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카레 싫어해여. 그리고 아빠가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지 말랬어여. 하며 꼬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역시 그 무섭게 생긴 아저씨 딸이구나, 교육을 참 잘 시켜 놓으셨네. 안 온다고 하는 애를 억지로 데려올 수도 없고 그래? 그, 그럼 안녕. 하고 바보처럼 손을 흔드니 꼬마가 나를 올려본다. 그러더니 새침한 표정으로 아주머니 카레 잘 하세여?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 꼬마 포스에 눌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김여사 카레 진짜 잘해! 하긴 우리 김여사는 요리는 잘했다. 다만 밥에 콩을 많이 넣을 뿐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니 꼬마는 살짝 볼을 부풀렸다. 웅…. 하며 몸을 살짝 흔들거리는데, 귀여워. 귀여워. 헝.
"그럼."
"응!"
"가께여."
진짜?!! 하고 소리치니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더니 저가 먼저 우리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조그만 뒷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웃음이 나왔다. 너, 너무 귀여워. 진짜. 그렇게 꼬마랑 같이 들어갔는데, 부엌에 있던 김여사가 인상을 쓰며 야, 남우현. 너는 뭘 하길래 그렇게 늦… 까지 말하다 안녕하세여. 또 봬여. 하고 인사하는 꼬마를 보곤 어머! 왔니?! 하며 웃었다. 기, 김여사. 나 김여사 아들인데. 김여사 그러기야? 하고 말하려다 교복은 네 방에 가져다놓고 카레 가루 가져와. 하는 김여사의 말에 나는 넹 하는 소리 밖에 낼 수 없었다. 교복은 옷걸이에 걸어놓고 다시 한 번 감상했다. 와, 개학하면 나는 인기 폭발이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조금 더 큰 사이즈를 못 샀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교복을 가져다 놓고 나오니 김여사가 내 손에 양푼과 거품기를 쥐어줬다. 엉?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니 김여사가 말했다.
"카레 가루 풀라고."
"어, 엉."
김여사 진짜 독재자. 나빠. 하고 중얼거리며 카레가루 봉지를 뜯어 가루를 풀고 수돗물을 틀어 물도 받았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휘젓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쭈그려 앉아서 내가 하는 걸 보고 있는 꼬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머하는 거예여? 하고 묻길래 카레 가루 푸는 거야. 하고 말해주니 눈을 깜빡인다. 그러더니
"나도 할래여."
"그래?"
"넴."
하는 거다. 그래서 양푼이랑 거품기를 건네줬더니 조심스럽게 원을 그리는데, 힘들었는지 몇 번 하다가 안 해여! 하면서 내려놓는다. 그 모습이 웃겨서 작게 웃으면서 다시 내가 하는데, 왜 웃어여. 하는 꼬마. 그래서 그냥 웃겨서 라고 하니 뭐가 웃긴데여?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근데 얘 이름이 뭐지? 생각해 보니까 계속 이름도 모르고 얘기하고 있었네. 나는 조그만 정수리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그 생각이 너무 깊었던지 내 손이 점점 느려지고 내 옆에 앉아있던 꼬마가 아 제대로 좀 해여. 하며 나를 타박했다. 나는 이제 이런 꼬마한테도 잔소릴 듣는 구나. 하고 생각하며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다 풀린 카레가루를 보며 뿌듯하게 웃다가 김여사한테 왜 이렇게 느리냐는 독설을 듣고 터덜터덜 거실로 가니 꼬마가 내 뒤를 쪼르르 따라온다. 김여사가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영이랑 같이 놀아."
"아영이?"
"어. 아영이. 금방 되니까 기다리고."
하는 김여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 하며 나를 따라 소파에 앉은 꼬마를 내려다봤다. 이 꼬마 이름이 아영이구나! 이름 동글동글하고 귀엽다! 하며 꼬마, 아니 아영이를 쳐다보니 뽀로로 보여줘여. 하며 아영이가 내 다리를 툭툭 친다. 그래서 그래, 그래. 하며 신나게 티비 전원을 켰다. 뽀로로 보면서 기다리자! 근데 성이 뭐지?
