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햇볕은 쨍쨍, 우리 둘은 반짝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2818/25c0d53387f4b23ff1c57196e65c3113.jpg)
햇볕은 쨍쨍, 우리 둘은 반짝
몇 달 전에 앞집이 이사를 왔다.
여기는 달동네라서 이사를 온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였다. 모두 이 동네를 빠져나가려고만 하지 들어오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앞집에 이사 온 사람은 한 남자였는데, 항상 내가 야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쯤 검은 수트을 입고 집을 나섰다. 이런 앞집 남자의 행동은, 이 좁은 동네에서 흥미로운 이야기 주제가 됐다. 밤 일을 하는 사람 일 것이다, 조직폭력배 일 것이다, 등등 별의별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실컷 떠들던 사람들은, 나에게 조심하라며 충고의 말도 했다.
뭐 하는 사람일까? 무슨 일을 하길래 밤에 그렇게 나가는 걸까? 어쩌면 동네사람들이 떠들던 그 얘기가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동네는 정말 삶의 끝자락에서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어떤 일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런 일을 한다고 해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였다. 앞집 남자가 이사오고 몇 달 동안 아무 일도 없었고, 가끔 집 앞에서 마주쳐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갔다. 앞집 남자와 나는 완벽한 남남이였고, 그 흔한 이웃사촌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였다.
" 거기 너, 잠깐 이리 와봐. "
야자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였다. 평소처럼 집으로 걸어가는데, 동네 입구에 왠 낯선 남자들이 무리지어 서있었다.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눈치채고 다른 길로 돌아가려는 순간, 무리중 한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가방끈만 꼭 쥔 채로 가만히 서있기만 하니까 남자가 내게로 다가와 내 손목을 잡고는 무리쪽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 이거 놔요! "
" 아니 우리가 무슨 짓 한대? 잠깐 얘기 좀 하자고 "
손목을 빼내려 안간힘을 써봐도 남자는 더 우악스런 힘으로 내 손목을 잡았다. 저기 무리에선 휘파람 소리까지 들리는 듯 싶었다. 나를 조롱하는걸까? 도움을 청하려 주변을 둘러봐도 너무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방법을 생각해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핸드폰이 하필 가방에 있었다. 점점 무리로 가까워질 무렵, 누군가 남자의 손목을 탁 잡았다.
" 뭐야? "
" 시끄러워서, "
" 뭐? "
" 지나갈 수가 있어야지 "
남자의 손목을 잡은 사람은 앞집 남자였다. 평소와 똑같은 검은 수트을 입고서. 앞집 남자는 남자에게 잡힌 내 손목을 떼어냈다. 내가 안간힘을 써도 안 떨어졌던 손목을 단번에. 그리곤 나를 자기 등 뒤로 보냈다.
" 양아치 새끼들 "
" 뭐 이 새끼야? "
" 맞는 말이잖아? "
남자는 화가 난 표정으로 앞집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남자의 주먹이 올라간건 순식간이였다. 나는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고, 둔탁하게 맞는 소리가 날 줄 알았는데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살짝 떠보니, 앞집 남자가 남자의 주먹을 한 손으로 잡고있었다.
" 꼴 같지도 않아 "
" 이..! "
" 너같은 놈들. "
앞집 남자는 잡고있던 손을 놓지 않고 다리를 들어 남자의 배를 발로 찼다. 남자는 맞은 부위를 나머지 한 손으로 움켜쥐었고, 앞집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번엔 정강이 부분을 발로 찼다. 남자가 주저 앉으며 앞집 남자에 잡힌 손을 빼내려 했고, 앞집 남자는 남자를 저쪽 무리로 던지며 말했다.
" 동네 시끄럽게 하지말고 "
" ... "
" 꺼져 "
앞집 남자의 말에 무리들이 뭐 못 볼 거라도 본 듯 너도나도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앞집 남자에게 맞은 남자는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절뚝절뚝 자리를 피했다. 앞집 남자는 남자들이 다 간 걸 확인하고, 뒤에 있던 나를 바라봤다.
" ... "
"..."
이렇게 가까이 본건 처음이였다. 매일 스쳐 지나가듯 그냥 잠깐 본게 다였는데, 이렇게 마주보고 서있는 적은 처음이였다. 앞집 남자는 나를 보더니,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내 앞을 지나갔다.
" 저, 저기! "
" ... "
" 어, 그..게 "
" ... "
"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
감사 인사는 꼭 해야될 거 같아서 그냥 지나가는 남자를 다짜고짜 불러세웠다. 앞집 남자는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살짝 고개를 숙이니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더러운 놈들 많아 "
" 네..? "
" 항상 이 시간에 오는 것 같던데 "
" ... "
" 오늘 같은 일 또 당하기 싫으면 일찍 다녀. "
앞집 남자는 저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동네를 빠져나갔고, 나는 남자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 매일 이 시간에 집에 오는지 알고 있었구나..
철저하게 남남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그었던 내가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였다.
