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한가운데로 쏟아지는 조명에 지민은 눈이 부신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너무도 익숙했고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감은 눈 너머로 관객의 함성이 메아리치듯 넘실거렸다.
Midnight in Paris 1
w. 지젤
“피루엣- 턴, 끝 모으고 다시 업! ”
손끝으로 박자를 맞추는 교수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마지막 자세를 잡고 음악이 멈추자 뱉지 못한 숨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훑어보신 교수님이 커피 타임- 을 선언하고 연습실을 나가자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듯 입 밖으로 거친 숨이 빠져나왔다.
“지민, 오늘 컨디션 좋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거울 앞으로 터덜거리며 걸어가 거울 앞에 놓은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며칠째 아프다는 발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던 클레어가 말했다.
“글쎄.”
어깨를 으쓱하며 지민은 작게 중얼거렸다. 좋기는. 아직도 얼얼한 엉덩이 덕에 차마 바닥에 앉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선 상태로 양말을 하나 더 꺼내 신었다. 밤새 남준에게 시달리느라 제대로 자질 못해 퀭한 눈 밑을 검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고는 아직 조금은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미친 김남준. 어제 밤을 생각하니 지민의 귀 끝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
“두그룹으로 나눌게요"
두 그룹으로 나누라는 교수님의 말에 지민은 자연스럽게 연습실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제 겨우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남준은 창가에 몸을 기대고 서서 반대편 건물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검은 반팔티에 검은 타이즈, 꼭 챙겨 입으라고 신신당부했던 검은 반바지까지. 뽀얀 얼굴에 다갈빛 머리가 빙글빙글 연습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지민의 발레 수업이 이뤄지는 연습실은 남준의 피아노 연습실보다 한층 아래였다. 같은 층이었으면 더 잘 보였을텐데. 아쉽게도 아래층은 현악파트 연습실이었다. 작게 한숨을 쉰 남준은 고개를 조금 더 빼 시야에서 사라진 지민을 찾았다. 어딨어 갈색머리. 순간 마알간 얼굴을 한 지민이 허리에 손을 얹고 창가로 걸어왔다. 주변에 서있던 다른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는 걸 보니 1그룹의 순서가 끝났나보다. 힘이 드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는 지민의 지친 얼굴과는 다르게 눈은 똘망똘망, 반짝였다. 반짝이는 눈동자, 붉게 달아오른 뺨이 귀여워 남준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똑똑똑
“준, 연습 안할거면 나 여기 쓴다?”
“아냐! 지금 해!”
다른 방과는 다르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연습실 문을 빼꼼 열고 고개를 내민 마크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준, 연습 안할거면 나한테 이 방 넘겨. 남준은 잽싸게 의자에 앉아 건반에 손을 올렸다. 어디까지 쳤더라.. 악보를 뒤적이다 말고 고개를 돌려 지민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는 남준은 슬쩍 웃었다. 오늘도 재우지 말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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