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이호원 군, 맞죠? …네. 올해 생일이 지난 만 17세. 자살한 이성종 군의 친형이고, 이성종 군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와 물질적인 피해를 동시에 입어 지금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남우현 군의 사촌이기도 하고 말이죠. 남우현 군과는 지금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기도 하고. ……. 그럼 지금부터 전원 킬게요. 이호원 군은 아는대로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말 한다고 해서 뭐 바뀌는 게 있나요? 바뀌는 건 없겠죠. 다만 이번 사건을 위해 필요한 녹취록이니 이호원 군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입니다. ……. 이호원 군? …네. …알겠습니다. 이성종 군과 남우현 군은 어떤 사이였나요? …성종이랑 우현이는 정말 친한 사이였어요. 저랑 성종이는 부산에 살고, 우현이는 서울에 살아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도 성종인 우현일 만날 때마다 마냥 우현이 옆에 붙어있으려고 했죠. 우현이도 딱히 성종이를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긴 옆에서 계속 형아, 형아. 하면서 성종이가 말을 걸면 응, 응. 하면서 말대답 해주는 건 남우현 밖에 없었거든요. 나머지는 다 그저그런 사이였어요. 우현이랑 성종이만 빼고요. 어렸을 때부터 둘은 친했죠. 그건 최근까지도 그렇고요. 둘이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이상한 점이요? 잘 모르겠는데…. 이게 이상한 점이 될 지 모르겠지만, …음. 성종인 우현이를 너무 좋아했어요. 너무? 네. 너무. 어떻게? 어른들이 나중에 누구랑 결혼할 거냐고 물어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우현이를 지목했어요. 우현이 형이랑 결혼할 거라고. 저도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죠. 근데 그게 계속 이어졌어요. 나이가 먹으면서 성종이에게 누구랑 결혼할 거냐, 하고 묻는 어른들은 없었지만 그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뭐라고 해야하지… 우현이가 가는 곳마다 성종이의 눈이 갔어요. 우현인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저는 그 모습을 꽤 자주 봤어요. 겉으로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언제나 시선의 끝에는 우현이가 있었어요. 게다가 항상 둘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성종인 우현이한테 매달렸죠. 같이 가자고, 하자고. 그럼 우현인 다 끄덕이면서 성종일 따라갔어요. 그럴 때마다 성종이 표정이, 뭔가. 위험해 보이긴 했죠. 어떤 표정이었는데요? …가지고 싶었던 걸 가졌을 때의 그 만족감에 가득 찬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런 표정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모습이 딱 그 짝이었어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잊으려고 했지만 계속 기억이 났어요. 그 표정이. 아무리 제 친동생이라도 그런 표정은 좀 무서웠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성종인 제 동생이었고, 전 계속 지켜봤어요. 음… 그럼 호원 군은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니게 되었죠. 그 뒤로 우현 군의 집에서 통학을 하게 된 건가요? 네. 제가 배우고 싶은 일이 제가 사는 곳에선 배울 기회가 없어 저는 서울로 올라가야만 했어요. 그러다 고모, 그 우현이네 어머니 말이에요. 그 분이 우리 집에서 머무는 건 어떻겠냐고 물으셨어요. 전 별 생각 없이 수락했죠. 그뒤로 짐을 챙기고 갈 준비를 하던 어느날이었어요. 씻고 방으로 들어와 자려고 문을 열었는데 제 침대 위에 성종이가 앉아 있더라고요. 저랑 성종인 방을 따로 쓰고 거의 사생활은 간섭을 안하는 터라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전 그냥 야, 너 여기서 뭐하냐? 하고 물었죠. 그런데 성종인 대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 기분이 좀 나빴죠. 그렇지만 졸린게 더 먼저였기 때문에 성종이한테 말했죠. 졸리니까 네 방 가라고. 나 자야한다고. 그때 제 말에 관심도 없어 보이던 성종이가 웃더라고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면서. 인상 쓰면서 웃었다는 건가요? 네. 그리곤 저를 빤히 쳐다봤어요.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무서운 눈이었어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리고 곧 이어서 성종이가 한 말을 듣고 저는 순간 제가 잘못 들었나 했어요. 절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착각인가 했지만 너무 선명했어요.