* * *
앞집 남자가 날 도와준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봐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갔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간단한 인사정돈 하는 사이가 됐다. 앞집 남자는 여전히 밤에 집을 나갔고 나는 야자를 뺄 수가 없어 여전히 늦게 들어오지만, 그래도 이 달동네에서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저번 그 일 이후로 그 남자들은 다신 여기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앞집 남자가 무서웠긴 한건지, 아무튼 덕분에 무서워질 뻔한 하교길이 그렇게 되진 않아서 다행이였다.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평소처럼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집 근처에 다다를 무렵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집 앞에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집쪽을 바라보니,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남자 두세명이 집 앞에 있는 것 같았다.
" 집에 없는 거 같은데 "
" 부모나 자식이나 숨는거 하나는 기똥차단말야 "
" 그 부모의 그 자식이지 뭐. 싸가지도 없는 것들. "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요근래 잘 안 보여서 안심했었는데, 그새 또 집을 찾아왔다. 사채업자들. 지금은 상종하기도 싫은, 부모라는 호칭도 소름끼치도록 싫은 그 사람들이 저질러놓은 빚을 어떻게든 받아내려는 사람들이였다. 부모가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되지 않자 이젠 자식인 나한테까지 와서 횡폐를 부렸다. 집도 어떻게 알아낸건지 예전엔 허구한날 와서 나를 못살게 굴더니, 요즘엔 뜸해져서 안심했었는데 오늘 결국 또 찾아왔다. 나는 최대한 몸을 숨기며 다시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가, 저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골목으로 들어가 숨었다.
" 짜증나.. "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리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날 버리고 간, 부모도 아닌 그들 때문에 왜 내가 이래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짜증이 났다. 인연을 끊었으면, 적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 당신들 몸만 편하면 다인지, 왜 내가 겪을 고통은 생각을 못 하는 건지. 날 버리고 간 순간부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사람들은 죄인이다. 법적인 죄가 있어야만 죄인이 되는 건 아니다.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는 것도 죄다.
한참을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있었을까, 조용한 동네에 구두굽 소리가 울렸다. 혹시 사채업자들인가 하고 몸을 옆으로 더 숨겼다. 구두굽소리가 점점 내 근처로 오고, 나는 심장이 쿵쿵 뛰는걸 주체를 못 했다. 제발.. 그냥 가길.. 제발. 입술을 꼭 깨물었다.
" 너.. "
" 아.. "
" 거기서 뭐해? "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구두굽 소리의 정체는 앞집 남자였다. 앞집 남자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있는 골목쪽으로 다가왔다.
" 왜 그러고 앉아있어? "
" 조, 조용히.. "
" 뭐? "
" 조용히 말해주세요.. "
나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다 대며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앞집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날 바라봤다.
" 무슨 소리야 그게. 집에는 왜 안 가? "
" 집에 못 가요.. "
" 왜? "
" 그게.. 갑자기 못 갈 이유가 생겨서.. "
앞집 남자는 이해하지 못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옷 소매를 잡고 골목 더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 죄송해요.. 밖에 있으면 들켜서.. "
" 누구한테 뭘 들키는데 "
" 혹시.. 저희 집 앞에 남자들 보셨어요? 그 사람들한테 제가 있는거 들키면 안 돼서요.. "
" 그 사채업자들? "
" 어? 그걸 어떻게.. "
나는 놀란 눈으로 앞집 남자를 바라봤다. 내가 사채업자라고 말 하지도 않았는데 사채업자인걸 알고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남자는 날 한번 바라보곤 내 손목을 잡더니 갑자기 골목 밖으로 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 다시 골목 안으로 들려가려 했는데, 남자가 더 손목을 꽉 쥐더니 내게 말했다.
" 계속 여기 앉아 있을 수 없잖아 "
" 그럼 어떻게.. "
" 우리 집에 가있어. 앞문 말고 뒷문도 있어서 걔네들 피해서 들어 갈 수 있을거야 "
" 네..? "
앞집 남자는 원래 집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골목 사이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손목을 잡힌 채 따라가니 정말 거짓말처럼 집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나왔다.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고, 끼익 하는 쇠소리를 내며 열린 문 안에는 다양한 자재구가 쌓여있는 창고가 보였다.
" 저 문 열고 들어가면 거실이야. 거기 있어. "
" 그쪽은요..? "
" 난 일하러 가야 돼. "
" 아.. "
" 쟤네 간 거 같으면 그때 나가. 너무 일찍 나가진 말고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이만 나가려는 듯 뒤를 돌았다. 나는 황급히 남자를 붙잡아 세웠다.
" 아 저기! "
" ... "
" 감사합니다.. 매번.. "
매번 어떻게 빚만 지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고마웠다. 남자를 날 쳐다보더니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곤 말했다.
" 이웃이잖아. "
이웃, 이 단어가 원래 이렇게 기분좋은 단어였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안녕하세요!! 첫 글을 쓰게 된 슙슙해입니다!
글잡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글 쓰게 됐는데 똥글을 투척하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8ㅅ8
상당히 쓰고싶은 내용이였는데 손이 똥이라ㅠㅠㅠ 잘 풀어낸건지.. 첫 단추를 잘 꾄건지 모르겠네여..
분량이 좀 적죠?ㅜㅜ 다음 편엔 길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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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기분 불쾌해지는 영화 알려주셈 레옹, 은교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