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을 입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돌아다닌다. 나는 횡단보도에서 그대로 멈췄다.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순간 보이는 빨간색.
신호등이 파란불을 가리키는것 같아서.
* * * * *
“ 우현아 “
응,왜? 나는 오늘도 아무색깔없는 너를보고 웃어보인다. 흑백영화처럼 펼쳐진 세상이 문득 슬퍼보여.
파노라마처럼 잘게잘라진 조각들이 이세상을맞춘듯 삐걱삐걱 어긋나는 소리가 귀에맴돈다.
“ 역시 울림대는 듣던대로 크다 “
헤벌레 해져서 웃는 성규의 모습에 씁쓸히 웃는다. 그러게, 크다. 잡아먹을듯 웅장한 대학교의 모습에 움츠러드는것 같기도 하다.
“ 아, 비오겠네 “
성규의 눈가가 찌푸려진다. 하늘을 보고서는 점점 어두워진다며 빨리들어가자, 발을 동동구르며 재촉을한다.
성규의 말에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그래, 들어가자. 하며 대학교강당으로 들어간다.
큰 변화도 없는데, 나한텐.
*
시계가 째깍째깍 거리는 소리만 고요히 들린다. 도서관에 앉아 책을읽고있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살짝 웃는다.
바지 주머니속에서 웅웅거리는 느낌이 난다, 우현이 벌떡일어나서 도서관을 나간다. 입모양으로 기다려, 금방올께 라고 성규에게 말한뒤 핸드폰을 꺼내선 전화를 받는다.
「 우현아 」
우현이 흠칫 놀란다. 익숙한 목소리에 한숨을 내뱉는다 . 내가 전화하지말라했지, 차가운 목소리에 명수가 애원한다. 우현아 내 말좀들어봐, 내가 정말 너한테ㅡ
명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현이 전화를 끊는다.
명수는 나와 연락하고싶어했다. 적어도 연락을 끊고싶어 하진 않았다.
명수는 우현과 전화한번을 하려고 다리가 접질러졌다는둥, 갑자기 머리가 너무아프다는둥 데려와달라던가, 목소리를 들어야 살수있겠다며 발악을 했었다.
아, 참 한심한 인간. 김명수한테는 다가가기가 싫다. 온몸이 검디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것만 같아 , 같이 있으면 자기까지 물들여 질까봐.
그래서 싫었다.
내가 볼수있는색, 회색. 그한계에 있어선 검은색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
연이어나는 웅웅거림에 핸드폰을 다시 꺼낸다. 점심시간 다되니 출출하네, 혹시 전화 끝났으면 올때 핫바 하나만 부탁해!
성규의 문자였다. 그새 출출해 진건지, 먹성하나는 좋다는 생각에 우현이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근처 음식점으로 걸어간다.
이거하나주세요,
직원이 웃으며 핫바를 쥐고 나에게 물음을 건넨다, 이 둘중에 어떤 소스 뿌려드릴까요?
성규, 케찹 못먹는데.
“ … 이거요 “
* * * * *
“ …어 고마워 우현아! 잘먹을게 “
많이 배고팠는지 꾸역꾸역 입에 핫바를 넣는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케찹아닌걸로 잘골랐나보다. 다행이네, 색깔이 안보여서 그냥 찍었는데.
입안에 핫바가 가득한 성규가 목마르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우현이 알겠다며 재빨리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
성규가 핫바를 받았다. 케찹이 뿌려져있는 핫바를 보고 조금 놀랐다. 못먹는데,
우현은 구분을 못했다. 성규는 애써 괜찮은척 꾸역꾸역 입안으로 넣었다. 우현이 상처받을까봐. 행여 그러다가 또 혼자 슬퍼할까봐.
나중에 화장실에서 또 토할게 뻔한데 억지로 밀어넣는 성규였다. 성규는 그렇게 우현을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생각하고.
핫바를 먹는데 목이 계속 메는것만 같아 계속 가슴을 쳤다. 성규가 기침을 두어번 내뱉는다. 가슴을 퍽퍽 쳐도 계속 목이메인다.
목밑에 큰 응어리가 있는것같다. 우현이가 색맹인걸 잠시 잊었었는데, 다시 또 느끼게 된다.
본격 남우현 색맹물
끙. 짧죠? 알아영. 시간이 촉박해서;; 죄성함다. 똥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