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하며 성종이에게 따지듯 물었어요. 갑자기 와서 시비거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런데 성종이가 그랬어요. 너 거기 가서 남우현 건들면 죽여버릴 거야. 라고요. 순간 머리가 멍했죠.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들었나 한참 생각하다 말 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러니 성종이가 말했죠. 남우현은 내꺼야. 내꺼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서 제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제 어깨를 치고 지나쳐 가더라고요. 그날 밤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어요. 계속 생각났거든요. 그 눈빛. 말. 다. 흠…. 시간이 지나고 제가 서울로 떠날 무렵 저희 집 식구들은 모두 밖에나와 제게 작별인사를 했어요. 거기엔 성종이도 있었죠. 전 성종이와 얘기하는 게 꺼려졌지만 형, 조심히 다녀와. 하며 웃는 성종이의 모습에 그럴 필요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 임마. 너도 공부 잘하고. 하는 말에 성종이는 어깨를 으쓱거렸어요. 그때 성종이가 그리고 내가 부탁한 거 알지? 하며 저의 어깨를 잡아왔어요. 저는 순간 악, 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그 마른 놈이 제 어깨를 잡았는데 그 악력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그와 동시에 며칠 전 일이 다시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됐어요. 저는 그때 느꼈죠. 진짜 날 죽이려고 할 수도 있겠구나. 전 고개를 끄덕였어요. 당연하지. 그제야 손을 놔주더군요. 근데 어깨는 그 후로 한참이 지나도 얼얼했어요. 그리고 저는 서울로 도착했죠. ktx를 탄 다음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우현이가 사는 곳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요. 우현이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호원아!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올려놓은 짐들을 꺼내 버스에서 내려 우현이에게 달려갔어요. 오랜만이다! 하면서 웃는 우현이를 보니 마냥 반가웠죠. 우현이는 왜 이렇게 짐이 많냐며 저의 짐을 나눠들고는 택시 하나 잡아놨으니 빨리 가자고 했죠. 그때까진 아까 성종이가 저에게 한 말을 거의 잊은 상태였어요. 근데 택시에 타자마자 우현이가 한 말 때문에 다시 생각이 났죠. 짐을 트렁크에 싣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우현이가 말했어요. 쫑이한테 전화왔더라! 쫑이? 아, 쫑이는 우현이가 성종이를 부르는 별명 같은 거예요. 아무튼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쳐왔어요.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우현이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쫑이가 너랑 가까이 있지 말라고 했다고. 떨어져서 지내라고. 역시 애라 그런가 질투가 많은 거 같다고. 그러면서 웃는데 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건 분명 진심이었을 테니깐요. 우현이는 모르겠지만요. 그때 제 핸드폰이 울렸어요. 카톡이 온거죠. 화면에 뜨는 글자만 보고 저는 바로 핸드폰을 집어 넣었어요. 딱 세글자였어요. 뭐라고 와 있었죠? ……. …알겠지? 라고 와 있었어요. 아…. 그리고 일년이 지났어요. 그 사이 명절엔 친척들이 모였고, 성종이도 있었죠. 역시나 항상 우현이 옆에 붙어있었는데 성종인 저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진 않았어요. 전 성종이의 말을 잘 지켰거든요. 그게 전 저 나름대로 바쁘고 우현이도 우현이 나름대로 바빠서 주중엔 휴식이 없었고 주말엔 또 전 학원에 갔거든요. 우현인 항상 훈련이 잡혀있고. 아, 그거 아세요? 우현인 고교리그팀에 소속되어 있는 축구선수였거든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았지만 악착같이 운동하고 몸 키워서 키는 작아도 강단은 있었어요. 팀 주전 선수였고, 인기도 많았죠. 그 탓인가 성종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현인 축구를 좋아했어요. 아니, 사랑했죠. 축구 없이 못 지낼 정도로요. …그런 우현이가 지금 이렇게 된 건요. …후. 계속, 할게요. 우현이는 정말 잘했어요. 우현인 중미였어요. 중앙 미드필더. 볼이 오면 중간에 끊고, 킬패스도 잘 넣어주고. 작아서 몸싸움엔 약해도 그건 노력으로 극복하고 기본적인 스피드가 있었어요. 그래서 태클도 잘 걸었죠. 그런 우현이가 청소년 대표팀 눈에 띈 건 당연한 수순이였어요. 벌써부터 k리그 팀에서도 한 두명씩 나와 우현이의 경기를 관전하기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우현이는 그래서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 되었어요. 