 얼굴을 하며 휙 뒤돌아섰 던 같다.
아, 나 진짜 꿈 꾸고 있는 것 같아.
" 야 이 씨발!!!! 사과 안 해 개새꺄??!!"
" ...좀, 닥쳐 봐... "
아, 나 진짜 쟤 땜에,
.
.
.
미치겠다.
- - -
새벽에 삘받아서 막 끄적ㅇ여놓고 던져두고 그냥 잤네요...ㅎ-ㅎ
어쿠스틱 콜라보 그대와나설레임 듣다가 아 이거 생각나서 막 써봤는데
결과는 역시..............ㅎ(데헷) 이건 반응 없으면 그냥 접을게요
음 읽어 주신걸로도 감사하고 댓글도 써주시면 더 감사하고
달달은 제 스탈이 아닌가봐요.........(우럭) 다른 거 들고 올게요
허허 이거 어떻게 끝내야되지 (멍청) 암튼 읽어주셔서 감삼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