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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국민] 그림자 01 | 인스티즈 

 

 

 

 

 

야, 알바. 너 저쪽 주문 잘못 받아 왔잖아. 아오. 씨발. 

…예? 

뭘 되물어, 이 새끼야. 못 들었어? 사장님은 어디서 이런 멍청한 새끼를 데려와서 일을 시키겠다고. 

…죄송합니다. 

돈 몇 푼 더 벌고 싶으면 똑바로 하자. 알바. 어? 듣자하니 형편 존나 어렵다며. 

저 주문 받으러 가보겠습니다. 

 


  나는 내 상황을 남들과 비교해 열등하다고 스스로 판단해본 적 없었다. 내가 굳이 나를 정의 내리지 않아도 나는 누군가에 의해 늘 그런 식으로 표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반 학우들이 날이 선 내 앞에서 늘 나의 비위를 맞추도록 만들 수는 있었지만 내 등 뒤에서 그러한 불쾌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까지 내 힘으로 겉잡을 수는 없었다. 귀를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그들이 만든 불우한 나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안다. 뒤엎고 반박할 자신이 없어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늘 나를 웅크리게 만들었다. 사회 배려자, 고아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 나는 가난 앞에서만은 잔뜩 물 먹은 솜처럼 가만히 누그러졌다. 어른이 된다면 조금 나아질까. 바위 틈에서도 꽃은 필 수 있는 걸까. 그런 모든 희망이 헛된 것이라는 진리를 어렴풋이 회고하듯 깨달은 순간 나는 깊은 동굴에 스스로를 묻었다. 창백해졌다. 주눅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의 작은 실수는 결과적으로 내 형편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돈 없이 못 배워서 이것도 못 하냐.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아직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그런 말들이 어딘지 모르게 억울해 화를 내본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꽂혀오는 말들은 하나 뿐이었다. 부모 없는 새끼는 역시 버릇이 없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런 말들에 무뎌질 수 있었다. 이미 헤지고 여물기를 여러번 반복한 탓이었다. 나를 보듬어 주고 그들이 평가한 내 모습을 부정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만이 어쩐지 내 한 구석을 묵근히 만들어버리는 전부였다. 

 

 

이 새끼야. 일할 때 정신 빼놓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해. 

…… 

전정국. 벨 울리는 거 안 들려? 

 

 

  누군가의 기억에 그렇게 쓰여진 내가 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에 때로는 너무 화가 나 학교에 있을 때엔 종종 반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고 있던 반장을 데리고 나와 그를 이유 없이 죽을 때까지 때리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곤 했다. 그는 한 눈에 보아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듯 다른 이들 앞에서 모범적이고 밝았으며 가지런했다. 가만히 있어도 내 열등감을 자극시키기 좋은 대상이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수차례가 되어 반장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상처들이 가득해졌다. 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하는 것을 그런 식으로라도 짖밟는 것에 쾌감을 느꼈다. 유치하고 미숙한 방법이었지만 나는 아직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어리다. 내가 나를 이런 식으로 변호해 주지 않는다면 몸 한 구석에 뚫린 듯한 구멍을 메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반장은 늘 별다른 말 없이 내 주먹을 받았다. 엉망인 꼴을 하고서 내게 필기 노트를 건네는 이상한 행동까지 보였다. 늘 그의 곁에 널려 있던 선생님과 동급생, 부모님이 무슨 일이냐 물어도 쉽게 대답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이 때로는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는 기분을 들게 만들어 반장의 빼곡한 필기가 담긴 노트는 늘 바닥에 버려지고 뭉개졌다. 고아와 가난을 멸시하는 것은 나 자신임에도 나는 늘 반장의 얼굴에서 그런 것들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에 차츰 익숙해졌다. 

 

 

 

*** 

 

 

 

  학교와 알바가 모두 끝나고 돌아간 집이었다. 모레 입어야할 교복을 세탁하기 위해 욕실에 들러 찬 물을 큰 대야에 받기 시작했다. 다 닳아가는 세탁 비누 대신 새 것을 찾기 위해 좁은 거실 속 작은 서랍을 뒤적였다. 그런데 내 눈엔 세탁 비누 대신 탁자 옆에 눅눅하고 주로 불이 꺼져 있는 이곳에서 작게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교복을 입은 반장이다. 어느 누구도 반가워할 수 없는 나의 집이라는 것쯤은 박지민도 알 것이라 생각했다. 내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박지민에게서 눈을 거두고 두 번째 서랍 구석에 밀려 있던 세탁 비누를 마저 찾아내 몸을 일으켰다. 