온 가족이 기뻐했죠. 저도 기뻤어요. 우현이가 정말 잘 되는 것 같으니까. 그때 성종이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어떻게 알았는지 저한테 묻더군요. 형 청소년 대표 됐냐고. 우현 군이 아니라 호원 군 한테 전화가 왔나요? 네. 전 그렇다고 했죠. 근데 성종이가 이러는 거예요. 못하게 해. 전 놀랐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죠. 성종인 다시 한 번 말했어요. 못하게 하라고. 제 근처엔 너무 기뻐서 계속 노래를 부르던 우현이가 있었어요. 축하해주던 고모네 가족이 있었어요. 전 못한다고 했죠. 지금 우현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좋아보인다고. 그때 성종이가 그랬어요. 형이 못하면 내가 해. 그리고 전화를 끊었죠. 야, 이성종! 하고 소리쳐봐도 소용이 없었어요. 이미 끊었으니까. 그때 우현이 핸드폰이 울렸어요. 우현인 어? 쫑이다! 하며 핸드폰을 들었죠. 말리고 싶었지만 우현이가 더 빨랐어요. 그만 두라고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제 생각과 반대로 대화는 순조롭게 흘러갔어요. 우현인 마지막에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고, 저는 안심했어요. 별 말 안했구나. 근데 그것도 잠시 저는 초조해졌어요. 이게 끝이 아닐까봐. 불안했죠. 그리고 일이… 터졌어요. …우현 군의 교통사고 말이죠? …네. 그리고 그 사고로 우현이는…. ……. 대표팀에서 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예. 가장 사랑하는 축구를, 할 수 없게 되버려요. ……. …뺑소니, 였죠. 범인은 안 나오고 우현인 점점 정신을 잃어갔어요. 우현이가 원하는대로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으니 다리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던 우현인 절망했죠. 바로 다음 날이 소집일이었을 거에요. 아마. 왜 하필 내가 그자리에 있었을까, 호원아. 하는 말을 하며 우는 우현이에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병원에선 재활을 해도 힘들다고 했어요. 걷는건 가능하지만 뛰는건 무리라고. 우현인 밥도 먹고싶지 않다했어요. 죽은듯이 자거나 병원 티비 채널을 돌려 스포츠 채널에서 축구 하는 모습이 나오기만 하면 소리를 죽이고 울었어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도 점점 어두워지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항상 밝았던 우현이었으니까. 그런 우현이가 그렇게 어두워졌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일주일 전. 성종이가 찾아왔어요. 병실로. 그땐 저밖에 없었어요. 우현인 아무런 인사도 없이 티비만 보고 있었죠. 성종인 욌냐고 말하는 저에겐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바로 우현이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어요. 그리고 그때였죠. 죽은 동태 눈깔을 하던 우현이 눈이 갑자기 희번뜩하게 변했어요. 말한지 오래되서인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우현이가 소리쳤어요. 너!!! 너!!!! 그 소리에 놀라 제가 다급하게 우현이를 불렀죠. 우현아, 왜 이래!! 우현이 눈이 흉흉했어요. 당장이라도 일어나 성종이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지만 몸은 우현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죠. 우현이 눈에서 금방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어요. 네가 어떻게 그래!!! 네가!!!! 하는 말에 성종이는 말했죠. 못할 게 뭐가 있어? 우현이 몸이 발작을 하듯 떨렸어요. 눈도 뒤집어졌죠. 저는 이 비현실적인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어요. 지금 상황과 본인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우현이를 보는 성종이. 그런 성종이에 반해 계속해서 악을 쓰는 우현이. 그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저. 그때 우현이가 마지막이라는 듯이 소리쳤어요. 죽어!!! 너 같은 거 그냥!!! 죽어버리라고!!! 제발!!! 그 악에 받친 소리에 제가 얼어있을 때 쯤 성종이가 말을 꺼냈어요. …뭐라고? 정확히 기억해요. 이렇게 말 했거든요. 죽으면, 형 기억 속에 평생 남겠지? 우현인 그래!!!! 라고 하며 기침을 해댔어요. 목에 무리가 온 듯 했죠. 그때 성종인 저를 스쳐지나갔어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제가 의사선생님을 호출했어요. 우현인 정신없이 기침을 하며 우는 소리를 냈어요. 그리고 그 날. 이성종 군이…. …네. 병원… 옥상에서… 떨어… 졌죠. …11층인데, 11층…. 즉사였죠. …네. 우현 군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이유가 그럼…. 