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 시간을 거슬러 (해를 품은 달 ost)
동병상련 (同病相憐)
동병상련 : 같은 병자(病者)끼리 가엽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處地)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하게 여겨 동정(同情)하고 서로 도움.
동병상련 (同病相憐)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 먹은 만큼 행복하다. - 에이브리햄 링컨 -
동병상련 (同病相憐)
으윽, 여기가 어디지? 처음 보는 이상한 천장,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침대. 고개를 드니까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깬 거야? 안 깬 거 같은데? 눈은 왜 저래? 먹다 만 떡처럼 생겼어."
시끄럽게 들리는 목소리에 힘겹게 눈꺼풀을 떴다. 으으... 머리야. 뭐지? 나 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지. 무슨 일이지. 눈 앞에 보이는 두 남자에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으악! 다, 다, 당신들은 누구...?"
아, 쪽팔려. 금방 고개를 숙였다. 손에 잡히는 부드러운 천을 한 번 들어보니 마치 사극에 나올법한 이불처럼 생겼다. 그리고 주변을 한 번. 맙소사. 흡사 경복궁처럼 생긴 나무로 지어진 궁궐이었다. 근데 경복궁이 뭐지? 무의식 중에 튀어나온 생각에 나조차 놀랐다.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한참을 생각하고 있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이 남자 둘은 뭐고. 라고 생각하는 도중에 갑자기 눈 앞에 보이는 가슴팍에 깜짝 놀랐다.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무사히 와주었구나. 기다렸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야. 정말... 정말 다행이야."
가국(假國)의 황제가 될 남자, 오세훈.
뭐지 이 남자? 날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나저나 냄새 좋다... 포근해.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여기서 내가 아니라고 하면 맞을 거 같은 기분인데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다른 남자가 아니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흐이익. 무서워라. 귀신도 잡을 것처럼 생겼네. 일단 상황을 정리하자. 내 이름은, 잠시만. 난 누구지? 내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어떡해. 어떡하지. 혼란스러웠다. 분명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문득 두려웠다. 낯설고,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나조차 나를 모르는 이곳에 내가 왜 있는 것인지.
"저... 죄송한데 숨이 막혀서 그러는데 좀..."
남자는 그제서야 날 놔주었다. 이제 보니까 잘생겼네. 연예인 해도 되겠어. 어? 연예인? 그건 또 뭐지... 뭔가 머리 속에 있어야 할 것이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느낌이었다. 옆에 서 있던 남자는 여전히 아니꼽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런 애가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잘못 데려온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다시 그 돌팔이 찾아가야 되는 거 아니야?"
이 목소리... 아까 나보고 먹다 만 떡처럼 생겼다고 했던 그 목소리인데... 넌 얼마나 잘생겼는데...! 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남자의 모습에 그대로 숨이 멎을 뻔했다. 큰 눈에 매끄러운 콧대. 그리고 어울리는 입술. 그래... 너 잘생겼다. 잘생겼어.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잘생겼으니까.
가장 자유로운 자, 박찬열.
"찬열. 아무리 우리끼리 있다고 하지만 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거늘. 어째 또 잊고 그런단 말이냐. 무례하다."
말투가... 댁 말투가 더 이상한뎁쇼? 조선시대에서 쓸법한 말투로 저러니 정말... 이상하게 어울리네. 젠장. 역시 얼굴이 잘나야 된다니까. 그나저나 보아하니 저 남자는 내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아는 거 같은데... 물어볼까? 근데 아까 째려보는 그 눈이 너무 무서운데... 어떡하지? 물어봐? 말아?
"괜찮으시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내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네. 정말 다행이오."