 

 

왜 왔냐 여긴. 

어? 어…… 왔네. 

 

 

  내가 오늘 오전 수업이 끝나고 때려 생긴 상처들을 볼에 가득 달고 벙찐 채 나를 지켜보는 박지민의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열등한 내 집에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상할 만했다. 분명 내 집인데 내가 올 줄 몰랐다는 듯한 저 표정을 어떻게든 다시 구겨놓고 싶었다. 왜 여기에 왔을까. 저 애가 왜 여기에. 가려지지 않아 감출 수 없었던 치부를 다시 한 번 억지로 들추어낸 기분은 그야말로 치욕스러웠다. 어렵게 찾아 손에 넣은 빨래 비누가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던져질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화가 났다. 볼품없는 나의 공간이 창피했다. 속된 말로 쪽팔렸다. 그를 바닥에 엎어두고 발로 밟을 때 비로소 조금이나마 소모시킬 수 있었던 열등감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는 기분에 치가 떨렸다. 찰나의 이 순간이 지옥 같았다. 저 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닥에 쓰러진 채로 자신을 쿨럭이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별 수 없는 거지에 고아라는 생각을 했을까. 나는 초라한 내 일부에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다. 

 


왜 왔냐고 물었잖아. 

아, 그게 있잖아, 이거…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왔어. 누가 거지 새끼 집은 이렇게 아무나 막 들어가도 되는 곳이라고 가르쳤냐. 

어? 아니, 정국아. 나는 그런 생각으로 들어온 게 아니…… 

맞고만 사는 거 존나 억울해서 사진이라도 찍어갈 생각이었나.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 

나가. 

너 이렇게 나올 거 알고 있었어. 이것만 주고 갈게. 받아. 

 

 

  박지민은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나 역시도 구석구석 벅차올라 뻗치는 열과 반대로 차분한 편이었다. 평소같지 않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박지민은 일말의 희망을 보았다고 생각했는지 미세하게 올려두었던 입꼬리를 더욱 높게 올리며 건네던 것을 내게 바짝 가져다 댔다. 반장이 다시 내민 건 오늘 낮에 내 발 밑에서 지그시 뭉개졌던 수학여행 신청서였다. 종이 한 장을 보면 초라함이 배가 된다. 오전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게 싫었다. 박지민이 대체 내게 왜 이따위로 한결 같이 구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록 내게 남는 건 바스라진 자존감과 인간에 대한 비틀어진 회의가 전부였다. 

 

 그는 일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말을 들었든지 간에 내게 무언가를 건넬 때는 늘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다. 그 애가 내게 호의를 베풀면서도 인정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박지민의 미소에 나는 온정은 커녕 수치감만 차오를 뿐이었다. 그것은 예외없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반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이라면 내게는 베풀지 않는 편이 더 고마울 그런 행동이었다. 가증스럽다고 말해야 할까.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 모두 그러하듯 박지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늘 그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했다. 

  앞에선 위로하고 내 장단에 맞추지만 뒤에선 남들과 같이 나를 깎아내리는 이, 내 얼굴 앞에서 나를 비웃고 깔보는 이, 나를 동정하는 이. 일맥상통했다. 나는 그 종이를 박지민의 앞에서 찢어버렸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모습이기에 어느 누구도 낯설어할 수 없었다. 

 

 

난 안 가. 

……… 

왜인지는 말 안 해도 너같은 새끼들이 더 잘 알잖아. 

……… 

볼 일 다 봤으면 나가지. 난 할 일이 남아서. 

 

 

  박지민과 나 사이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뻔한 구성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 눈이 평소보다 더 흔들리는 것만 같아 더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마저도 역겨워 나는 손에 쥔 빨래 비누를 세게 그러쥔 채 욕실로 돌아갔다. 차가운 물을 거세게 틀어놓고 교복 와이셔츠에 비누를 박박 문지른다. 교복에 묵은 때가 조금씩 빠져나간다. 캄캄한 화장실이었지만 어쩐지 선명하게 그것이 보이는 듯 했다. 묵은 때가 씻겨져 내려간다. 콸콸 틀어놓은 수도꼭지가 시원하게 그것을 알린다. 매일매일의 나 역시도 이렇게 씻겨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깨끗한 백지가 되어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남들과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어림 없는 생각이었지만 나 역시 저 찬물에 맡겨 하수구 밑으로 흘러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오늘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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