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섯번째 테이블
어느 8월의 월요일 오후, 한 도시의 맑은 하늘 아래에 흰 티와 트레이닝 반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그는 한쪽 손으로 지갑과 휴대폰을 쥐고 있었고, 반대쪽 손은 쥐락펴락하며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도로를 건너고나서 쭉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푹 숙인 채로 땅을 보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지금 걷고 있는 이길은 그가 살아온 길인 동시에, 작년 여름 아름답고, 잔인했던 사랑의 흔적이었다. 그는 한참을 길을 걷다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섰다. 이미 무엇을 먹을 지 메뉴를 정해두고 왔지만, 이제서야 고르는 척 뜸을 들인 뒤 떨리는 목소리로 주문했다.
"X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그리고 포테이토는 양념감자로 바꿔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500원 추가 됩니다! 손님 3분만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알바로 보이는 듯한 여자는 왜인지 모르게 행복해 보였다. 그는 나도 한 때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데 하며, 행복해보이는 알바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빈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게 내부는 한산했지만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단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주위를 바라보다 과거의 추억에 빠져들려는 순간 음식이 나왔다. 그는 1층에도 자리가 많음에도 2층에 올라갔다. 창가 쪽에 앉기 위해 버거가 올려진 판을 들고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오랜만에 온 패스트푸드점 2층이 어색하기만 했다. 다행히 창가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가 쪽으로 걷다가 오른쪽에 앉아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강렬한 햇살이 창문을 뚫고 그대로 들어와 테이블을 거칠게 감싸안았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 내부였지만, 에어컨이 동 떨어져있는 자리였을뿐만 아니라 뜨거운 햇빛 때문에 테이블은 전혀 시원하지 않았고, 뜨끈뜨끈하기만 했다. 그는 이 테이블에 앉는 게 바보 같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앉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는 창가 쪽 맨끄트머리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자기가 앉은 테이블이 몇번째 테이블인지 세보았다. 딱 여섯번째. 오래전 사라져버린 행복만이 담겨있던 그 자리와 똑같은 자리다. 하지만 잊혀버린 그해 여름의 사랑은 그의 향수를 채워주지 못했다. 곧바로 그는 버거를 먹는 데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액정이 보이지 않도록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고, 콜라와 양념감자를 판 밖으로 꺼내 놓았다. 그러나 버거의 겉포장을 벗기고 베어물려는 순간, 그해 여름의 기억이 그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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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맛있게 먹어~!"
"응! 너도 얼른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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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헤어진 애인이 버거의 포장을 벗기고 직접 그의 입에 물려주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미 잊혀져 다 사라진 줄 알았던 하얀 응어리가 가슴 속에서 진동했다. 배가 고프다는 것과 오랜만에 버거가 먹고 싶어졌다는 것을 핑계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고 찾아온 패스트푸드점이었지만, 사실은 그해 여름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는 무의식 속의 진실을 하얀 응어리가 그에게 진동하며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안절부절하며 패스트푸드점을 찾아온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멍한 상태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곳에 들어선 이유를, 스스로 만든 핑계에 완전히 속고 있었다는 것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그때까지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채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다 알지 못했다. 그는 몰랐다. 운명의 여자가 그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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