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3 - C
(Longing)
(브금 진짜 필수!)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나의 어머니는,
온정 하나 없이 삭막한 분위기를 흩뿌리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게 사랑을 주시던 분이었고, 유일하게 나를 보듬어 주시던 분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그 곳에서 내 눈을 가려주셨고,
견딜 수 없는 욕설 속에서 내 두 귀를 막아주셨다.
눈가에 웃음꽃을 피우며 나를 안아주시던 그 품을, 나는 사랑하고 또 사랑했다.
그 품을 마지막으로 보았던게 언제였더라,
현란하게 붓을 놀리던 지민의 손이 순간 멈춰섰다.
무언가 씌인 듯 검게 칠해진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이 지민의 머릿 속을 헤집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제 키에 맞게 줄여진 가방끈을 동여매며,
신발조차 신지 못하게 다급한 발이 결국 꺽인 신발에 발을 구겨 넣은 채 집을 향해 달려갔다.
자신의 꺽인 신발을 보면 어머니가 나무랄게 뻔했지만 그래도 뛰어가는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수업시간 내내 잠에 취해있던 얼굴이 유독 밝게 빛났다.
"야, 박지민!!너 오늘 청소당번이잖아!!"
자신의 부르는 친구의 말에 돌아선 아이가 무심히 손을 휘휘 저었다.
나중에 내가 다 할게! 오늘만 봐 줘!!
소리치며 달려가는 아이의 목소리에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바람때문에 헝크러지는 머리에도 상관없단 듯 웃는 얼굴을 한 아이가 속도를 더 올렸다.
종이학이 담긴 유리병이 아이의 가방 안에서 쉴새 없이 흔들렸다.
혹여나 깨질까 불안한 마음에 가방을 앞으로 돌려 꽉 끌어안은 아이의 얼굴 위로 햇살이 내려앉았다.
제 어머니의 생일은 이렇게나 아이를 즐겁게 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클래식 음악으로 가득하던 집 안이 조용한걸 보니, 유독 책을 좋아하던 어머니가 책이라도 읽고 있는 모양이었다.
발꿈치를 든 아이가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그녀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한적한 거실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갔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다.
"..흐윽"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아이의 귀를 가득매웠다.
들어올려져있던 아이의 발꿈치가 한순간에 내려앉았다.
못알아들을리없었다, 제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자신을 부르던 그 예쁜 목소리가 고통에 차 울고있었다.
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발이 어머니의 방 앞에 멈춰섰다.
"...형"
형이었다, 자신보다 3살이 많았던 아이의 형.
하얀 몸 위에 올라타 제 어머니를 가려버린 형을 바라보며 아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떴다.
어머니의 몸 위에 올라탄 형의 몸이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오랜만에 형이 집에 온다며 즐거워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형까지 같이 앉아서 가족끼리 외식을 할거라며 콧노래를 부르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가방을 감싸 쥔 아이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조그마한 얼굴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그새 아이의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엄마...,엄마"
아이의 애달픈 목소리에 감겨있던 어머니의 눈이 아이를 바라봤다.
눈물로 엉켜진 머리가 제 어머니의 얼굴에 달라붙어있었다.
어딘가에 찔린듯한 어머니의 배에서 나온 붉은 피가 새하얀 어머니의 몸을 뒤덮고있었다.
느릿하게 손을 움직여 하얀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린 어머니가
울음이 터져버린 얼굴로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
'괜찮아' 작게 움직인 어머니의 입이 자신을 위로했고, 어머니의 손이 아이를 향해 나가라고 손짓했다.
"....엄-"
제 어미를 부르려던 아이의 목소리를 막아선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
아이처럼 엉엉 우는 얼굴이 좌우로 저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녀의 위에있던 그 사내도 어찌됐던 자신의 아이였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 힘들었던 인생들을, 아이들에게까지 느끼게 해주고싶지 않았다.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봐도 부족한 삶이었다.
아이들의 찬란한 삶에 자신이라는 어둠이 끼는 걸 원치 앉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등진 아이가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조그마한 두 손에 파묻은 얼굴에서 억눌린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날, 자신의 어미도 울고 아이도 울었다.
C그룹 장남의 첫번째 살인이었다.
실제로 본 지민의 얼굴은 사진 속 얼굴과 달리 볼품없이 말라있었다.
비에 젖은 듯 축 가라앉은 그를 보며 참 지독히도 어두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통통했던 볼살은 그나마 남아있었지만, 차려입은 듯한 정장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왜소한 등이 터덜터덜 힘 없이 미술관을 걸어다녔다.
7년만에 열린 미술 전시회였고, 그게 그제도 어제도 아닌 오늘인건 정말 다행이었다.
이런 곳에 지민이 안올리는 없다 생각했고, 그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몇 시간째 지민의 동선을 뒤 쫒던 발이 순간 멈춰섰다.
가라앉은 그의 고개가 들려 한 그림에 정착했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 마르게리트 고디베르의 초상화.
미술 애호가였던 고디베르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선물한 그림이었다.
어두운 톤의 드레스와 귀품있는듯한 자태.
그 그림 앞에서 멈춰진 지민의 눈이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림 속 여자의 얼굴을 쫒았다.
비스듬히 그려진 그림 속 잘 드러나지도 않은 얼굴을 그렇게 지민은 쫒고 또 쫒았다.
담담히 굳어진 표정이 왠지 울고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속 혼자 멈춰선 지민의 작은 두 주먹이 피가 통할 틈도 없이 꽉 쥐어졌다.