아까부터 뭐가 다행이라는 건지. 정말 궁금해서 못 참겠다.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저... 죄송한데 누구세요? 그리고 여긴 또 어디예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제 이름은 뭐고 당신들은 누구죠? 전 왠지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요. 다시 돌려보내주세요."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그러더니 아까와 차원이 다르게 표정이 굳은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뭐지? 내가 하면 안 될 말이라도 한 건가?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남자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나 왠지 대형사고라도 친 느낌인데... 어째 불안하다? 그리고 아까 방을 나간 남자가 다시 들어왔다. 커다란 정체를 알 수 없는 몽둥이를 들고 말이다. 저걸 드는 것도 신기하네. 저 뼈만 있는 몸에서 저런 괴력도 나오다니 신기... 한데 어째 점점 나한테 오는 기분이다? 저거로 나 치기라도 하려고?
"비켜. 이거로 머리 한 대 맞으면 정신은 돌아오겠지."
헉! 정신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내 정신이 나가고 영혼도 같이 나갈 거 같은데? 정말로 날 치려는 거야? 깜짝 놀라서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뒤로 움직이며 손을 짚다 헛짚어서 그대로 침대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 아파. 아파 죽겠네. 인상을 쓰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내 소중한 엉덩이. 많이 아팠지? 미안. 주인이 못나서... 내가 떨어진 것을 보고 냉큼 달려오는 날 품에 안았던 남자. 오, 둘이 완전 반응이 상극인데? 매너도 없는 남자는 인기도 없을 텐데... 안타깝다.
"뭐 하는 짓이냐! 귀한 손님이다. 아니, 상처를 입히면 안 될 소중한 사람이란 말이다! 당장 치우지 못 할까!"
인상을 쓰고 화까지 내면서 소리를 지르는 남자는 생각보다 무서웠다. 무언가 더 이상 잃으면 안 된다는 애절함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느꼈고, 몽둥이를 들고 있던 남자도 그걸 느꼈다. 남자는 쳇- 하고 혀를 찬 뒤에 몽둥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쿵, 소리와 함께 커다란 몽둥이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제서야 남자는 내가 괜찮은지 안부를 물었다.
"괜찮으시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신 겁니까? 내 어의라도..."
생각보다 겁이 많은 남자 같다. 요란스럽게 어의까지 부른다고 하는 남자의 말을 끊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얼마나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입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괜찮습니다. 그 전에 제 질문에 먼저 답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누구고, 여긴 어디죠? 또한 전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그리고 당신들은 누구며, 이름은 무엇입니까?"
궁금했던 것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니 이렇게 후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자의 얼굴은 역시 아까처럼 굳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할 말을 찾는 것이다. 꼭 무언가 숨기려고 하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하지 못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내게도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난 찬열, 박찬열이라고 한다. 네 앞에 있는 분은 오세훈. 황자 오세훈이다. 정확히는 오세훈 전하이나 오세훈 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지만, 그건 나중에 정하고. 여긴 가국(佳國)이다. 네 이름은... 글쎄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말투가 굉장히 익숙하다. 꼭 여기 사람이 아닌 느낌을 준다. 굉장히 익숙하고, 친근하고... 그와 동시에 낯설다. 저 찬열이라는 남자나. 세훈이라는 남자. 그리고 여기. 그리고... 나.
"이름은, 옳지. 구세주(救世主). 구세주가 어울리겠구나. 넌 내 구세주야. 내 삶의... 영원한 구세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구세주라니. 그리고 날 만나서 다행이라니. 도대체 어떤 부분부터 정리를 해야 되는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냥 낯설다. 모든 것이. 내 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이 이불도,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바닥도. 나와 말하고 있는 이들 모두. 너무나도 낯설다. 무언가의 벽이 쳐져 있다. 나와 이들 사이. 그리고 그 벽을 깰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안다. 나나, 저 사람들이나. 처음 느끼는 이질감에 괜히 두려움만 커졌다. 아니, 두려움을 키운다. 라는 것이 더 맞겠지. 그리고 본능에 충실한 내 몸은 반응을 보였다.
"배고프십니까?"