"아영아!"
"왜여."
"너 이름이 무슨 아영이야?"
이아영, 윤아영, 아니면 남아영?! 하고 물어봤더니 뽀로로만 쳐다보면서 무심하게 말한다. 김아영이여. 하는데 우와 김씨랑 아영이란 이름이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지? 하고 감탄했다. 나는, 나는 남우현이야! 하고 내 이름을 말하며 웃었더니 아영이가 조용히해여. 뽀로로 말하는 거 안들려여. 한다. 아, 아영아…. 너, 너 미래의 김여사… 아닙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아영이 옆에서 같이 뽀로로를 감상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뽀로로 좋아하는데. 그리고 어느새 나는 아영이와 함께 뽀로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끝나고 나서 아영이와 손을 마주잡았다. 뽀로로 좋아해여? 어! 좋아해! 우리 나중에 뽀로로 박람회 가여. 그래그래!
"밥 먹어라."
"응, 김여사!"
라고 대답하고 아영이와 함께 부엌으로 갔다. 아영이 의자를 빼주고 아영이가 잘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김여사한테 김여사!! 이번엔 강낭콩 안 넣었지?! 하고 물어봤더니 김여사가 마음대로 생각하라며 카레를 떠먹는다. 그래서 나도 카레를 먹기 시작했는데. …헝, 김여사 진짜 나빠.
"강낭콩 얼마나 남았어…? 헝. 그만 넣으면 안 돼?"
"왜여. 강낭콩 마싰는데."
"그치? 어이구 남우현 너는 이런 애도 먹는 걸 못먹냐!"
그 말에 울컥해서 뭐어!! 뭐!! 강낭콩 맛없는데!! 하고 소리치니 김여사가 혀를 쯧쯧차며 밥이나 먹으란다. 그 말에 억울해서 강낭콩을 다 옆으로 골라냈다. 나 오늘은 진짜 콩 안 먹을거야! 김여사 나빠!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골라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영이가 날 힐끔거리더니 그러면 안 돼여. 한다. 이건 무슨 미니 김여사도 아니고, 싫어. 안 먹을 거야. 하며 묵묵히 먹다가 김여사의 숟가락에 또 머리를 맞았다. 아 왜 때려!! 하고 소리치니 너 콩 안 먹으면 죽는다. 하는 우리 무서운 김여사. 아, 진짜, 먹기, 시러. 하는 생각에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내 그릇으로 웬 숟가락 하나가 다가온다. 이게 뭐지.
"나 줘여."
"……?"
"콩 내가 머글게."
나 줘여. 하는 아영이의 머리에 동그란 링이 보인다. 등에는 날개가?! 나는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콩을 아영이에게 넘겼다. 아니 넘기려고 했다. 근데
"에라이 한심한 놈아!"
"김여사!! 아파!!"
어린 애한테 먹기 싫은걸 줄 생각을 하냐!! 하는 김여사의 말에 새삼 내가 하려 했던 행동이 생각나 그, 그러게! 라고 하며 강낭콩을 먹었다. 김여사는 그런 나를 보더니 어휴, 진짜 애도 아니고. 하며 아영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영인 콩 잘먹어? 하고 물어보니 아영이는 입 안 가득 차있던 밥을 우물우물하고 씹곤 삼킨 뒤에 말했다. 네에. 그런 아영이를 보는 우리 김여사 표정은 마치 내새끼, 예쁘다. 예뻐. 우쭈쭈! 하는 느낌이었다. 김여사 설마해서 묻는 건데, 나 주워왔지? 응? 응?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 하고 묻고 싶은걸 참고 나도 옆을 봤다. 근데, 김여사가 그럴 만도 한 게 아영이는 진짜 복스럽게 잘 먹었다. 양 볼 가득 채우고 우물우물.