"이 그림, 마음에 드시나봐요?"
팔짱을 낀 채 다가가 무심한 듯 던져진 내 말에 그의 눈이 나를 바라봤다.
아무 것도 든 게 없는 듯 텅 빈 눈동자에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를 바라보다 관심 없단 듯 다시 돌려진 그의 눈에
입술을 질끈 깨물다 나도 그와 같이 그림을 바라봤다.
"나도 이 그림 좋아하는데."
다시는 돌려질 것 같지 않던 그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려져,
그 텅 빈 눈동자에 또 한 번 내가 담겼다.
"..왜요?"
그의 작은 목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분명 주변이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듯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왜..., 왜 좋아하는데요?"
생각보다 얇은 목소리였다. 여리기도 했고.
그의 목소리가 나를 향했다.
"어..."
"..."
"많이 사랑받으신 것 같으니까"
"..."
"왼 손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도,
쑥쓰러운 듯 돌려진 고개도, 붉어진 귀도.
자신의 아들에게 선물받았다는 이 그림도.
그냥 하나같이 다 아름답잖아요."
"..."
"그냥 보고있으면 저까지 행복해지는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아해요"
그에게서 눈을 돌려 그림을 바라봤다.
저 그림을 언제 처음 봤는지는 알 수없었다.
어렸을 적 필수라며 조금 배우던 미술책에서 본 걸수도 있고,
부유했던 그 시절, 엄마를 따라나섰던 그 미술관에서 볼 걸수도 있고.
그냥, 언젠지는 몰라도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다.
내 추억을 담고있기에 조금이나마 특별한 그림이기도 했고.
"그쪽은 왜 좋아하시는데요?"
갑작스러운 질문이 생각치도 못하게 튀어나갔다.
그냥 분위기상 튀어나간 말이 미술관 전체를 맴돌았다.
한참을 그렇게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던 지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전"
"..."
"싫어해요, 저 그림"
"..."
"아주 미치도록"
싸늘하게 말을 끝낸 지민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발걸음을 돌렸다.
재빠르게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마치 도망을 가는 것만같아
그의 뒤를 뒤쫒은 내 발이 그의 손을 낚아챘고,
순식간에 뿌리쳐졌다.
"건들지마"
내 손이 닿았던 자신의 손을 반대쪽 손으로 감싸 쥔 그가 나를 노려봤다.
적계심 가득한 두 눈에 나도몰래 움찔 몸이 떨렸다.
이상하리만치 과격한 반응이었다.
내가 무슨 벌레라도 되는 마냥 내쳐진 손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았다.
"아..., 저 그러니까"
머뭇거리며 변명을 이어가려던 나를 본 지민이
망설임 없이 돌아 서 미술관을 빠져나갔다.
그를 따라잡을 생각도 하지못한 채 멍하니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명백한 실패였다.
무엇이 그를 화나게 한 건지도,
무엇부터가 잘 못된건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한참동안 그 자리를 지킨 채 서 있었고,
사라진 그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미술관을 돌아와 자켓을 집어던진 지민이 화장실로 들어간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까, 지민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비누를 꺼내 미친듯이 손을 씻기 시작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거다.
오랜 시간 물을 맞은 손이 퉁퉁 불었고,
거세게 씻겨진 손이 손톱에 긁히기라도 한건지 붉은 생채기를 띄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은 지민이 손에 들려 있는 비누를 집어던진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꽤 비싼 가격의 바지가 축축히 젖어들었다.
결벽증 (Fastidiousness)
지독히도 힘든 병이었다.
그녀와 닿았던 손이 더러웠다.
더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고, 그게 너무나 아팠다.
자신의 어미를 닮은 눈빛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5년째 끝내지 못한 자신의 그림을 완성시킬 수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민이 축축한 바지를 질질 끌며
자신의 이젤로 다가갔다.
주변엔 완성시키지 못한 그림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있었다.
모두 다 눈만 그려지지 못한 여성의 그림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붓을 집어든 지민이
자신의 그림을 향해 손을 옮겼고,
떨리던 손이 그림에 닿기도 전에 힘이 풀린 채 붓이 바닥에 떨어졌다.
"...으"
지민의 괴로운 듯한 신음이 화실을 가득 매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성시킬 수가 없었다.
자신을 마지막에 바라보던 어머니의 그 눈빛을 도저히 끝맺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머리를 감싸안은 지민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날처럼 엉엉 우는 소리가 듣는 이 없이 이리저리 떠다녔다.
슬픔이 가라앉아 결국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자아냈다.
자신의 어머니가 보고싶었다,
아주
무척이나.
+
안녕하세여 독자님들!!ㅎㅎ
오늘을 포기하는 저는 또 이렇게 달려왔답니다ㅎㅎㅎ
매일 1시 2시 사이에 올리는 게 일과가 되어버린듯한....ㅎ
오늘 지민이 글 쓰면서 완전 눈물날 뻔 했어요ㅠㅠㅠ
지민이ㅠㅠㅠㅠㅠ다쳤다면서요ㅠㅠㅠㅠㅠ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괜찮다니 다행이긴한데ㅠㅠㅠㅠㅠ그래도ㅠㅠㅠㅠ다쳤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
하필이면 오늘 또 지민이 글 쓰느라ㅠㅠㅠㅠㅠ완전 울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민이 빨리 빨리 낫길 바라며!
다음에 또 봐요ㅠㅠㅠㅠ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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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정말!!ㅎㅎㅎ
빠뜨린 분이 있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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