젠장... 쪽팔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소리가. 얼른 고개를 들어 아니라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몸은 그러지 못 했다. 본능에 너무나 충실했던 내 몸은 다시 한 번 알림을 울렸다.
"아, 참... 저것도. 기다려. 금방 수라상을 내올 테니까. 이제 보니까 시간도 됐네."
찬열이란 남자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그리고 침묵. 세훈은 여전히 뭘 생각하는 건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무안하네... 주섬주섬 얇은 천을 들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나저나 건물이 되게 신기하네... 전부 다 나무로 되어 있다니 이런 건물은 처음으로 만진 기분이야. 그런데 뭔가 익숙한 기분과 함께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슴 속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는 거 같다. 뭐지. 답답해. 뭔가 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답답함에 가슴을 세게 두드려 보지만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냥 가슴만 멍이 들 것처럼 아플 뿐이다.
"무, 무슨 짓이오. 죽으면 아니 됩니다. 제 구세주이십니다. 죽으시면 아니 됩니다."
무슨 소리야.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죽이고 그래. 세훈을 쳐다보니 정말로 진심인 듯 했다. 아, 가슴을 친다. 즉 죽는다. 설마 이렇게 해석한 건 아니겠지? 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눈을 보면 거짓은 아닌 거 같고... 이 사람 생각보다 단순하네. 급하게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남자, 아니 세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린다. 도대체 그 놈의 구세주 소리는 언제 끝날까? 왠지 앞으로 구세주라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질릴 거 같다.
"어이, 뭐 하냐? 수라상 내왔는데 좀 먹어라. 물론 거기 음식이랑 맞을지 모르겠지만 대충 비슷할 거야."
거기 음식? 방금 거기. 라고 한 거야? 찬열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세훈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나만 빼고, 모두가 알고 있을 거 같다. 곧 자신이 무엇을 말한 것인지 알았는지 찬열이 급하게 입을 막는다. 세훈을 올려 보니까 낭패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 뭐지? 내가 알면 안 되는 거라도 알고 있는 것인가. 혹은, 내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인지. 저 사람들은 왜 나한테 구세주라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난 누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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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同病相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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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은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실수로 여자도 놓쳤다. 큰 낭패다. 혹여 둘 중 한 명의 손에 들어가는 날에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자신은 여기서 발을 빼기로 했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녀는, 그 여자는... 결말이 뭔지 안다. 바뀌길 바랬을 뿐이다. 이 결말도, 우리 모두다. 망월인 달을 올려보았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러자 눈 앞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 짐작을 했다는 듯이 조용히 일어났다. 익숙하다고 하면 익숙하겠지만 낯설다고 하면 낯선 한복은 언제 입어도 느낌이 오묘했다. 얇은 천이 바람에 휘날렸다.
"정말로 가만히 있을 겁니까."
모든 것을 아는 자, 변백현.
갓을 쓰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 남자가 누구인지. 자신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싫고, 원망스러웠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이. 그리고 이걸 어떻게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이 이야기를 바꾸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정해진 이 비극을 말이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겠습니다. 모든 것은 하늘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바꾸려는 자, 김민석.
하늘이란 단어를 자신이 직접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진심으로. 이렇게까지 된 것인가. 이 모든 상황이, 그리고 자신이. 어찌 슬프지 않을 수가 있는가. 눈물이 나오겠다면 그건 거짓이겠지만 심정은 그거 못지 않았다. 결말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리고 자신이 그 결말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버티지 못 하고 부셔질 것인지. 자신도 몰랐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니 안에서 저와 지내는 것이 어떠신지요."
민석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긴 이야기는 오래 될 것인다. 너무나도 길어서 그 전에 자신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꽤 웃긴 이야기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 될 수도 아니면 그저 자신의 생각처럼 거짓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 자신이 생각한 대로, 아니 정해진 그대로 되지 않을까... 민석은 망월을 한 번 더 올려다본 후에 발길을 돌렸다. 풀과 짚신이 발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까칠한 짚신의 감촉이 앞으로의 일이 될 것만 같았다. 많은 잔풀처럼 많은 고비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먼저 가고 있는 남자는 갓을 한 번 더 눌러 쓴 뒤에 걸음을 재촉했다.