카레를 다 해치운 다음 아영이가 물었다. 지금 몇시에여? 하는 아영이의 말에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영이가 눈을 크게 떴다. 벌써여?! 하는 아영이의 말에 응. 하고 대답해주니 아영이가 아빠 와께따. 하며 들고 왔던 가방을 다시 멨다. 가는 거야? 하고 물으니 아영이가 네에. 하고 대답하곤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여사도 아영아, 가? 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모습에 나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가 생각났다. 빨리 가버리라며 손짓을 하던 김여사. 아무튼 아영이는 그럼 저 가여, 하곤 손을 흔들었고 나는 데려다준다며 아영이 뒤를 따라 나섰다. 어차피 옆집이긴 하지만, 아영이는 옆집이자나여. 괜차는데. 라고 했지만 가자! 가자! 하며 아영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던 순간에.
"아빠!"
"…아영아!!"
아빠 나 와써. 하며 폭 안기는 아영이의 모습을 보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어, 어제 그 무서운 아저씨다. 하는 생각에 이도저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무렵 그 무서운 아저씨가 너 옆집에 있었어?! 하고 소리쳤다. 무, 무서워. 근데 아영인 무섭지 않은지 응, 카레도 머거써. 아빠는 저녁 머거써? 하며 그 무서운 아저씨에게 물었다. 근데, 그 무서웠던 인상과 다르게 그 무서운 아저씨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오늘은 다른 아저씨들이랑 같이 먹어서 아영이 따로 먹으라고 다른 거 사왔는데 아영이 저녁 먹었다니까 다행이다. 하면서 아영이의 등을 토닥이는 손을 보며 나는 눈을 깜빡였다. 와, 진짜 다정하다. 하는 생각에 그 둘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영이가 무서운 아저씨 품을 벗어났다. 그러더니 내 쪽을 힐끔보며 말했다. 인사해여, 아빠.
"나무어빠야."
"나무어빠?"
"…어, 어?"
응, 나무어빠. 그러더니 나 나중에 뽀로로 박람회도 가꺼야. 나무어빠랑. 하면서 날 본다. 그리곤 그치이? 하고 묻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을 봤는데, 으, 아, 아저씨 왜 저, 절 그런 누, 눈으로 쳐다보고 계세요. 허, 헝, 무, 무서워. 그렇다. 그 무서운 아저씨는 어제 내가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을 때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지었던 그 표정으로 날 보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애써 눈을 피하려 고개를 돌렸다. 막 놀지 말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을 무렵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
"응."
"그럼 그때 아빠가 태워다 줄게."
"응!"
뭐, 뭐지? 하는 눈으로 무서운 아저씨를 쳐다봤는데, 그 아저씨는 나무어빠, 잘 드러가! 하는 아영이를 들여보냈다. 그리곤 나를 쳐다보는데 입에 침이 마른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나는 어제와 같은 깊은 귀가 충동이 들었다. 그때 무서운 아저씨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순간 날 때리려는 줄 알았으나 내민 손을 보니 그런 것 같진 않아 눈을 멀뚱멀뚱 떴다. 이게 뭐지. 그러다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아오는 무서운 아저씨의 손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공중에서 두어번 흔들리는 내 손을 보고 아, 악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맙습니다."
"네, 네. 네?"
"아영이 데리고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었는데, 그런 나를 보더니 무서운 아저씨가 서류 가방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건네주었다. 헐. 크리스피.
"아영이 저녁 대신으로 사온 건데 받으시죠."
"괘, 괜찮은…."
"하나 더 있으니 그냥 받으시죠."
그럼, 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그 무서운 아저씨는 아영이가 들어간 문 안으로 들어갔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는데도 나는 그 자리에 한참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새, 생각보다 무서운 아저씨는, 아닌가봐.
이렇게 쓰니까 효니가 크리스피에 넘어간듯하지만 아니에여! 그냥 다정한 김아빠 모습을 보고 느낀 것 일뿐!!
으아 힘들다 이제 공부하러가께여! 빠이! 답글은 이따 천천히 달아야징~.~
내일봐여!!
아랜 암호닉분들!!!!!!! 그대들 사랑해여!!!!!!!!
♥데데 생명수 고딩 절편 엘라 열차 포스트잇 파우치 단독주택 몽몽몽 무리수 망태 레이튼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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