축구를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성종이가 더 크겠죠…. ……. ……. …그렇군요. …성종이는, 정말. 원했던 것 처럼 우현이의 기억에 평생 남을 거예요. ……. 잊지 못할, 상처가 되겠죠…. ……. ……. …이런 어려운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호원 군. …아닙니다. …큼, 흠. 2013년 8월 6일 오후 3시 24분 52초 종료하겠습니다. 증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집에 가서 좀 쉬어요. 힘들었죠? …괜찮습니다. 그대들 잘 지내고 있어여?!! 전 잘지내고 있어여!! 그냥 저 기다리기 어려우시져 안기다렸다면 죄송...흐핳 그래서 독방 릴레이 참여하는 글 가지고 와써여!! 그, 급하게 써서 부족하지만 애교로 봐줘여(찡긋) ↓아래는 제가 워더 좀 해갈게여!! 암호닉분들 흫ㅎㅎㅎ헣ㅎ헣 ♥데데 생명수 고딩 절편 엘라 열차 포스트잇 파우치 단독주택 몽몽몽 무리수♥ 아 그리고!! 성우 연재할거에여!! 밝은글로 연재하려구여!! 먹이랑 drink me drink me는 너무 어두워서 힐링용으로 밝은거 연재하고 공부 열씨미 하게여!! ㅎㅎ.. ㅎㅎ... 고3... 수능 끝나면 제가 쪽지함 터뜨려 버릴거에여~ 맨날 연재할거야~ 시즌으로 나눈 명우 장편 연재할거에여~ 아 그리고 이 릴레이 글 오타랑 띄어쓰기 수정 안해서.. 그.. 나중에 하께여!!!! 그리고 장편 미리보기 해여!! 성우 아고물이에여!! 아버지와 이삿짐 센터 사람들과 함께 무거운 것들을 다 옮기고 대충 상자에 담아놓았던 것들을 꺼내 정리도 했다. 아버지의 전근 때문에 갑작스럽게 이사한 이 빌라는 그 전에 살던 곳이랑 거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내 방만 정리하고 겉에 씌운 봉지도 안 걷어낸 채 거실 벽에 바짝 붙은 소파에 누워 재방송으로 해주는 예능을 보며 낄낄거리다 김여사한테 한 대 맞고 툴툴 거리며 다시 일어나 정리를 도왔다. 예전 그 좁은 집에 물건들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다 과소평가였다. 어디에 짱박혀 있었나 얼마 전 행방불명 되었던 내 싸인볼 부터 어릴적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내 공룡인형 파파도 집안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거다. 쓸 데 없는 건 다 버리라고 김여사가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나는 차마 10년 만에 재회한 파파를 버릴 수 없어 내 가방에 몰래 챙겨넣었다. 그리고 지금 파파는 내 책상 위 스탠드 옆에 푼 몸을 뽐내며 서있다.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아 때 빼고 광내준 결과다. 으, 뿌듯해! 그러기를 한참 지나서야 이제 다 됐다! 룰루! 예능이나 봐야징. 뿌잉뿌잉. 하며 비닐 벗긴 쇼파 위에 누워 낄낄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다리가 화끈하다. 악!! 하는 소리와 함께 뭐야아!! 하며 몸을 세우니 김여사가 일어나, 자식아. 하며 인상을 쓰신다. 정리 다 한 거 아니었어?!! 하며 땡깡을 부리니 김여사가 내 손에 웬 바구니를 쥐어준다. "이게 뭐…, 악! 뭐야!! 왜 이렇게 무거워!!" "1층 부터 4층 까지 돌고온다. 실시." "뭔데!!" 떡이다, 이 놈아. 이사했으니까 인사할 겸 떡이나 돌리고 와. 하는 김여사의 말에 요새 누가 떡을 돌려!! 하고 소리치니 김여사가 내가 돌린다!! 왜!! 갔다와야 저녁 차려 줄테니까 빨리 갔다와!! 한다. 으이씨, 우리 김여사. 정도 넘쳐. 만약 내가 이 떡이 잔뜩 든 바구니를 비워오지 않는 이상 김여사는 밥은 커녕 집도 못 들어오게 할 것이 뻔했다. 바구니 안을 살짝 확인 해 보니 뜨끈뜨끈한 시루떡들이 저마다 고운 자태 뽐내며 봉지 하나하나에 담겨있었다. 우리 김여사 힘 좀 들였네. 하는 생각을 하며 부엌에 있는 김여사에게 갔다 올테니까 고기꾸어죠!! 하는 내가 생각해도 몹쓸 애교를 부리곤 문 밖으로 나섰다. 삼선 슬리퍼에 중학교 때 체육복이지만 뭐 어때, 앞으로 자주 볼 사람들인데 뭐! 하며 빌라를 돌기 시작했다. 301호는 어차피 우리 옆 집이니까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돌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1층부터 4층까지 싹 다 돌았다. 이제 여기만 들리면 끝이다. 으, 배고파. 짐 정리하고 계단 몇번 오르락 내리락 했을 뿐인데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었다. 떡 하나 남은 바구니를 들고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바구니를 흔들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빨리 주고 가야지! …근데. 왜 아무도 안나오지? 사람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서도 이 빌라에 비어있는 곳은 우리가 이사한 곳 뿐이라고 했는데. 하는 생각에 초인종을 한 번 더 눌렀다. 그리고 또 기다리는데 도통 사람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짜 빠이에여!! 나중에 봐여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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