민석은 남자를 따라갔다. 허름하기만 하지 않은 집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저 남자도, 자신도. 예외를 두자면 여자와 떨어진 것 정도였다. 끼니를 챙길 시간도 없었다. 미친 듯이 여자를 찾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기구한 운명을 준 것인지. 만약 정말 신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감당하라고 내려준 것인지. 그리고 왜 자신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이 슬픈 비극을 바라만 보라는 것인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물을 곳은 없었다.
허공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면 이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 그냥 여기서 아무나 가까운 산에서 구르면 다 까먹지 않을까. 그러면 이 모든 이야기를 보고 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날이 밝은 대로 여자를 찾아야 될 거 같았다.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제발 궁에 떨어지지 않길 바랬다. 여자가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슬픔에 견디지 못 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 만은 막아야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을 보기 위해, 그리고 이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희망에. 아마 저 남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그리고 그 끝에 어떤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자신과 달리 덤덤한 남자가 부러웠다. 아니, 저 남자도 슬프겠지. 모든 것이. 이 모든 기구한 운명을 안타까워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한복이 바람에 휘날려 다리를 쓸었다.
기분이 아주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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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同病相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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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은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한 번 바라보았다. 맑은 술에 술잔 바닥이 보였다.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경수에게 술잔을 건넸다.
"경수야, 난 말이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구나."
가국(佳國)의 황제, 김종인.
술잔을 건네 받은 경수의 손길이 멈칫, 했다.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저 말에 포함된 모든 의미를... 경수는 그저 묵묵히 술잔을 비울 뿐이었다. 종인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꼭 죽음을 앞둔 사람의 표정과 같았다. 아니, 마치 삶에서 벗어나 이제 죽음으로 가는 듯한 사람의 표정처럼, 아주 평온하고, 따뜻했다.
"이기실 겁니다. 꼭. 이기게 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을 희생할 자, 도경수.
경수는 종인이 듣지 못 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니까.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자신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니까. 주어진 역할에 맞게 행동을 할 뿐이었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귀신처럼 왔다 가면 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죽음이라고 해도 자신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 인생을 종인에게 바친다는 것이 아깝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오히려. 자신이 감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해야만 했었다. 아니면 자신이 너무 비참하니까. 이러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에 먼저 지쳐 죽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이 칼로, 적이 아닌. 자신을 먼저 찌를 수도 있으니까.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종인을 침대까지 옮기는 일은 꽤나 힘들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해서 그런지 제법 요령이 생겼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잠든 종인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저 얼굴을 자세히 보아야 된다. 앞으로 자신이 모실 짊을 주군의 얼굴이니까. 급한 걸음으로 들어온 궁녀를 한 번 쳐다본 뒤에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궁녀도 종인의 상태를 한 번 확인하고 알겠다는 듯이 나갔다.
방에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맞이했다. 궁궐은 조용했다. 아주 조용해서 자신이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궁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 아주 큰 목소리로.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 지키지 못 하니까.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 할 테니까... 미치지 못 했다. 미치고 싶지만 미치지 못 했다. 자신의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자신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어쩌면 모두 지쳐 쓰러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지치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야 된다. 압박감에 잠을 이루지 못 할 것 같았다.
망월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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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녕하세요. 처음 쓰는데요. 사실 사극으로 쓸까 미래물로 쓸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사극으로 이렇게 쓰는 것이니 재밌고 가볍게 감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볍게 시간이 날 때 읽을 수 있는 글이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전부 인터넷에서 금손들이 합성한 거 줍줍해서 쓰고 있고요... 브금은 되도록 어울리는 노래를 찾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